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 취약층에 집중…환란때와 달라

입력 2010.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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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국내 고용시장의 최대 피해자는 주로 여성과 자영업자 같은 취약계층이었다.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과 희망근로 등을 통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은 외환위기 당시 발생했던 전방위 고용 한파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기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계층까지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고용 취약계층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거나 아예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단기 및 중장기 고용대책을 짜는 정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환란때와 달랐다..취약계층에 피해 집중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 중 외환위기 때와 다른 점은 확연한 일자리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고용난을 불러온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주로 취약계층의 취업난을 겪었다.

성별로만 보더라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취업자는 전년보다 127만6천명 감소한 가운데 남성(-63만6천명)과 여성(-64만1천명)이 비슷한 수로 줄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남성 취업자는 지난해 3만1천명 증가한 반면 여성은 오히려 10만3천명 감소하는 등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도 외환위기 때는 전체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모두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50대 이상이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에 힘입어 증가한 반면 30대(-17만3천명)와 15~29세(-12만7천명) 등 저연령층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종사상태별로 1998년에는 임금근로자가 110만8천명 줄어 비임금근로자(-16만9천명)보다 훨씬 많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임금근로자가 24만7천명 증가하고 비임금근로자가 31만9천명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외환위기 때는 상용근로자가 74만8천명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상용근로자가 38만3천명 증가하고 일용근로자가 15만8천명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 자영업자의 경우 외환위기 때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24만7천명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 위기 때는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가 25만명 감소해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전개됐다.

이런 현상은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 위주의 대규모 정리해고 때문에 연령대를 불문하고 임금근로자 위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이들 계층이 잡 셰어링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덜 겪은 반면 고용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여성, 청년, 자영업자 등에 위기의 여파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교육정도별로는 다소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998년 대졸 이상 취업자가 38만8천명 증가하고 고졸 이하가 166만4천명 감소했던 것처럼 이번 위기 때도 대졸 이상은 29만8천명 증가한 반면 고졸 이하는 37만명 줄었다.

◇남녀, 임금-비임금근로자간 회복력 격차 뚜렷

이처럼 취약계층에 가해진 충격이 컸던 만큼이나 회복 속도도 더디다.

구조적으로 여성 고용 안정성의 취약성이 드러난데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자영업자의 경우 포화상태에 이른 2006년부터 본격화된 자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기를 맞으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회복 속도의 차이는 우선 성별로 뚜렷하게 엇갈린다.

남성 취업자는 작년 1~5월에 5개월간 감소한 이후 사실상 6월(9만5천명)부터 증가세를 유지했고 12월(12만6천명)에는 경제위기 직전인 2008년 8월(10만5천명)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이상 늘었다. 2008년 5월(13만명)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었다.

반면 여성 취업자는 2008년 12월(-4천명) 이후 13개월째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 있다. 더욱이 위기 기간에 남성의 월간 최대 감소폭은 작년 3월의 4만6천명이었지만 여성은 같은 해 5월 -21만1천명으로 4배가 넘었다. 남성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작년 12월에도 여성은 14만2천명의 감소 폭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여자는 감소세에 접어든 것은 남자보다 한 달 빨랐고 감소폭도 훨씬 컸었으며 회복 시기도 현재까지 반년 이상 늦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에는 남녀 모두 취업자 감소 기간이 17개월간 지속되면서 낙폭도 비슷했고 회복 기간에 증가 폭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사상 지위별로 봐도 회복 속도 차이는 확연하다.

2006년 2월부터 시작된 비임금근로자 숫자의 마이너스 행진은 4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위기로 그 골이 더욱 깊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 월별 감소폭은 작년 1월(-12만3천명)에 10만명선을, 2월(-25만9천명)에 20만명선을, 6월(-34만7천명)에 30만명선을, 작년 11월(-42만4천명)에는 40만명선을 각각 넘어선 것이다.

