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고수익·고금리 좇아 ‘대이동’

입력 2010.01.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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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시중 부동자금이 고수익ㆍ고금리를 찾아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거래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의 직접투자 자금을 중심으로 돈이 몰리고,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는 시장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할 정도다.

또 고금리 예금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은행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판매를 마감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부동산 시장 역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시중에 풀렸던 막대한 유동성 가운데 실물로 가지 못한 자금들이 올해 경기 회복 속에 '대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주식거래 살아난다…올들어 9조원대 회복

풍부한 시중 부동자금의 움직임이 빨라진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식시장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11월 5조원대를 기록하며 바닥을 형성한 이후 올해 들어 9조원 수준까지 회복됐다.

투자심리를 간접 추정할 수 있는 실질고객예탁금(고객예탁금+개인순매수-미수금-신용잔액)도 반등하고 있다. 하루 평균 실질고객예탁금은 작년 12월 7조7천330억원에서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8조4천29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 및 주식시장 상승에 대한 기대를 타고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증시 주변 자금 동향이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또 새해 들어 코스닥시장 테마주(株)를 중심으로 랠리가 이어지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에 나선 점도 거래 물꼬를 튼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주열 KB국민은행 송도PB센터 팀장은 "지난해보다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주식 개별 종목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모주 시장에 수조원대 '뭉칫돈' 유입…과열 우려

공모주 시장은 아예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다.

지난 22일 마감한 지역난방공사의 공모주 청약에 2조5천억원이 몰린 것을 비롯해 영흥철강의 공모청약에도 54억원 모집에 1조3천억원 이상의 시중 자금이 집결했다.

앞서 지난 15일 상장한 우노앤컴퍼니도 2억9천561만원(260만7천주) 모집에 9천675억원(2억9천561만주) 청약이 들어와 562.95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 건수별 평균 청약증거금은 작년 11월 6천79억원, 12월 7천645억원에서 새해 들어서는 8천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공모주 시장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것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규모 부동자금이 상장 초 시세차익을 노리고 공모주로 몰린 탓이다.

추후에도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 대형 보험사를 포함해 포스코건설 등 '대어'로 불리는 업체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공모주 시장 활황은 지속될 가능성은 크다.

◇고금리 특판 예금 '불티'…부동산시장 '들썩'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은 고금리 금융 상품에도 몰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4일 출시한 연 4.9% 정기예금은 불과 나흘 만에 1조원 한도가 소진됐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21일 내놓은 예금상품에도 연 4.9% 높은 금리가 부각되면서 출시 후 3주만에 8조3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모이자 서둘러 판매를 마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PB사업단 수석부부장은 "은행권이 고금리 특판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중 자금이 대거 은행권으로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들로서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자금 운영처에 자금을 묶어둘 필요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18일까지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포함)은 8조5천704억원이 순증했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월별 순증액은 3조원대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민은행이 각 중개업소를 설문해 작성한 전국의 매매거래 활발 정도는 18일 기준 14.5%로, 일주일 전 12.7%보다 1.8%포인트 상승하며 3주 연속 증가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지역의 매매거래 활발 정도가 3주 연속 증가하며 전체적인 매매거래를 주도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18일 기준으로 지난주, 지난달 대비 각각 0.1%, 0.2% 늘어나며 2주 연속 상승했다.

◇단기금융시장 '머니무브'…"추세적 흐름 여부는 불확실"

이러한 부동자금의 급격한 흐름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까지 증가했던 MMF 자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빠져나간 것과 분리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MMF는 제2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던 지난해 3월 중순만 해도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며 127조원대까지 불어났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감소하며 최근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인 71조원대로 추락했다.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유출액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

