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구조조정 ‘산으로 가나’

입력 2010.01.2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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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과 투자자 등 이해당사자 간 충돌로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대우건설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조만간 국내 금융회사와 연기금을 대상으로 자금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당초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 정상화 방안이 조기에 정리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FI "2월까지 금호산업 인수자금 모집"

FI들은 금호산업에 신규로 투자키로 한 2조2천억원의 자금 중 70% 이상을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2월 말까지 모집할 계획이다. 나머지 자금은 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하기로 했다.

FI들은 금호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 가운데 1조3천억원은 이미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확약서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의 비중이 클 경우 국내 기업을 해외에 넘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우선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FI 관계자는 "일단 국내 금융회사와 연기금으로부터 신규 자금 중 70% 이상을 유치하고 나머지 금액만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것"이라며 "아직 국내 투자자들에 공식적으로 투자 제안을 한 것은 아니지만 1개월 내에 투자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제안한 방안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과 병행할 수 있는지 채권단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FI들은 채권단에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천원에 넘기라는 산업은행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2조2천억원을 금호산업에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하고 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의 다른 계열사까지 지배한 뒤 그룹이 정상화하면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FI들은 조만간 구체적인 경영권 인수와 자금 모집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했다.


◇채권단.금융당국 "원칙대로 구조조정 신속 추진"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FI들의 제시 방안이 실현되면 금호그룹의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의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위해 최근 착수한 실사를 조기에 마무리 짓고 2월 중에 워크아웃 계획을 마련해 3월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I들의 제안에 기댈 경우 금호그룹 구조조정만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작년에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직접 매각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시간만 끌고 무산된 전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 대안이 나올 때마다 우왕좌왕할 수 없고 현 시점에서 방향을 바꾸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또 "FI들이 내놓은 대안은 채권단의 합의 여부나 신규 자금 확보 여부 등이 불투명해 무작정 믿고 기다리다간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며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천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FI들과 계속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원칙을 갖고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호산업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FI들의 제안이 현실화한다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금 지원 부담을 덜 수 있고 채권회수율도 높일 수 있다"며 "문제는 FI가 조기에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 금호그룹이 이를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금호그룹 측은 "FI들을 만나 제안 내용을 들었으나 현재로서는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FI와 채권단 간 논의를 지켜보고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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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그룹 구조조정 ‘산으로 가나’
    • 입력 2010-01-24 07:52:00
    연합뉴스
채권단과 투자자 등 이해당사자 간 충돌로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대우건설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조만간 국내 금융회사와 연기금을 대상으로 자금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당초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 정상화 방안이 조기에 정리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FI "2월까지 금호산업 인수자금 모집" FI들은 금호산업에 신규로 투자키로 한 2조2천억원의 자금 중 70% 이상을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2월 말까지 모집할 계획이다. 나머지 자금은 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하기로 했다. FI들은 금호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 가운데 1조3천억원은 이미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확약서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의 비중이 클 경우 국내 기업을 해외에 넘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우선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FI 관계자는 "일단 국내 금융회사와 연기금으로부터 신규 자금 중 70% 이상을 유치하고 나머지 금액만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것"이라며 "아직 국내 투자자들에 공식적으로 투자 제안을 한 것은 아니지만 1개월 내에 투자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제안한 방안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과 병행할 수 있는지 채권단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FI들은 채권단에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천원에 넘기라는 산업은행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2조2천억원을 금호산업에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하고 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의 다른 계열사까지 지배한 뒤 그룹이 정상화하면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FI들은 조만간 구체적인 경영권 인수와 자금 모집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했다. ◇채권단.금융당국 "원칙대로 구조조정 신속 추진"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FI들의 제시 방안이 실현되면 금호그룹의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의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위해 최근 착수한 실사를 조기에 마무리 짓고 2월 중에 워크아웃 계획을 마련해 3월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I들의 제안에 기댈 경우 금호그룹 구조조정만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작년에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직접 매각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시간만 끌고 무산된 전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 대안이 나올 때마다 우왕좌왕할 수 없고 현 시점에서 방향을 바꾸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또 "FI들이 내놓은 대안은 채권단의 합의 여부나 신규 자금 확보 여부 등이 불투명해 무작정 믿고 기다리다간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며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천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FI들과 계속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원칙을 갖고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호산업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FI들의 제안이 현실화한다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금 지원 부담을 덜 수 있고 채권회수율도 높일 수 있다"며 "문제는 FI가 조기에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 금호그룹이 이를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금호그룹 측은 "FI들을 만나 제안 내용을 들었으나 현재로서는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FI와 채권단 간 논의를 지켜보고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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