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창문 탑승’ 도운 역장 해임 ‘시끌’

입력 2010.01.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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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원 25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춘윈(春運.설 특별운송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열차 승객들이 창문으로 탑승하는 것을 역무원들이 도왔다는 이유로 역장이 해임되자 누리꾼들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광저우일보(廣州日報)는 춘윈 첫날인 지난 30일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의 한 기차역장이 안전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전격 해임됐다고 31일 보도했다.

그가 해임된 것은 현지 언론의 홈페이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 때문. 춘윈 표정을 스케치한 이 사진은 승객들이 창문을 통해 기차에 오르는 가운데 역무원들이 이 승객들의 탑승을 돕는 장면을 담고 있다.

철도 당국은 "역장을 해임한 것은 승객들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제때 조치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역 관리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춘윈기간 승객들의 안전 운송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탁상 행정"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표가 있더라도 붐비는 인파 속에서 귀성열차를 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안다"며 "기차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도록 도와준 역무원들을 표창하지는 못할망정 문책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춘윈 때 북적거리는 기차를 타지 않고도 고향에 갈 수 있는 고위층들이 어떻게 서민들의 귀성행렬을 이해하겠느냐"며 "실상을 모르고 현장도 한 번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결정하니 고향 가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신랑(新浪) 등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반나절 만에 철도 당국의 이번 조치와 관련된 수천 건의 글이 올라왔으며 글을 올린 누리꾼 90%는 역장의 해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해임된 역장을 복직시키기 위한 인터넷 청원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을 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이 역의 역무원들은 "탑승구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승객들로 꽉 찬 상태에서 기차가 출발하려 하자 타지 못한 승객들이 발을 구르는가 하면 주저앉아 우는 승객들도 있었다"며 "워낙 승객이 많아 창문으로 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역무원들은 "워낙 승객이 많다 보니 춘윈기간 어느 역에서나 나타나는 흔한 풍경인데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던 기자는 "기차가 떠나려는 상황에서 창문 말고는 탑승할 방법이 없었는데 기차 안의 누군가의 도움으로 몇몇 승객이 간신히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며 "내 사진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 닉네임을 '가책을 느낀다'는 의미의 '네이지우(內疾)'로 바꿨다.

지난 30일 시작된 중국의 이번 춘윈은 오는 3월 10일까지 40일간 계속된다. 중국 철도부는 이 기간 연인원 25억4천1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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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창문 탑승’ 도운 역장 해임 ‘시끌’
    • 입력 2010-01-31 17:06:36
    연합뉴스
연인원 25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춘윈(春運.설 특별운송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열차 승객들이 창문으로 탑승하는 것을 역무원들이 도왔다는 이유로 역장이 해임되자 누리꾼들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광저우일보(廣州日報)는 춘윈 첫날인 지난 30일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의 한 기차역장이 안전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전격 해임됐다고 31일 보도했다. 그가 해임된 것은 현지 언론의 홈페이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 때문. 춘윈 표정을 스케치한 이 사진은 승객들이 창문을 통해 기차에 오르는 가운데 역무원들이 이 승객들의 탑승을 돕는 장면을 담고 있다. 철도 당국은 "역장을 해임한 것은 승객들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제때 조치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역 관리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춘윈기간 승객들의 안전 운송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탁상 행정"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표가 있더라도 붐비는 인파 속에서 귀성열차를 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안다"며 "기차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도록 도와준 역무원들을 표창하지는 못할망정 문책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춘윈 때 북적거리는 기차를 타지 않고도 고향에 갈 수 있는 고위층들이 어떻게 서민들의 귀성행렬을 이해하겠느냐"며 "실상을 모르고 현장도 한 번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결정하니 고향 가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신랑(新浪) 등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반나절 만에 철도 당국의 이번 조치와 관련된 수천 건의 글이 올라왔으며 글을 올린 누리꾼 90%는 역장의 해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해임된 역장을 복직시키기 위한 인터넷 청원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을 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이 역의 역무원들은 "탑승구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승객들로 꽉 찬 상태에서 기차가 출발하려 하자 타지 못한 승객들이 발을 구르는가 하면 주저앉아 우는 승객들도 있었다"며 "워낙 승객이 많아 창문으로 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역무원들은 "워낙 승객이 많다 보니 춘윈기간 어느 역에서나 나타나는 흔한 풍경인데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던 기자는 "기차가 떠나려는 상황에서 창문 말고는 탑승할 방법이 없었는데 기차 안의 누군가의 도움으로 몇몇 승객이 간신히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며 "내 사진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 닉네임을 '가책을 느낀다'는 의미의 '네이지우(內疾)'로 바꿨다. 지난 30일 시작된 중국의 이번 춘윈은 오는 3월 10일까지 40일간 계속된다. 중국 철도부는 이 기간 연인원 25억4천1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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