자영업자가 많이 줄어든 탓으로, 회복 조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에도 숫자가 줄지 않고 증가세를 이어가는 임금근로자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더욱이 임금근로자의 증가 폭은 작년 1월 2만1천명까지 둔화했다가 6월부터는 대부분 30만명을 넘긴 가운데 같은 해 9월과 11월에는 40만명을 웃돌았다. 상용근로자 증가에 따라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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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한파 취약층에 집중…환란때와 달라
    • 입력 2010-01-24 08:00:16
    연합뉴스
전대미문의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국내 고용시장의 최대 피해자는 주로 여성과 자영업자 같은 취약계층이었다.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과 희망근로 등을 통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은 외환위기 당시 발생했던 전방위 고용 한파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기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계층까지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고용 취약계층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거나 아예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단기 및 중장기 고용대책을 짜는 정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환란때와 달랐다..취약계층에 피해 집중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 중 외환위기 때와 다른 점은 확연한 일자리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고용난을 불러온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주로 취약계층의 취업난을 겪었다. 성별로만 보더라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취업자는 전년보다 127만6천명 감소한 가운데 남성(-63만6천명)과 여성(-64만1천명)이 비슷한 수로 줄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남성 취업자는 지난해 3만1천명 증가한 반면 여성은 오히려 10만3천명 감소하는 등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도 외환위기 때는 전체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모두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50대 이상이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에 힘입어 증가한 반면 30대(-17만3천명)와 15~29세(-12만7천명) 등 저연령층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종사상태별로 1998년에는 임금근로자가 110만8천명 줄어 비임금근로자(-16만9천명)보다 훨씬 많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임금근로자가 24만7천명 증가하고 비임금근로자가 31만9천명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외환위기 때는 상용근로자가 74만8천명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상용근로자가 38만3천명 증가하고 일용근로자가 15만8천명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 자영업자의 경우 외환위기 때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24만7천명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 위기 때는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가 25만명 감소해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전개됐다. 이런 현상은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 위주의 대규모 정리해고 때문에 연령대를 불문하고 임금근로자 위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이들 계층이 잡 셰어링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덜 겪은 반면 고용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여성, 청년, 자영업자 등에 위기의 여파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교육정도별로는 다소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998년 대졸 이상 취업자가 38만8천명 증가하고 고졸 이하가 166만4천명 감소했던 것처럼 이번 위기 때도 대졸 이상은 29만8천명 증가한 반면 고졸 이하는 37만명 줄었다. ◇남녀, 임금-비임금근로자간 회복력 격차 뚜렷 이처럼 취약계층에 가해진 충격이 컸던 만큼이나 회복 속도도 더디다. 구조적으로 여성 고용 안정성의 취약성이 드러난데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자영업자의 경우 포화상태에 이른 2006년부터 본격화된 자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기를 맞으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회복 속도의 차이는 우선 성별로 뚜렷하게 엇갈린다. 남성 취업자는 작년 1~5월에 5개월간 감소한 이후 사실상 6월(9만5천명)부터 증가세를 유지했고 12월(12만6천명)에는 경제위기 직전인 2008년 8월(10만5천명)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이상 늘었다. 2008년 5월(13만명)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었다. 반면 여성 취업자는 2008년 12월(-4천명) 이후 13개월째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 있다. 더욱이 위기 기간에 남성의 월간 최대 감소폭은 작년 3월의 4만6천명이었지만 여성은 같은 해 5월 -21만1천명으로 4배가 넘었다. 남성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작년 12월에도 여성은 14만2천명의 감소 폭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여자는 감소세에 접어든 것은 남자보다 한 달 빨랐고 감소폭도 훨씬 컸었으며 회복 시기도 현재까지 반년 이상 늦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에는 남녀 모두 취업자 감소 기간이 17개월간 지속되면서 낙폭도 비슷했고 회복 기간에 증가 폭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사상 지위별로 봐도 회복 속도 차이는 확연하다. 2006년 2월부터 시작된 비임금근로자 숫자의 마이너스 행진은 4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위기로 그 골이 더욱 깊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 월별 감소폭은 작년 1월(-12만3천명)에 10만명선을, 2월(-25만9천명)에 20만명선을, 6월(-34만7천명)에 30만명선을, 작년 11월(-42만4천명)에는 40만명선을 각각 넘어선 것이다. 자영업자가 많이 줄어든 탓으로, 회복 조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에도 숫자가 줄지 않고 증가세를 이어가는 임금근로자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더욱이 임금근로자의 증가 폭은 작년 1월 2만1천명까지 둔화했다가 6월부터는 대부분 30만명을 넘긴 가운데 같은 해 9월과 11월에는 40만명을 웃돌았다. 상용근로자 증가에 따라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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