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32년만 중국에 충격패

입력 2010.02.10 (21:07) 수정 2010.02.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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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4개월여 앞둔 모의고사에서 극심한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리던 중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부 풀리그 중국과 2차전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실망스런 경기를 펼친 끝에 전반에 두 골, 후반에 한 골을 헌납하며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홍콩과 1차전에서 5-0 완승을 낚았던 한국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중국에 덜미를 잡혀 1승1패가 됐다. 일본과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중국이 1승1무를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섰고 일본(1무)과 홍콩(1패)이 3, 4위로 밀렸다.



지난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1-0 승리를 거둔 이후 32년 동안 중국을 상대로 27경기 연속 무패(16승11무) 행진을 이어왔던 한국의 중국전 패배는 이번이 A매치 사상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이자 7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으로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만 나갔던 중국(FIFA 랭킹 87위)에 3점차 패배를 당한 건 아시아 강자의 체면을 구긴 수모다.



지난 2008년 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은 민족의 명절인 설 당일(14일) 일본을 상대로 기사회생을 노린다.



`아시아 지존’임을 자처했던 한국 축구가 괄목상대한 전력으로 변모한 중국에 고개를 떨어뜨린 한판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오른쪽 허벅지 부상 우려를 낳았던 이근호를 이동국의 투톱 파트너로 세우고 오른쪽 날개에 김보경 대신 스피드와 슈팅이 좋은 김두현을 배치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정수-조용형-곽태휘-오범석이 차례로 늘어섰다.



중앙수비를 책임졌던 이정수가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기고 2년 전 중국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중앙수비수로 가세한 게 변화였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킥오프된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의 대형 태극기 응원에도 공격과 수비 모두 중국을 압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몸이 무거운 이근호와 홍콩과 경기에서 4년 만에 A매치 득점포를 가동했던 이동국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중앙수비수 곽태휘는 수비진에 녹아들지 못한 채 실수를 남발하며 어이없는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중국은 `짜∼요’ 응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의 강한 압박으로 공세의 수위를 높였고 한국의 패스 미스를 놓치지 않고 순간적인 역습으로 허점을 파고들었다.



중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역습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취보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고 나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우하이가 껑충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었다.



공은 왼쪽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고 골키퍼 이운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정수의 수비 가담이 늦은 데다 곽태휘가 커버 플레이를 해주지 못했다. 조용형이 함께 점프했지만 위하이의 헤딩이 위협적이었다.



한국은 설상가상으로 이정수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전반 15분 박주호로 교체됐다. 이정수를 왼쪽 풀백으로 선발 투입한 허정무 감독의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펑샤오팅 등 장신 수비수들이 버틴 중국의 문전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전반 이근호의 예리한 땅볼 크로스에 오장은이 달려들며 발을 뻗었지만 공에 닿지 않았다. 곧 이은 이근호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은 상대 골키퍼 양즈에게 막혔고 구자철의 왼발 슈팅도 골대를 비켜갔다.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태극전사들이 또 한 번 수비 약점을 드러내며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전반 27분 수비 진영에서 곽태휘가 공을 걷어냈으나 아크 외곽에 도사리던 양하오가 공을 가로챈 뒤 골문으로 달려드는 가오린에게 찔러줬다. 가오린은 왼발 슈팅으로 가볍게 마무리하면서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위험 지역에서 안정감 있게 걷어내지 못한 곽태휘의 실책이 부른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한국은 전반에 볼 점유율 58%로 중국에 앞섰고 슈팅수도 9대5로 압도했으나 결정적인 패스 실수와 수비 불안 탓에 중국의 역습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이근호 대신 이승렬, 김두현 대신 노병준을 교체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안정적인 포백 수비진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기습을 노린 중국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적이었다.



오히려 상승세를 탄 중국은 후반 15분 공격수들이 개인기를 한껏 보여주며 한국에 또 한 번 일격을 가했다.



중국의 해결사는 최전방 공격수 덩주샹이었다. 덩주샹은 하프라인부터 환상적인 드리블로 오른쪽을 돌파하고 나서 2대 1 패스에 이어 한국의 수비수 세 명을 따돌리는 원맨쇼를 펼친 뒤 강한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꿰뚫었다.



막판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21분 김정우가 골키퍼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왼발 아웃사이드로 골키퍼를 살짝 넘겼지만 수비수가 골라인 직전 걷어냈다. 만회골을 만들 절호의 기회였지만 공의 힘이 떨어진 게 아쉬웠다.



후반 41분 이동국의 강력한 왼발 슈팅도 옆 그물을 때렸다.



