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병원·약국 편법 개설

입력 2010.02.0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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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의약분업을 하면서 병원과 약국이 같은 층에서 개업하는 독점 영업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사실상 한 업체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처방이 남발되는 건 아닌지 짚어봅니다.

<질문>
최문종 기자, 병원과 약국 한층에서 영업하는 건 많이 봤는데 그게 원래 안되는 건가요?

<답변>
모든 경우에 그런 건 아닙니다.

건물 한 층에 병원과 약국만 있고, 두 곳이 전용 통로로 연결돼 있는 경우인데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꼭 약국 앞을 지나야 한다.

이런 경우 개업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사실상 병원 안 약국처럼 돼서 독점 관계가 되기 때문에 의약분업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병원과 약국 말고 다른 업종의 점포가 더 있거나, 병원은 2층, 약국은 1층 이런 경우에는 다소 독점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허가가 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에 취재한 병원과 약국은 어떤 곳입니까?

<답변>
네, 병원과 약국만 있는 곳인데, 형식적으로 다른 점포를 하나 더 설치해서 법망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건물 4층에 있는 한 병원인데요.

진료받은 환자들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약국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한 명도 예외가 없는데요.

병원과 약국이 사실상 한 업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이대로만 보면 불법인데, 바로 약국 앞에 도서대여점을 만들어서 이 병원과 약국은 개설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녹취> 병원장(음성변조):"약국이랑 저희랑 같이 이 층에 들어오기 위해서 저희가 (도서대여점 업주를) 구했죠. 저희가 공고를 내서요."

또 다른 건물 2층에서도 병원과 약국만 영업을 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폐업 상태인 점포가 하나 있어서 단속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질문>
편법인데, 제지할 방법은 없나요?

<답변>
병원과 약국, 다른 점포 운영자가 모두 다르게 신고돼 있어서 현재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잡아야 하는데, 단속권을 가진 보건소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고요.

지금 보시는 이 건물에는 병원과 약국, 미용실이 같이 있었다가 미용실이 없어지고, 병원과 약국만 남았는데요.

지금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이마저도 개설 허가를 취소해서 문을 닫게 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보건소 직원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관계 공무원:"소송을 했을 때는 개인재산권 침해나 행복추구권에 저해된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없애기가 힘든 거군요?) 그렇죠."

<질문>
병원에 가면, 꼭 약을 지으라고 하던데, 이유가 있었군요?

<답변>
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과 약국이 붙어 있으면 당장은 편합니다.

그런데 병원과 약국이 한 업체처럼 되면 담합을 하고, 과잉 진료와 처방, 약물 남용 등 쉽게 눈치채기는 어렵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이런 병원 한 곳에서 진찰을 받아봤는데요.

약간의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다고 하자 세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정상이었고요.

그런데도 뚜렷한 증상은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석 달 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습니다.

이게 적절한 진료와 처방이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사실 우리 병원과 약국들, 꼭 이런 편법을 쓰지 않더라도 사실상 독과점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곳이 많은데요.

의약분업 11년째를 맞고 있지만, 우리 항생제 사용량이 독일이나 네덜란드보다 두 배 많다는 점을 볼 때 우리 의약분업의 현주소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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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현장] 병원·약국 편법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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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의약분업을 하면서 병원과 약국이 같은 층에서 개업하는 독점 영업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사실상 한 업체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처방이 남발되는 건 아닌지 짚어봅니다. <질문> 최문종 기자, 병원과 약국 한층에서 영업하는 건 많이 봤는데 그게 원래 안되는 건가요? <답변> 모든 경우에 그런 건 아닙니다. 건물 한 층에 병원과 약국만 있고, 두 곳이 전용 통로로 연결돼 있는 경우인데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꼭 약국 앞을 지나야 한다. 이런 경우 개업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사실상 병원 안 약국처럼 돼서 독점 관계가 되기 때문에 의약분업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병원과 약국 말고 다른 업종의 점포가 더 있거나, 병원은 2층, 약국은 1층 이런 경우에는 다소 독점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허가가 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에 취재한 병원과 약국은 어떤 곳입니까? <답변> 네, 병원과 약국만 있는 곳인데, 형식적으로 다른 점포를 하나 더 설치해서 법망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건물 4층에 있는 한 병원인데요. 진료받은 환자들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약국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한 명도 예외가 없는데요. 병원과 약국이 사실상 한 업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이대로만 보면 불법인데, 바로 약국 앞에 도서대여점을 만들어서 이 병원과 약국은 개설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녹취> 병원장(음성변조):"약국이랑 저희랑 같이 이 층에 들어오기 위해서 저희가 (도서대여점 업주를) 구했죠. 저희가 공고를 내서요." 또 다른 건물 2층에서도 병원과 약국만 영업을 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폐업 상태인 점포가 하나 있어서 단속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질문> 편법인데, 제지할 방법은 없나요? <답변> 병원과 약국, 다른 점포 운영자가 모두 다르게 신고돼 있어서 현재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잡아야 하는데, 단속권을 가진 보건소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고요. 지금 보시는 이 건물에는 병원과 약국, 미용실이 같이 있었다가 미용실이 없어지고, 병원과 약국만 남았는데요. 지금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이마저도 개설 허가를 취소해서 문을 닫게 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보건소 직원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관계 공무원:"소송을 했을 때는 개인재산권 침해나 행복추구권에 저해된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없애기가 힘든 거군요?) 그렇죠." <질문> 병원에 가면, 꼭 약을 지으라고 하던데, 이유가 있었군요? <답변> 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과 약국이 붙어 있으면 당장은 편합니다. 그런데 병원과 약국이 한 업체처럼 되면 담합을 하고, 과잉 진료와 처방, 약물 남용 등 쉽게 눈치채기는 어렵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이런 병원 한 곳에서 진찰을 받아봤는데요. 약간의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다고 하자 세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정상이었고요. 그런데도 뚜렷한 증상은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석 달 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습니다. 이게 적절한 진료와 처방이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사실 우리 병원과 약국들, 꼭 이런 편법을 쓰지 않더라도 사실상 독과점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곳이 많은데요. 의약분업 11년째를 맞고 있지만, 우리 항생제 사용량이 독일이나 네덜란드보다 두 배 많다는 점을 볼 때 우리 의약분업의 현주소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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