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히 ‘대기만성’ 알파인 스키 영웅⑤

입력 2010.01.27 (07:22) 수정 2010.01.2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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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를 위해 태어난 남자(Born to ski)’ 벤야민 라이히(32)는 오스트리아 알파인 스키의 영웅이다.



2009-2010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히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회전과 대회전, 복합 등 기술과 노련미를 겸비해야 하는 종목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라이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게 스키를 시작해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천천히 업적을 쌓은 ’대기만성형’이다.



1978년 2월 오스트리아 피츠탈에서 태어난 라이히는 18살 되던 해에야 비로소 스키 선수로서 길을 택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회전과 대회전을 휩쓸면서 ’피츠탈의 번개’라는 별명을 얻고 1996년 월드컵에 데뷔했지만, 성인 무대에서 경력은 순탄치 못했다.



라이히는 데뷔한 지 2년이 지나서야 대회전 10위의 성적으로 첫 월드컵 포인트를 따냈고, 이듬해에야 처음으로 3위 안에 들어 입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라이히는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내고 그해 월드컵 회전 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비로소 빛을 봤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라이히의 선수 생활은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는 회전과 복합에서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고, 2004년 1월까지 2년 동안 한 차례도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늘 주변에 머물렀다.



’스키 황제’ 헤르만 마이어(오스트리아)와 ’카우보이’ 보드 밀러(미국)의 양강 구도 사이에 라이히가 파고들 자리는 크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스피드를 향상시킨 라이히는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회전과 복합 금메달을 포함해 5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부활했다.



그해 월드컵 회전과 대회전, 복합 랭킹 1위를 석권한 라이히는 2006년에는 월드컵 종합 우승까지 차지하며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라이히는 이에 그치지 않고 토리노 동계올림픽 회전과 대회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2006년을 완전히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그러나 헤르만 마이어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화려했던 ’라이히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이어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신예 아크셀 룬트 스빈달(노르웨이)에게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나 월드컵 종합 우승을 내줬고, 2008년에는 보드 밀러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오랫동안 2인자에 머물면서도 라이히는 착실히 대회에 나가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올렸다.



올 시즌까지 라이히가 따낸 월드컵 금메달은 모두 35개. 스웨덴의 잉게마르 슈텐마르크(통산 86승)나 헤르만 마이어(통산 54승) 등 전설적인 영웅들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늘 라이히보다 앞서 빛났던 보드 밀러도 통산 기록에서는 32승으로 라이히를 넘지 못한다.



올해 32살의 노장인 라이히에게는 이번에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북이 걸음’으로 영웅의 자리까지 올라선 라이히가 밴쿠버에서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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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히 ‘대기만성’ 알파인 스키 영웅⑤
    • 입력 2010-01-27 07:22:41
    • 수정2010-01-27 07:48:48
    연합뉴스
‘스키를 위해 태어난 남자(Born to ski)’ 벤야민 라이히(32)는 오스트리아 알파인 스키의 영웅이다.

2009-2010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히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회전과 대회전, 복합 등 기술과 노련미를 겸비해야 하는 종목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라이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게 스키를 시작해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천천히 업적을 쌓은 ’대기만성형’이다.

1978년 2월 오스트리아 피츠탈에서 태어난 라이히는 18살 되던 해에야 비로소 스키 선수로서 길을 택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회전과 대회전을 휩쓸면서 ’피츠탈의 번개’라는 별명을 얻고 1996년 월드컵에 데뷔했지만, 성인 무대에서 경력은 순탄치 못했다.

라이히는 데뷔한 지 2년이 지나서야 대회전 10위의 성적으로 첫 월드컵 포인트를 따냈고, 이듬해에야 처음으로 3위 안에 들어 입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라이히는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내고 그해 월드컵 회전 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비로소 빛을 봤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라이히의 선수 생활은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는 회전과 복합에서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고, 2004년 1월까지 2년 동안 한 차례도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늘 주변에 머물렀다.

’스키 황제’ 헤르만 마이어(오스트리아)와 ’카우보이’ 보드 밀러(미국)의 양강 구도 사이에 라이히가 파고들 자리는 크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스피드를 향상시킨 라이히는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회전과 복합 금메달을 포함해 5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부활했다.

그해 월드컵 회전과 대회전, 복합 랭킹 1위를 석권한 라이히는 2006년에는 월드컵 종합 우승까지 차지하며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라이히는 이에 그치지 않고 토리노 동계올림픽 회전과 대회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2006년을 완전히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그러나 헤르만 마이어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화려했던 ’라이히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이어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신예 아크셀 룬트 스빈달(노르웨이)에게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나 월드컵 종합 우승을 내줬고, 2008년에는 보드 밀러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오랫동안 2인자에 머물면서도 라이히는 착실히 대회에 나가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올렸다.

올 시즌까지 라이히가 따낸 월드컵 금메달은 모두 35개. 스웨덴의 잉게마르 슈텐마르크(통산 86승)나 헤르만 마이어(통산 54승) 등 전설적인 영웅들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늘 라이히보다 앞서 빛났던 보드 밀러도 통산 기록에서는 32승으로 라이히를 넘지 못한다.

올해 32살의 노장인 라이히에게는 이번에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북이 걸음’으로 영웅의 자리까지 올라선 라이히가 밴쿠버에서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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