홍콩과 1차전에서 한 골씩 넣었던 이동국, 노병준, 이승렬은 모두 제대로 된 맞대결에서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결국 무득점 패배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한편 앞서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2차전에서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 지소연이 한 골을 만회했으나 결국 1-2로 져 `코리아 오누이’가 모두 중국 축구에 일격을 당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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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2-10 21:07:29
    • 수정2010-02-10 21:23:16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4개월여 앞둔 모의고사에서 극심한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리던 중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부 풀리그 중국과 2차전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실망스런 경기를 펼친 끝에 전반에 두 골, 후반에 한 골을 헌납하며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홍콩과 1차전에서 5-0 완승을 낚았던 한국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중국에 덜미를 잡혀 1승1패가 됐다. 일본과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중국이 1승1무를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섰고 일본(1무)과 홍콩(1패)이 3, 4위로 밀렸다.

지난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1-0 승리를 거둔 이후 32년 동안 중국을 상대로 27경기 연속 무패(16승11무) 행진을 이어왔던 한국의 중국전 패배는 이번이 A매치 사상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이자 7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으로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만 나갔던 중국(FIFA 랭킹 87위)에 3점차 패배를 당한 건 아시아 강자의 체면을 구긴 수모다.

지난 2008년 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은 민족의 명절인 설 당일(14일) 일본을 상대로 기사회생을 노린다.

`아시아 지존’임을 자처했던 한국 축구가 괄목상대한 전력으로 변모한 중국에 고개를 떨어뜨린 한판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오른쪽 허벅지 부상 우려를 낳았던 이근호를 이동국의 투톱 파트너로 세우고 오른쪽 날개에 김보경 대신 스피드와 슈팅이 좋은 김두현을 배치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정수-조용형-곽태휘-오범석이 차례로 늘어섰다.

중앙수비를 책임졌던 이정수가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기고 2년 전 중국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중앙수비수로 가세한 게 변화였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킥오프된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의 대형 태극기 응원에도 공격과 수비 모두 중국을 압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몸이 무거운 이근호와 홍콩과 경기에서 4년 만에 A매치 득점포를 가동했던 이동국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중앙수비수 곽태휘는 수비진에 녹아들지 못한 채 실수를 남발하며 어이없는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중국은 `짜∼요’ 응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의 강한 압박으로 공세의 수위를 높였고 한국의 패스 미스를 놓치지 않고 순간적인 역습으로 허점을 파고들었다.

중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역습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취보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고 나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우하이가 껑충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었다.

공은 왼쪽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고 골키퍼 이운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정수의 수비 가담이 늦은 데다 곽태휘가 커버 플레이를 해주지 못했다. 조용형이 함께 점프했지만 위하이의 헤딩이 위협적이었다.

한국은 설상가상으로 이정수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전반 15분 박주호로 교체됐다. 이정수를 왼쪽 풀백으로 선발 투입한 허정무 감독의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펑샤오팅 등 장신 수비수들이 버틴 중국의 문전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전반 이근호의 예리한 땅볼 크로스에 오장은이 달려들며 발을 뻗었지만 공에 닿지 않았다. 곧 이은 이근호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은 상대 골키퍼 양즈에게 막혔고 구자철의 왼발 슈팅도 골대를 비켜갔다.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태극전사들이 또 한 번 수비 약점을 드러내며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전반 27분 수비 진영에서 곽태휘가 공을 걷어냈으나 아크 외곽에 도사리던 양하오가 공을 가로챈 뒤 골문으로 달려드는 가오린에게 찔러줬다. 가오린은 왼발 슈팅으로 가볍게 마무리하면서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위험 지역에서 안정감 있게 걷어내지 못한 곽태휘의 실책이 부른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한국은 전반에 볼 점유율 58%로 중국에 앞섰고 슈팅수도 9대5로 압도했으나 결정적인 패스 실수와 수비 불안 탓에 중국의 역습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이근호 대신 이승렬, 김두현 대신 노병준을 교체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안정적인 포백 수비진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기습을 노린 중국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적이었다.

오히려 상승세를 탄 중국은 후반 15분 공격수들이 개인기를 한껏 보여주며 한국에 또 한 번 일격을 가했다.

중국의 해결사는 최전방 공격수 덩주샹이었다. 덩주샹은 하프라인부터 환상적인 드리블로 오른쪽을 돌파하고 나서 2대 1 패스에 이어 한국의 수비수 세 명을 따돌리는 원맨쇼를 펼친 뒤 강한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꿰뚫었다.

막판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21분 김정우가 골키퍼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왼발 아웃사이드로 골키퍼를 살짝 넘겼지만 수비수가 골라인 직전 걷어냈다. 만회골을 만들 절호의 기회였지만 공의 힘이 떨어진 게 아쉬웠다.

후반 41분 이동국의 강력한 왼발 슈팅도 옆 그물을 때렸다.

홍콩과 1차전에서 한 골씩 넣었던 이동국, 노병준, 이승렬은 모두 제대로 된 맞대결에서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결국 무득점 패배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한편 앞서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2차전에서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 지소연이 한 골을 만회했으나 결국 1-2로 져 `코리아 오누이’가 모두 중국 축구에 일격을 당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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