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이승훈, 1만m ‘기적의 금메달’

입력 2010.02.24 (06:57) 수정 2010.02.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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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1호 메달리스트인 이승훈(21.한국체대)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2분58초55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놀라운 레이스를 펼쳐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는 13분02초07을 기록한 러시아의 스코브레프가 차지했고 동메달은 13분06초73에 그친 금메달리스트 봅 데용(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지난 14일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이승훈은 이로써  모태범(21.한국체대)에 이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두번째로 2개의 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이승훈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스케이팅 장거리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지금까지 아시아 선수가 장거리에서 이룬 가장 뛰어난 성과라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의 시라하타 게이지가 10,000m에서  4위에 오른 것이었다.



    10,000m 출전이 불과 세번째인 이승훈은 지난달 10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세웠던 한국기록 13분21초04를 불과 45일만에 21초49나 단축시키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레이스였다.



    16명의 참가선수 중 5조 인코스에 편성돼 네덜란드의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출발부터 여유가 넘쳤다.



    400m 트랙을 25바퀴나 돌아야 하는 '빙판의 마라톤'에서 첫 바퀴를 돌자 앞서 1위였던 노르웨이의 스베레 하우글리의 기록을 0.69초 앞당기더니 2000m를 돌 때는 2초나 앞섰다.



    가속이 붙은 이승훈은 이후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하우글리의 기록을 1초씩 앞당겼고 절반을 넘어선 5200m 지점에서는 10초22나 단축하며 같이 뛴 아르젠을 반바퀴 차이로 따돌렸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직선 주로보다 코너링에서 완벽한 주법을 펼치며 더욱 속도를 높인 이승훈은 조금도 지친 기색없이 400m를 돌 때마다 기록을 단축시켰다.



    마지막 바퀴를 돌 때에는 같이 뛴 선수를 1바퀴 이상 추월하며 7년 묵은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 앞당기는 새로운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관규 감독의 함박웃음 속에 레이스를 마친 이승훈은 초조하게 남은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라이벌로 여겼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 10,000m 우승자인 봅 데 용이 13분06초73에 그치자 동메달을 확보한 채 마지막 주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의 레이스만이  남았다.



    이번 대회 5,0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크라머는 역시 10,000m에서도 세계기록 보유자 답게 놀라운 스피드를 앞세워 2,000m 구간부터 이승훈의 기록을 조금씩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가던 크라머는 믿기지 않는 실수로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크라머는 8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코너로 진입할 때 아웃코스로 나가려다 게라드 켐케스 코치가 황급하게 외치는 지시를 듣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인코스로 진입했다.



    그러나 원래 들어가야 했던 자리는 아웃코스였기 때문에 인코스를 두 번 탄  크라머는 당연히 실격되고 말았다.



    크라머가 실격될 것이라는 상황을 일찌감치 확인한 이승훈은 김관규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자축했다. 



    이승훈보다 빠른 4초 이상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크라머는 결국 코스를 잘못 탄 탓에 실격되자 선글래스를 집어던지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심판진의 결정은 명확했다.



    크라머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때도 팀 추월 경기 준결승에서 레인 마크를 건드려 실격됐던 전례가 있었다.



    한국은 최단거리인 남녀 500m를 석권한 데 이어 최장거리인 10,000m까지 금메달을 휩쓸며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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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속 이승훈, 1만m ‘기적의 금메달’
    • 입력 2010-02-24 06:57:13
    • 수정2010-02-24 10:17:59
    연합뉴스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1호 메달리스트인 이승훈(21.한국체대)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2분58초55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놀라운 레이스를 펼쳐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는 13분02초07을 기록한 러시아의 스코브레프가 차지했고 동메달은 13분06초73에 그친 금메달리스트 봅 데용(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지난 14일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이승훈은 이로써  모태범(21.한국체대)에 이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두번째로 2개의 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이승훈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스케이팅 장거리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지금까지 아시아 선수가 장거리에서 이룬 가장 뛰어난 성과라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의 시라하타 게이지가 10,000m에서  4위에 오른 것이었다.

    10,000m 출전이 불과 세번째인 이승훈은 지난달 10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세웠던 한국기록 13분21초04를 불과 45일만에 21초49나 단축시키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레이스였다.

    16명의 참가선수 중 5조 인코스에 편성돼 네덜란드의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출발부터 여유가 넘쳤다.

    400m 트랙을 25바퀴나 돌아야 하는 '빙판의 마라톤'에서 첫 바퀴를 돌자 앞서 1위였던 노르웨이의 스베레 하우글리의 기록을 0.69초 앞당기더니 2000m를 돌 때는 2초나 앞섰다.

    가속이 붙은 이승훈은 이후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하우글리의 기록을 1초씩 앞당겼고 절반을 넘어선 5200m 지점에서는 10초22나 단축하며 같이 뛴 아르젠을 반바퀴 차이로 따돌렸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직선 주로보다 코너링에서 완벽한 주법을 펼치며 더욱 속도를 높인 이승훈은 조금도 지친 기색없이 400m를 돌 때마다 기록을 단축시켰다.

    마지막 바퀴를 돌 때에는 같이 뛴 선수를 1바퀴 이상 추월하며 7년 묵은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 앞당기는 새로운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관규 감독의 함박웃음 속에 레이스를 마친 이승훈은 초조하게 남은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라이벌로 여겼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 10,000m 우승자인 봅 데 용이 13분06초73에 그치자 동메달을 확보한 채 마지막 주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의 레이스만이  남았다.

    이번 대회 5,0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크라머는 역시 10,000m에서도 세계기록 보유자 답게 놀라운 스피드를 앞세워 2,000m 구간부터 이승훈의 기록을 조금씩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가던 크라머는 믿기지 않는 실수로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크라머는 8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코너로 진입할 때 아웃코스로 나가려다 게라드 켐케스 코치가 황급하게 외치는 지시를 듣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인코스로 진입했다.

    그러나 원래 들어가야 했던 자리는 아웃코스였기 때문에 인코스를 두 번 탄  크라머는 당연히 실격되고 말았다.

    크라머가 실격될 것이라는 상황을 일찌감치 확인한 이승훈은 김관규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자축했다. 

    이승훈보다 빠른 4초 이상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크라머는 결국 코스를 잘못 탄 탓에 실격되자 선글래스를 집어던지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심판진의 결정은 명확했다.

    크라머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때도 팀 추월 경기 준결승에서 레인 마크를 건드려 실격됐던 전례가 있었다.

    한국은 최단거리인 남녀 500m를 석권한 데 이어 최장거리인 10,000m까지 금메달을 휩쓸며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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