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크로스컨트리 ‘외로운 태극 질주’

입력 2010.01.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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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외로운 간판' 이채원(29.하이원)이 올해도 어김없이 태극기를 달고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국 크로스컨트리'는 곧 '이채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중학교에 입학해 '알파인 스키인 줄 알고' 스키부에 들어갔다가 크로스컨트리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채원은 2학년이던 1996년 동계체전에 처음 출전해 여자부 프리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래 14년째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간판스타로 군림해 왔다.



대화고 1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로 뽑힌 뒤 내내 태극마크를 달고 있으니, 홀로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자존심을 지켜온 지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오랜 기간 이채원은 한결같은 실력을 유지하며 국내에서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기록을 쌓아 왔다.



14차례 동계체전을 거치면서 따낸 금메달만 어느덧 41개. 4관왕 5차례, 3관왕 6차례 등 대회에 나설 때마다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남자 알파인 스키의 '지존'으로 불리는 허승욱(38.은퇴)이 보유한 최다 금메달 기록(43개)에 2개만을 남겨뒀으니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대표팀을 지켜 오면서도 국제무대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채원의 현재 국제스키연맹(FIS) 랭킹은 260위. 사상 최고성적도 2006-2007 시즌 올랐던 131위로 세계 수준과는 격차가 있다.



지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도 15㎞(7.5㎞클래식+7.5㎞프리스타일) 추적에서 64명 중 57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 정도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성적이다. '스키의 마라톤'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종목이다 보니 FIS에 등록된 한국 선수가 2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척박한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적에 가까운 성과라 할만 하다.



게다가 이채원은 어느새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해 온 덕택에 오히려 최근 들어 기록은 점점 단축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김대영(50) 감독은 "154㎝, 48㎏의 여린 몸매로 거구의 북유럽 선수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당당히 경쟁해 온 선수"라고 칭찬하며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2006년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위권까지도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채원의 외로운 도전이 길게라도 의미있는 성과를 엮어낼 수 있느냐다.



10년 넘게 이채원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동안에도 '비인기종목 중의 비인기종목'인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뒤를 이어 '새싹'이 자라나지 않는다면 이채원 이후 종목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눈 덮인 자연을 만끽하며 달리는 크로스컨트리는 매력 넘치는 종목이다. 자신과 싸움에서 승리하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절박한 바람을 전했다.



2010년 2월 밴쿠버 설원에서 펼쳐지는 이채원의 질주가 감동과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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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채원, 크로스컨트리 ‘외로운 태극 질주’
    • 입력 2010-01-20 08:11:40
    연합뉴스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외로운 간판' 이채원(29.하이원)이 올해도 어김없이 태극기를 달고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국 크로스컨트리'는 곧 '이채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중학교에 입학해 '알파인 스키인 줄 알고' 스키부에 들어갔다가 크로스컨트리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채원은 2학년이던 1996년 동계체전에 처음 출전해 여자부 프리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래 14년째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간판스타로 군림해 왔다.

대화고 1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로 뽑힌 뒤 내내 태극마크를 달고 있으니, 홀로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자존심을 지켜온 지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오랜 기간 이채원은 한결같은 실력을 유지하며 국내에서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기록을 쌓아 왔다.

14차례 동계체전을 거치면서 따낸 금메달만 어느덧 41개. 4관왕 5차례, 3관왕 6차례 등 대회에 나설 때마다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남자 알파인 스키의 '지존'으로 불리는 허승욱(38.은퇴)이 보유한 최다 금메달 기록(43개)에 2개만을 남겨뒀으니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대표팀을 지켜 오면서도 국제무대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채원의 현재 국제스키연맹(FIS) 랭킹은 260위. 사상 최고성적도 2006-2007 시즌 올랐던 131위로 세계 수준과는 격차가 있다.

지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도 15㎞(7.5㎞클래식+7.5㎞프리스타일) 추적에서 64명 중 57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 정도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성적이다. '스키의 마라톤'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종목이다 보니 FIS에 등록된 한국 선수가 2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척박한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적에 가까운 성과라 할만 하다.

게다가 이채원은 어느새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해 온 덕택에 오히려 최근 들어 기록은 점점 단축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김대영(50) 감독은 "154㎝, 48㎏의 여린 몸매로 거구의 북유럽 선수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당당히 경쟁해 온 선수"라고 칭찬하며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2006년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위권까지도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채원의 외로운 도전이 길게라도 의미있는 성과를 엮어낼 수 있느냐다.

10년 넘게 이채원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동안에도 '비인기종목 중의 비인기종목'인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뒤를 이어 '새싹'이 자라나지 않는다면 이채원 이후 종목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눈 덮인 자연을 만끽하며 달리는 크로스컨트리는 매력 넘치는 종목이다. 자신과 싸움에서 승리하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절박한 바람을 전했다.

2010년 2월 밴쿠버 설원에서 펼쳐지는 이채원의 질주가 감동과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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