MMF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혜택에다 돈을 빼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을 때 자금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는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ETF를 제외한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올들어 1조8천377억원이 순유출됐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40일째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MMF와 주식형펀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온 자금이 고금리ㆍ고수익처를 쫓아 일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단기 자금시장에 물려 있던 자금이 위기 국면이 해소되면서 고수익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올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 만만치 않은 투자환경을 감안할 때 단기 자금시장의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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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자금 고수익·고금리 좇아 ‘대이동’
    • 입력 2010-01-24 08:02:33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시중 부동자금이 고수익ㆍ고금리를 찾아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거래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의 직접투자 자금을 중심으로 돈이 몰리고,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는 시장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할 정도다. 또 고금리 예금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은행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판매를 마감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부동산 시장 역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시중에 풀렸던 막대한 유동성 가운데 실물로 가지 못한 자금들이 올해 경기 회복 속에 '대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주식거래 살아난다…올들어 9조원대 회복 풍부한 시중 부동자금의 움직임이 빨라진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식시장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11월 5조원대를 기록하며 바닥을 형성한 이후 올해 들어 9조원 수준까지 회복됐다. 투자심리를 간접 추정할 수 있는 실질고객예탁금(고객예탁금+개인순매수-미수금-신용잔액)도 반등하고 있다. 하루 평균 실질고객예탁금은 작년 12월 7조7천330억원에서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8조4천29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 및 주식시장 상승에 대한 기대를 타고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증시 주변 자금 동향이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또 새해 들어 코스닥시장 테마주(株)를 중심으로 랠리가 이어지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에 나선 점도 거래 물꼬를 튼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주열 KB국민은행 송도PB센터 팀장은 "지난해보다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주식 개별 종목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모주 시장에 수조원대 '뭉칫돈' 유입…과열 우려 공모주 시장은 아예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다. 지난 22일 마감한 지역난방공사의 공모주 청약에 2조5천억원이 몰린 것을 비롯해 영흥철강의 공모청약에도 54억원 모집에 1조3천억원 이상의 시중 자금이 집결했다. 앞서 지난 15일 상장한 우노앤컴퍼니도 2억9천561만원(260만7천주) 모집에 9천675억원(2억9천561만주) 청약이 들어와 562.95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 건수별 평균 청약증거금은 작년 11월 6천79억원, 12월 7천645억원에서 새해 들어서는 8천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공모주 시장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것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규모 부동자금이 상장 초 시세차익을 노리고 공모주로 몰린 탓이다. 추후에도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 대형 보험사를 포함해 포스코건설 등 '대어'로 불리는 업체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공모주 시장 활황은 지속될 가능성은 크다. ◇고금리 특판 예금 '불티'…부동산시장 '들썩'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은 고금리 금융 상품에도 몰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4일 출시한 연 4.9% 정기예금은 불과 나흘 만에 1조원 한도가 소진됐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21일 내놓은 예금상품에도 연 4.9% 높은 금리가 부각되면서 출시 후 3주만에 8조3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모이자 서둘러 판매를 마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PB사업단 수석부부장은 "은행권이 고금리 특판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중 자금이 대거 은행권으로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들로서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자금 운영처에 자금을 묶어둘 필요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18일까지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포함)은 8조5천704억원이 순증했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월별 순증액은 3조원대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민은행이 각 중개업소를 설문해 작성한 전국의 매매거래 활발 정도는 18일 기준 14.5%로, 일주일 전 12.7%보다 1.8%포인트 상승하며 3주 연속 증가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지역의 매매거래 활발 정도가 3주 연속 증가하며 전체적인 매매거래를 주도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18일 기준으로 지난주, 지난달 대비 각각 0.1%, 0.2% 늘어나며 2주 연속 상승했다. ◇단기금융시장 '머니무브'…"추세적 흐름 여부는 불확실" 이러한 부동자금의 급격한 흐름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까지 증가했던 MMF 자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빠져나간 것과 분리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MMF는 제2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던 지난해 3월 중순만 해도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며 127조원대까지 불어났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감소하며 최근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인 71조원대로 추락했다.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유출액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 MMF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혜택에다 돈을 빼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을 때 자금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는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ETF를 제외한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올들어 1조8천377억원이 순유출됐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40일째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MMF와 주식형펀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온 자금이 고금리ㆍ고수익처를 쫓아 일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단기 자금시장에 물려 있던 자금이 위기 국면이 해소되면서 고수익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올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 만만치 않은 투자환경을 감안할 때 단기 자금시장의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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