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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구조조정 ‘삐걱’
입력 2010.01.19 (06:20)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삐걱거리고 있다.

구조조정의 불씨가 된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처리를 놓고 채권단 내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금호그룹의 도덕적 해이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단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현장 실사를 개시했다. 또 자율협약 추진 대상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약식 실사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채권은행과 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 처리 문제가 표류할 조짐을 보여 금호산업 워크아웃과 대우건설 매각 작업의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금호석유화학의 구조조정이 자율협약으로 느슨하게 이뤄지면서, 계열사 간 부실 떠넘기기 등 도적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처리 진통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골칫덩이로 떠오른 것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의 처리 문제이다.

당초 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 중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에 주당 1만8천원에 보유 주식을 사줄 테니 워크아웃에 참여해 풋백옵션 행사가와의 차액만큼은 출자전환하거나 무담보채권으로 떠안으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풋백옵션 행사가격(3만1천500원)과의 차액에 대해서는 대우건설 청산가치에 따라 매입해 주고 나머지는 탕감해 FI를 워크아웃에 참여시키지 않는 방안을 내놨다.

주식 투자자들인 FI를 채권은행처럼 워크아웃에 동참시켜 회수율을 높여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방안은 다툼의 소지가 많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실사 결과가 나와야 FI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FI에 오는 20일까지 처리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FI 처리 문제가 조기에 해법을 찾지 못하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과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FI와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신규자금 지원 등을 할 수 없고 늦어질수록 회사와 채권단 모두 손실"이라며 "이달 내에 가급적 타결해야 한다 "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FI 문제가 우선 처리돼야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쪽 구조조정 방안 도마

이런 상황에서 금호그룹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구조조정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신청 직전에 아시아나항공 보유 주식 33.5% 중 12.7%를 952억원에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것이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 사례로 꼽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도 않고 주식을 대규모로 금호석유에 넘겨 금호산업이 부실을 자초했다고 일부 채권단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금호석유에 금호산업이 보유한 나머지 아시아나 지분(20.8%)까지 매입하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계산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은 데 대해 채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금호가 돈이 없더라도 의사결정을 통해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은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이라는 이중 구조여서 워크아웃 자체가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가 워크아웃에서 제외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 추진되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의 자산가치도 타격을 받게 된다"며 "금호석유를 워크아웃에 집어넣지 않은 채 금호산업 등의 감자나 출자전환 등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채권은행을 앞세운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나중에 책임공방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고 있어 구조조정이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에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해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지만 지금은 채권단에 손실을 볼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금호 구조조정 고삐죄라"

전문가들과 금융계에서는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이 느슨하게 진행되면 곳곳에서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채권단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사례가 속속 드러나 구조조정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금호석유 등도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한편 기업 부실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체계를 고쳐 정부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부실기업의 문제가 시장의 감당 능력을 넘어 시스템 위험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범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금호그룹처럼 당국이 커튼 뒤에서 산업은행의 팔을 비틀어 처리해서는 안되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며 "거시건전성 감독 체계와 공적자금 관리 체계를 고쳐 당국이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 금호그룹 구조조정 ‘삐걱’
    • 입력 2010-01-19 06:20:41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삐걱거리고 있다.

구조조정의 불씨가 된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처리를 놓고 채권단 내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금호그룹의 도덕적 해이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단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현장 실사를 개시했다. 또 자율협약 추진 대상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약식 실사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채권은행과 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 처리 문제가 표류할 조짐을 보여 금호산업 워크아웃과 대우건설 매각 작업의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금호석유화학의 구조조정이 자율협약으로 느슨하게 이뤄지면서, 계열사 간 부실 떠넘기기 등 도적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처리 진통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골칫덩이로 떠오른 것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의 처리 문제이다.

당초 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 중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에 주당 1만8천원에 보유 주식을 사줄 테니 워크아웃에 참여해 풋백옵션 행사가와의 차액만큼은 출자전환하거나 무담보채권으로 떠안으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풋백옵션 행사가격(3만1천500원)과의 차액에 대해서는 대우건설 청산가치에 따라 매입해 주고 나머지는 탕감해 FI를 워크아웃에 참여시키지 않는 방안을 내놨다.

주식 투자자들인 FI를 채권은행처럼 워크아웃에 동참시켜 회수율을 높여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방안은 다툼의 소지가 많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실사 결과가 나와야 FI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FI에 오는 20일까지 처리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FI 처리 문제가 조기에 해법을 찾지 못하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과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FI와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신규자금 지원 등을 할 수 없고 늦어질수록 회사와 채권단 모두 손실"이라며 "이달 내에 가급적 타결해야 한다 "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FI 문제가 우선 처리돼야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쪽 구조조정 방안 도마

이런 상황에서 금호그룹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구조조정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신청 직전에 아시아나항공 보유 주식 33.5% 중 12.7%를 952억원에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것이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 사례로 꼽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도 않고 주식을 대규모로 금호석유에 넘겨 금호산업이 부실을 자초했다고 일부 채권단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금호석유에 금호산업이 보유한 나머지 아시아나 지분(20.8%)까지 매입하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계산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은 데 대해 채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금호가 돈이 없더라도 의사결정을 통해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은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이라는 이중 구조여서 워크아웃 자체가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가 워크아웃에서 제외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 추진되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의 자산가치도 타격을 받게 된다"며 "금호석유를 워크아웃에 집어넣지 않은 채 금호산업 등의 감자나 출자전환 등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채권은행을 앞세운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나중에 책임공방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고 있어 구조조정이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에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해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지만 지금은 채권단에 손실을 볼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금호 구조조정 고삐죄라"

전문가들과 금융계에서는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이 느슨하게 진행되면 곳곳에서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채권단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사례가 속속 드러나 구조조정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금호석유 등도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한편 기업 부실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체계를 고쳐 정부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부실기업의 문제가 시장의 감당 능력을 넘어 시스템 위험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범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금호그룹처럼 당국이 커튼 뒤에서 산업은행의 팔을 비틀어 처리해서는 안되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며 "거시건전성 감독 체계와 공적자금 관리 체계를 고쳐 당국이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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