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아이돌스타 지망생 문전성시

입력 2010.02.10 (07:34) 수정 2010.02.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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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가 쨍쨍하게 울려 퍼지는 연습실에는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대학생 김동현(21), 고등학생 백승헌(19)과 박선호(17)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거울 앞에서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옆방에서는 3-4월쯤 데뷔할 여자 그룹 후보인 김효정(19), 강지현(18), 양은진(21), 윤보라(20)가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스탠드 업 포 러브(Stand Up for Love )’를 마치 모창하듯 고음을 뽑아내고 있었다.



뒤늦게 중학생 연습생들이 연습실로 들어왔다. 노민우(15)와 백승도(15), 노윤호(14)는 이미 아역 연기자로도 활동해 꽤 낯익은 얼굴이다.



이들은 케이윌과 문지은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연습생이다.



가요계에는 음반기획사마다 아이돌 그룹 육성이 한창이다. 2007년 원더걸스가 폭넓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롤 모델’이 되자 지난해에는 ’걸그룹’들이 쏟아졌고, 연초에도 씨엔블루, 포커즈, 제국의아이들이 데뷔한 데 이어 3-4월 등장할 그룹만 5-6팀은 족히 된다.



아이돌 스타가 되려는 청소년이 많아지면서 ’아이돌 고시(考試)’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들은 왜 어린 나이에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직접 들어봤다. 또 연습생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아이돌 스타가 되기까지 어두운 단면도 엿봤다.



◇좋아하는 일하며 스타에 도전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은 기획사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생활한다. 오전 10시에 연습실로 나와 중학생은 밤 11시, 고등학생은 새벽 2시까지 연습한다. 보컬 선생 2명, 안무 선생 1명이 지도한다. 월말 평가를 통해 실력 향상 정도를 점검받는다.



이들은 일찍이 ’가수’라는 진로를 택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지현은 "6살 때 클론의 팬 사인회를 보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에 나도 사인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그 직업이 연예인이란 걸 알았고 지난해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이 됐다"고 말했다.



’왕과 나’, ’일지매’ 등 다수 드라마에 아역으로 출연한 백승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연기를 그만두게 하려고 공동묘지에 나를 혼자 두고 가신 적도 있다"며 "연예계 일을 너무 하고 싶어, 공부도 잘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빅뱅, 2PM, 소녀시대처럼 스타가 되면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청사진도 분명 있을 터. 이들은 시작한 만큼 비, 이효리처럼 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음악을 좋아하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즐겁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자 연습생들은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을 접할 때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강지현은 "여자이니까 연예계 ’접대’ 관행 등의 언론보도를 보면서 혹시 속아서 나쁜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지금은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연습하고 있어 도전과 성공 여부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고 덧붙였다.



◇보컬ㆍ춤ㆍ언어ㆍ연기 수업은 기본



연습생이 되는 길은 다양하다. 학교에서 혹은 TV 아역 중 기획사 신인 발굴 담당자의 눈에 띄어 오디션 제의를 받거나, 작곡가 등 지인들의 소개도 받는다. 대형 음반기획사의 공개 오디션에 참여하고, 데모 CD를 들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 제 발로 찾아나서는 일도 늘었다.



한 음반기획사에 데모 CD를 전달한 한예진(18)은 "지금껏 여러 기획사 오디션에서 8번가량 떨어졌다"며 "가창력과 외모 중 무엇때문인지 고민된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습생으로 뽑히면 연습생 계약을 하고, 데뷔하면 전속계약서에 따라 활동한다. 이들은 보컬, 춤, 언어, 연기 등 기획사가 마련한 스케줄표 대로 훈련받는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이 6년, 2PM의 준수가 4년, 소녀시대가 5-6년씩 연습생 생활을 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2000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가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자 작은 기획사들도 점차 체계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연습생 50명이 각기 보유한 재능에 맞게 맞춤형 시간표를 짜준다"며 "재즈 댄스, 연기 등 개인이 원하거나 재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따로 집중 수업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보컬은 개별 실력을 평가한 후 1대 1 레슨을 하고, 춤은 수준별로 나눠 가르친다"며 "언어는 중국어, 영어 등 여러 클래스로 나눠 단체 수업을 하고, 이중 교포와 외국인 연습생은 한국어 수업을 따로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금의 아이돌 그룹은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그룹과 달리, 보컬과 춤 실력을 갖췄고 해외 활동을 위한 외국어 수준까지 높다. 이들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발표하면서 팬 연령대도 확장했다.



