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다니는 학교 안다’…회계사 협박 심각

입력 2010.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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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는 한계기업 관계자나 투자자 등에 의한 외부감사인 협박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한 것은 협박의 심각성을 공동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에도 결산기에 감사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외부감사인에 대한 항의성 협박이 종종 있었지만,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폐지 실질심사제가 도입되는 등 한계기업에 대한 퇴출기능이 강화되면서 협박의 심각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감사의견 '의견거절'은 증시 퇴출사유에 해당하고,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발 역시 커지고 있는 것.

24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모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는 자신이 `의견 거절'을 제시한 회사 관계자 등으로부터 휴대전화로 섬뜩한 메시지를 받았다.

"당신 딸이 몇 살이 되고, 다니는 학교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는 위협과 함께 감사의견 변경을 요구받은 것이다.

모 회계법인 대표이사 역시 전화로 협박을 받았고, 또 다른 회계법인에는 회사 관계자와 투자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사무실로 몰려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직접 물리적 폭력 행사는 자제하면서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항의와 협박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계법인을 협박했던 코스닥기업 2곳은 지난해 결국 '의견거절'을 해소하지 못해 한국거래소로부터 퇴출당했다.

회계법인 업계는 작년까지만 해도 협박에 당황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협박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감사업무를 기업으로부터 수주받는 회계법인의 특성상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협박을 받고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회계법인 업계는 이 같은 협박을 계속 방치하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고 감사인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논의 끝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에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용하는 한편, 각 회계법인에 CCTV(폐쇄회로 TV) 설치 등을 통해 적극적인 증거수집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박영필 회원부 부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협박행위에 대해 업계가 당황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는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수사의뢰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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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다니는 학교 안다’…회계사 협박 심각
    • 입력 2010-01-24 08:00:16
    연합뉴스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는 한계기업 관계자나 투자자 등에 의한 외부감사인 협박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한 것은 협박의 심각성을 공동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에도 결산기에 감사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외부감사인에 대한 항의성 협박이 종종 있었지만,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폐지 실질심사제가 도입되는 등 한계기업에 대한 퇴출기능이 강화되면서 협박의 심각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감사의견 '의견거절'은 증시 퇴출사유에 해당하고,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발 역시 커지고 있는 것. 24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모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는 자신이 `의견 거절'을 제시한 회사 관계자 등으로부터 휴대전화로 섬뜩한 메시지를 받았다. "당신 딸이 몇 살이 되고, 다니는 학교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는 위협과 함께 감사의견 변경을 요구받은 것이다. 모 회계법인 대표이사 역시 전화로 협박을 받았고, 또 다른 회계법인에는 회사 관계자와 투자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사무실로 몰려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직접 물리적 폭력 행사는 자제하면서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항의와 협박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계법인을 협박했던 코스닥기업 2곳은 지난해 결국 '의견거절'을 해소하지 못해 한국거래소로부터 퇴출당했다. 회계법인 업계는 작년까지만 해도 협박에 당황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협박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감사업무를 기업으로부터 수주받는 회계법인의 특성상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협박을 받고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회계법인 업계는 이 같은 협박을 계속 방치하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고 감사인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논의 끝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에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용하는 한편, 각 회계법인에 CCTV(폐쇄회로 TV) 설치 등을 통해 적극적인 증거수집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박영필 회원부 부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협박행위에 대해 업계가 당황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는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수사의뢰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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