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들, 죽음보다 큰 고통 ‘굶주림’

입력 2010.01.24 (12: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진으로 도시가 초토화되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곧바로 찾아온 고통이 바로 굶주림입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10만 명의 어린이가 부모를 잃고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요..한창록 특파원이 그 딱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진 강타로 대재앙을 맞은 아이티,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나뒹구는 곳이 됐습니다. 생존자는 시신 옆에서 그대로 잠을 자다가 먹을 것을 찾아 나섭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이젠 죽음보다 굶주림이 더 큰 문제입니다.

<녹취> 지진 이재민 : "아무 것도 없어요. 배가 고파요."

굶주림은 지방법원 판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교회 대피소에 가면 먹을 걸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거리로 나섭니다. 천막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고 가까스로 천막은 쳤지만 굶주린 배를 채울 음식은 없습니다.

<인터뷰> 오나(이재민/전 지방법원 판사) : "먹을 것을 구하러 왔는데, 음식이 없어서 오늘밤도 굶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며칠 동안 굶주린 이 식구는 물고기를 잡아 가족의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녹취> 지진 이재민 : "지난 5일 동안 먹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지진의 공포가 서서히 굶주림의 분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먹을 물과 음식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아이티 사람들, 이들에겐 내일보다도 오늘 당장 먹을 것을 얻는 게 급선무입니다.

배고픈 어린이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뛰기 시작합니다. 구호단체가 과자 두 상자와 물 한 상자를 마을 어귀에 떨어뜨리고 갔기 때문입니다. 과자와 물을 먼저 차지하려고 생존을 건 싸움이 벌어집니다. 한바탕 싸움도 잠시, 물건을 차지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울음을 터뜨립니다. 생존 투쟁은커녕 제대로 의사표현조차 어려운 어린 아이들입니다. 이런 광경은 아이티 수도 거리 곳곳에서 일상생활처럼 목격됩니다. 모두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입니다.

<녹취> 패시피에(8세) : " 아무것이나 주세요. 배가 고파요."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아들은 온종일 먹을 걸 찾느라 지쳐버립니다. 빈 물통을 들고 시내를 배회하는 이 어린이도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녹취> 제마 (9세) : " 어머니는 죽었고 아빠는 집에 없어요."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대통령궁 앞 피난소에 온 다섯 남매. 며칠째 굶었지만 음식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며칠째 굶주림에 지쳐 있는 이들 고아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입니다. 지진으로 머리와 다리 등을 다쳐서 의료진이 있는 곳으로 실려오는 아이들, 생명은 구했지만 졸지에 고아가 됐습니다.

<녹취< 아미 앗사(이스라엘 의료진) : "며칠 안에 수백 명 더 올 것이다. 여기서 치료받고 나가면 더 문제다."

아이티의 고아는 지진 발생 이전의 38만 명에서 이번 지진으로 10만 명의 고아가 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깊은 상처로 남게 될 지진 고아들, 갈 곳 잃은 이들은 오늘도 폐허의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고아들, 죽음보다 큰 고통 ‘굶주림’
    • 입력 2010-01-24 12:05:2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진으로 도시가 초토화되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곧바로 찾아온 고통이 바로 굶주림입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10만 명의 어린이가 부모를 잃고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요..한창록 특파원이 그 딱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진 강타로 대재앙을 맞은 아이티,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나뒹구는 곳이 됐습니다. 생존자는 시신 옆에서 그대로 잠을 자다가 먹을 것을 찾아 나섭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이젠 죽음보다 굶주림이 더 큰 문제입니다. <녹취> 지진 이재민 : "아무 것도 없어요. 배가 고파요." 굶주림은 지방법원 판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교회 대피소에 가면 먹을 걸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거리로 나섭니다. 천막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고 가까스로 천막은 쳤지만 굶주린 배를 채울 음식은 없습니다. <인터뷰> 오나(이재민/전 지방법원 판사) : "먹을 것을 구하러 왔는데, 음식이 없어서 오늘밤도 굶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며칠 동안 굶주린 이 식구는 물고기를 잡아 가족의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녹취> 지진 이재민 : "지난 5일 동안 먹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지진의 공포가 서서히 굶주림의 분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먹을 물과 음식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아이티 사람들, 이들에겐 내일보다도 오늘 당장 먹을 것을 얻는 게 급선무입니다. 배고픈 어린이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뛰기 시작합니다. 구호단체가 과자 두 상자와 물 한 상자를 마을 어귀에 떨어뜨리고 갔기 때문입니다. 과자와 물을 먼저 차지하려고 생존을 건 싸움이 벌어집니다. 한바탕 싸움도 잠시, 물건을 차지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울음을 터뜨립니다. 생존 투쟁은커녕 제대로 의사표현조차 어려운 어린 아이들입니다. 이런 광경은 아이티 수도 거리 곳곳에서 일상생활처럼 목격됩니다. 모두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입니다. <녹취> 패시피에(8세) : " 아무것이나 주세요. 배가 고파요."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아들은 온종일 먹을 걸 찾느라 지쳐버립니다. 빈 물통을 들고 시내를 배회하는 이 어린이도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녹취> 제마 (9세) : " 어머니는 죽었고 아빠는 집에 없어요."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대통령궁 앞 피난소에 온 다섯 남매. 며칠째 굶었지만 음식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며칠째 굶주림에 지쳐 있는 이들 고아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입니다. 지진으로 머리와 다리 등을 다쳐서 의료진이 있는 곳으로 실려오는 아이들, 생명은 구했지만 졸지에 고아가 됐습니다. <녹취< 아미 앗사(이스라엘 의료진) : "며칠 안에 수백 명 더 올 것이다. 여기서 치료받고 나가면 더 문제다." 아이티의 고아는 지진 발생 이전의 38만 명에서 이번 지진으로 10만 명의 고아가 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깊은 상처로 남게 될 지진 고아들, 갈 곳 잃은 이들은 오늘도 폐허의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