◇화려함 뒤의 그림자



무대에서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가수 중에는 데뷔 전 여러 기획사를 거치며 좌절을 겪은 멤버도 많다.



원더걸스의 유빈, 애프터스쿨의 유이, 시크릿의 전효성은 한 기획사에서 같은 그룹으로 데뷔할 연습생들이었으나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팀으로 데뷔했다. 빅뱅 후보였던 비스트의 장현승도 빅뱅 탈락 후, 오랜 방황을 거쳐 비스트로 데뷔했다.



아이돌 그룹의 평균 수명이 5-6년으로 짧다 보니, 어린 나이에 데뷔해 20대 후반 이후를 고민하는 가수도 늘어났다.



2004년 데뷔한 동방신기도 세 멤버가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분쟁 이후 5인 체제로 팀 활동이 불투명해졌고, 다국적 그룹을 표방한 에이스타일은 데뷔 1년 만인 지난해 해체됐다. 또 2005년 데뷔한 그룹 파란도 해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21살의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는 "그룹이 해체되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몇몇 외에는 이름과 얼굴까지 잊힌다"며 "이제는 그룹 활동 중, 솔로 가수와 연기자 등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나마 연습생 과정을 거쳐 가수로 데뷔한 것은 운이 좋다. 가수를 꿈꾸다가 금전 등의 사기를 당하거나, 여러 기획사를 전전하다가 다른 직업을 찾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현재 한 기획사의 연습생은 "동대문 등지에 가면 200-300만원 선불을 내고 연습생으로 들어오라며 명함을 주는 분이 많다"고 했다.



아이돌 가수를 꿈꿨던 20대 작곡가는 "SM 등 유명 기획사 오디션에서 떨어진 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한 프로듀서 밑에서 작곡 공부를 시작했고 히트곡을 냈다"며 "나는 무척 운이 좋은 케이스로, 가수의 꿈이 좌절돼 방황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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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2-10 07:34:40
    • 수정2010-02-10 10:46:42
    연합뉴스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가 쨍쨍하게 울려 퍼지는 연습실에는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대학생 김동현(21), 고등학생 백승헌(19)과 박선호(17)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거울 앞에서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옆방에서는 3-4월쯤 데뷔할 여자 그룹 후보인 김효정(19), 강지현(18), 양은진(21), 윤보라(20)가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스탠드 업 포 러브(Stand Up for Love )’를 마치 모창하듯 고음을 뽑아내고 있었다.

뒤늦게 중학생 연습생들이 연습실로 들어왔다. 노민우(15)와 백승도(15), 노윤호(14)는 이미 아역 연기자로도 활동해 꽤 낯익은 얼굴이다.

이들은 케이윌과 문지은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연습생이다.

가요계에는 음반기획사마다 아이돌 그룹 육성이 한창이다. 2007년 원더걸스가 폭넓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롤 모델’이 되자 지난해에는 ’걸그룹’들이 쏟아졌고, 연초에도 씨엔블루, 포커즈, 제국의아이들이 데뷔한 데 이어 3-4월 등장할 그룹만 5-6팀은 족히 된다.

아이돌 스타가 되려는 청소년이 많아지면서 ’아이돌 고시(考試)’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들은 왜 어린 나이에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직접 들어봤다. 또 연습생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아이돌 스타가 되기까지 어두운 단면도 엿봤다.

◇좋아하는 일하며 스타에 도전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은 기획사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생활한다. 오전 10시에 연습실로 나와 중학생은 밤 11시, 고등학생은 새벽 2시까지 연습한다. 보컬 선생 2명, 안무 선생 1명이 지도한다. 월말 평가를 통해 실력 향상 정도를 점검받는다.

이들은 일찍이 ’가수’라는 진로를 택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지현은 "6살 때 클론의 팬 사인회를 보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에 나도 사인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그 직업이 연예인이란 걸 알았고 지난해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이 됐다"고 말했다.

