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은 ‘못난男’·드라마는 ‘짐승男’

입력 2010.01.24 (07:47) 수정 2010.01.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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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바보 같지만 항상 큰 웃음을 주는 남자가 있다. 반면 길들지 않은 거친 남성미를 마구 내뿜는 남자도 있다.



어느 남자에게 눈길을 줘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다. 둘 다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예능에서는 배꼽 잡는 웃음을 찾고 드라마에서는 멋진 남성들이 펼치는 판타지에 빠져보는 등 상반된 즐거움을 모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그래서 행복하다.



◇예능을 접수한 ’못난 남자들’ =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는 체력도 약골이요 생활능력도 빵점일 것 같은 남성들 투성이다.



MBC ’무한도전’의 주인공들은 아예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성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시작했다. 말 그대로 ’루저(패배자)’의 이미지로 출발한 것.



열심히 아귀찜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담뱃재 맛이다. 역도를 배우려고 모였지만 결국 엉덩이 힘으로 나무젓가락을 몇 개나 부러뜨릴 수 있나로 변질시킨다. 한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으면 되는 엑스트라지만 그마저도 힘들어 NG를 낸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수도를 맞추는 퀴즈에서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나라 국(國)’을 한자로 쓰라는 문제에 애꿎은 먹만 갈다 주어진 시간을 초과한다. 무식함을 에둘러 ’섭섭하다’고 표현하지만 출연진은 이를 별명으로 승화시킨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출연진도 야심 차게 신입사원과 금연 등에 도전하지만 첫 출근부터 지각하고 카메라가 꺼진 뒤에는 담배를 찾아 ’만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SBS ’자기야’와 MBC ’세바퀴’에는 부인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는 못난 남편들이 주된 웃음 코드로 등장한다.



이런 ’못난 남자들’이 펼치는 못난 행동은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다는 괜찮지’라는 안도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를 수놓는 식스팩의 ’짐승남들’ = 드라마에서는 구릿빛 피부에 잘 다져진 근육을 자랑하는, 이른바 ’짐승남’들 세상이 펼쳐진다. 예능에서 구겨진 남자의 자존심을 드라마에서 회복하려는 듯하다.



대표적인 예는 최근 시청률 30%를 훌쩍 넘어서며 인기 돌풍을 일으킨 KBS 수목드라마 ’추노’다. 마치 장혁 등 남자 출연진의 복근과 흉근, 이두박근 경진대회를 보는 것 같다. 공중을 ’휙휙’ 날아다니며 펼치는 멋진 액션도 시청자가 드라마에 집중하게 하는 한 요소다.



드라마 속 ’짐승남’은 작년 하반기 안방극장을 월화와 수목으로 나눠 호령했던 MBC ’선덕여왕’의 비담과 KBS ’아이리스’의 김현준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비담 역의 김남길은 길들지 않은 야성미와 카리스마를 마구 내뿜으며 시청자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현준 역의 이병헌도 근육질 몸매에 강인한 남성미를 풍기며 선 굵은 연기를 펼쳐 시청자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들의 등장으로 그동안 여성 시청자 중심으로 흐르던 드라마가 모처럼 남성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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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은 ‘못난男’·드라마는 ‘짐승男’
    • 입력 2010-01-24 07:47:11
    • 수정2010-01-24 10:05:04
    연합뉴스
행동은 바보 같지만 항상 큰 웃음을 주는 남자가 있다. 반면 길들지 않은 거친 남성미를 마구 내뿜는 남자도 있다.

어느 남자에게 눈길을 줘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다. 둘 다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예능에서는 배꼽 잡는 웃음을 찾고 드라마에서는 멋진 남성들이 펼치는 판타지에 빠져보는 등 상반된 즐거움을 모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그래서 행복하다.

◇예능을 접수한 ’못난 남자들’ =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는 체력도 약골이요 생활능력도 빵점일 것 같은 남성들 투성이다.

MBC ’무한도전’의 주인공들은 아예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성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시작했다. 말 그대로 ’루저(패배자)’의 이미지로 출발한 것.

열심히 아귀찜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담뱃재 맛이다. 역도를 배우려고 모였지만 결국 엉덩이 힘으로 나무젓가락을 몇 개나 부러뜨릴 수 있나로 변질시킨다. 한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으면 되는 엑스트라지만 그마저도 힘들어 NG를 낸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수도를 맞추는 퀴즈에서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나라 국(國)’을 한자로 쓰라는 문제에 애꿎은 먹만 갈다 주어진 시간을 초과한다. 무식함을 에둘러 ’섭섭하다’고 표현하지만 출연진은 이를 별명으로 승화시킨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출연진도 야심 차게 신입사원과 금연 등에 도전하지만 첫 출근부터 지각하고 카메라가 꺼진 뒤에는 담배를 찾아 ’만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SBS ’자기야’와 MBC ’세바퀴’에는 부인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는 못난 남편들이 주된 웃음 코드로 등장한다.

이런 ’못난 남자들’이 펼치는 못난 행동은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다는 괜찮지’라는 안도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를 수놓는 식스팩의 ’짐승남들’ = 드라마에서는 구릿빛 피부에 잘 다져진 근육을 자랑하는, 이른바 ’짐승남’들 세상이 펼쳐진다. 예능에서 구겨진 남자의 자존심을 드라마에서 회복하려는 듯하다.

대표적인 예는 최근 시청률 30%를 훌쩍 넘어서며 인기 돌풍을 일으킨 KBS 수목드라마 ’추노’다. 마치 장혁 등 남자 출연진의 복근과 흉근, 이두박근 경진대회를 보는 것 같다. 공중을 ’휙휙’ 날아다니며 펼치는 멋진 액션도 시청자가 드라마에 집중하게 하는 한 요소다.

드라마 속 ’짐승남’은 작년 하반기 안방극장을 월화와 수목으로 나눠 호령했던 MBC ’선덕여왕’의 비담과 KBS ’아이리스’의 김현준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비담 역의 김남길은 길들지 않은 야성미와 카리스마를 마구 내뿜으며 시청자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현준 역의 이병헌도 근육질 몸매에 강인한 남성미를 풍기며 선 굵은 연기를 펼쳐 시청자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들의 등장으로 그동안 여성 시청자 중심으로 흐르던 드라마가 모처럼 남성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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