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시각장애인의 늦깎이 고교 졸업

입력 2010.01.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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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아픈데 돈이 없어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침술원을 운영하며 여생을 살까 합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시각장애 고교생 강채곤(68.경기 고양)씨가 다음달 10일 특수학교인 충북 충주시 호암동의 충주성모학교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시각장애 6급인 강씨는 왼쪽 눈으로만 사물을 희미하게 볼 수 있는 힘든 상황에서도 3년간 학교 근처에서 홀로 자취를 하며 고등부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3년간 힘들게 배운 안마와 침술을 활용해 힘들고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위해 침술원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해방 전인 1942년 전남 순천시 낙안읍에서 태어난 그는 교육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 속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불과 입학 한달만에 학교를 그만 둬야 했고 시장에 장사하러 간 어머니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할아버지 집에 얹혀 살아야만 했다.

농사를 도우며 근근이 생활했으나 19살 때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결국 강씨는 집을 나와야 했고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머슴생활을 해 입에 풀칠을 했다고 강씨는 기억을 더듬었다.

결혼 후 채소가게를 운영하며 한때 행복을 느끼기도 했으나 14년 전인 1996년 고혈압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치달으면서 절망에 빠졌다.

그러던 중 집 근처 교회에 갔다가 들은 '시각장애인 학교가 있다'는 말은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맹학교 복지관에서 3년간 공부를 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고 내친 김에 고등학교까지 도전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전국 10여개 맹학교에서 입학을 거절 당했지만 발품을 팔며 전국 곳곳을 누빈 끝에 충주성모학교에서 입학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고 2007년 3월부터 3년간 안마와 침술을 공부했다.

강씨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구석진 방에서 혼자 쓸쓸히 생활하던 나에게 아내는 큰 힘이 됐으며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줘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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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대 시각장애인의 늦깎이 고교 졸업
    • 입력 2010-01-27 16:06:10
    연합뉴스
"몸은 아픈데 돈이 없어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침술원을 운영하며 여생을 살까 합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시각장애 고교생 강채곤(68.경기 고양)씨가 다음달 10일 특수학교인 충북 충주시 호암동의 충주성모학교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시각장애 6급인 강씨는 왼쪽 눈으로만 사물을 희미하게 볼 수 있는 힘든 상황에서도 3년간 학교 근처에서 홀로 자취를 하며 고등부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3년간 힘들게 배운 안마와 침술을 활용해 힘들고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위해 침술원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해방 전인 1942년 전남 순천시 낙안읍에서 태어난 그는 교육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 속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불과 입학 한달만에 학교를 그만 둬야 했고 시장에 장사하러 간 어머니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할아버지 집에 얹혀 살아야만 했다. 농사를 도우며 근근이 생활했으나 19살 때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결국 강씨는 집을 나와야 했고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머슴생활을 해 입에 풀칠을 했다고 강씨는 기억을 더듬었다. 결혼 후 채소가게를 운영하며 한때 행복을 느끼기도 했으나 14년 전인 1996년 고혈압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치달으면서 절망에 빠졌다. 그러던 중 집 근처 교회에 갔다가 들은 '시각장애인 학교가 있다'는 말은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맹학교 복지관에서 3년간 공부를 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고 내친 김에 고등학교까지 도전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전국 10여개 맹학교에서 입학을 거절 당했지만 발품을 팔며 전국 곳곳을 누빈 끝에 충주성모학교에서 입학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고 2007년 3월부터 3년간 안마와 침술을 공부했다. 강씨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구석진 방에서 혼자 쓸쓸히 생활하던 나에게 아내는 큰 힘이 됐으며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줘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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