’왕과 나’, ’일지매’ 등 다수 드라마에 아역으로 출연한 백승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연기를 그만두게 하려고 공동묘지에 나를 혼자 두고 가신 적도 있다"며 "연예계 일을 너무 하고 싶어, 공부도 잘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빅뱅, 2PM, 소녀시대처럼 스타가 되면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청사진도 분명 있을 터. 이들은 시작한 만큼 비, 이효리처럼 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음악을 좋아하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즐겁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자 연습생들은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을 접할 때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강지현은 "여자이니까 연예계 ’접대’ 관행 등의 언론보도를 보면서 혹시 속아서 나쁜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지금은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연습하고 있어 도전과 성공 여부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고 덧붙였다.

◇보컬ㆍ춤ㆍ언어ㆍ연기 수업은 기본

연습생이 되는 길은 다양하다. 학교에서 혹은 TV 아역 중 기획사 신인 발굴 담당자의 눈에 띄어 오디션 제의를 받거나, 작곡가 등 지인들의 소개도 받는다. 대형 음반기획사의 공개 오디션에 참여하고, 데모 CD를 들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 제 발로 찾아나서는 일도 늘었다.

한 음반기획사에 데모 CD를 전달한 한예진(18)은 "지금껏 여러 기획사 오디션에서 8번가량 떨어졌다"며 "가창력과 외모 중 무엇때문인지 고민된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습생으로 뽑히면 연습생 계약을 하고, 데뷔하면 전속계약서에 따라 활동한다. 이들은 보컬, 춤, 언어, 연기 등 기획사가 마련한 스케줄표 대로 훈련받는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이 6년, 2PM의 준수가 4년, 소녀시대가 5-6년씩 연습생 생활을 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2000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가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자 작은 기획사들도 점차 체계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연습생 50명이 각기 보유한 재능에 맞게 맞춤형 시간표를 짜준다"며 "재즈 댄스, 연기 등 개인이 원하거나 재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따로 집중 수업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보컬은 개별 실력을 평가한 후 1대 1 레슨을 하고, 춤은 수준별로 나눠 가르친다"며 "언어는 중국어, 영어 등 여러 클래스로 나눠 단체 수업을 하고, 이중 교포와 외국인 연습생은 한국어 수업을 따로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금의 아이돌 그룹은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그룹과 달리, 보컬과 춤 실력을 갖췄고 해외 활동을 위한 외국어 수준까지 높다. 이들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발표하면서 팬 연령대도 확장했다.

◇화려함 뒤의 그림자

무대에서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가수 중에는 데뷔 전 여러 기획사를 거치며 좌절을 겪은 멤버도 많다.

원더걸스의 유빈, 애프터스쿨의 유이, 시크릿의 전효성은 한 기획사에서 같은 그룹으로 데뷔할 연습생들이었으나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팀으로 데뷔했다. 빅뱅 후보였던 비스트의 장현승도 빅뱅 탈락 후, 오랜 방황을 거쳐 비스트로 데뷔했다.

아이돌 그룹의 평균 수명이 5-6년으로 짧다 보니, 어린 나이에 데뷔해 20대 후반 이후를 고민하는 가수도 늘어났다.

2004년 데뷔한 동방신기도 세 멤버가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분쟁 이후 5인 체제로 팀 활동이 불투명해졌고, 다국적 그룹을 표방한 에이스타일은 데뷔 1년 만인 지난해 해체됐다. 또 2005년 데뷔한 그룹 파란도 해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21살의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는 "그룹이 해체되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몇몇 외에는 이름과 얼굴까지 잊힌다"며 "이제는 그룹 활동 중, 솔로 가수와 연기자 등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나마 연습생 과정을 거쳐 가수로 데뷔한 것은 운이 좋다. 가수를 꿈꾸다가 금전 등의 사기를 당하거나, 여러 기획사를 전전하다가 다른 직업을 찾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현재 한 기획사의 연습생은 "동대문 등지에 가면 200-300만원 선불을 내고 연습생으로 들어오라며 명함을 주는 분이 많다"고 했다.

아이돌 가수를 꿈꿨던 20대 작곡가는 "SM 등 유명 기획사 오디션에서 떨어진 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한 프로듀서 밑에서 작곡 공부를 시작했고 히트곡을 냈다"며 "나는 무척 운이 좋은 케이스로, 가수의 꿈이 좌절돼 방황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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