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누구도 예상 못한 ‘이변 질주’

입력 2010.02.24 (07:00) 수정 2010.02.2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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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야생마'가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로 우뚝 서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희망' 이승훈(22.한국체대)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로 우뚝 섰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새벽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대회 남자 1만m에서 12분58초55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승훈은 기존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나 앞당겼다.

이 모든 것이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루어낸 결과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선수로서 지난해 2월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3관왕에 올랐던 기대주였다.

8살때 누나와 함께 취미로 스케이트를 배운 이승훈은 쇼트트랙 명문 신목고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지만, 경쟁이 극심해 안현수(성남시청)와 이호석(고양시청)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 탈락하고 나서 이승훈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루고자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긴 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주니어, 시니어 대표팀을 거치며 쇼트트랙 선수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기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초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여름 독하게 마음먹고 훈련에 매진한 이승훈은 10월 제44회 전국남녀 종목별 빙상선수권대회 겸 2009-2010 월드컵 파견 선수 선발대회 첫날 남자부 5,000m에서 우승하며 당당히 대표팀에 뽑혔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잡은 이승훈은 이후 월드컵 시리즈에서 3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승훈은 2년 묵었던 5,000m 한국 기록을 무려 13초82나 단축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의 놀라운 활약에 한국 빙상계도 기대를 감추지 않았지만, 사실 동계올림픽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이번 시즌 4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디비전A(1부리그) 최고 성적은 5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장거리 종목은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따낸 적이 없을 정도로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도 했다.

이승훈 역시 "10위권이나 5위권 정도로 아시아선수로서 최고 성적을 내고 싶다"며 "다음번 올림픽에서는 몇 단계 더 성장해서 '이례적인 아시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열린 5,000m 레이스에서 자신도 기대하지 못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자신감을 얻은 이승훈은 조용히 1만m에서 기적을 준비했다.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는 하기 어려웠다. 이승훈은 이날까지 국제대회에서 1만m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이승훈의 상승세는 경험 부족을 메우고도 남았다.

이승훈은 함께 출발한 선수를 한 바퀴 차로 제치는 명장면을 연출하며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여기에 지치지 않는 레이스를 펼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실수로 실격당하는 행운까지 겹쳤다.

이미 '아시아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선수'가 된 이승훈이 '세계 최고의 선수'로 한 계단 더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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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훈, 누구도 예상 못한 ‘이변 질주’
    • 입력 2010-02-24 07:00:25
    • 수정2010-02-24 07:18:36
    연합뉴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야생마'가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로 우뚝 서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희망' 이승훈(22.한국체대)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로 우뚝 섰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새벽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대회 남자 1만m에서 12분58초55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승훈은 기존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나 앞당겼다. 이 모든 것이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루어낸 결과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선수로서 지난해 2월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3관왕에 올랐던 기대주였다. 8살때 누나와 함께 취미로 스케이트를 배운 이승훈은 쇼트트랙 명문 신목고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지만, 경쟁이 극심해 안현수(성남시청)와 이호석(고양시청)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 탈락하고 나서 이승훈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루고자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긴 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주니어, 시니어 대표팀을 거치며 쇼트트랙 선수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기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초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여름 독하게 마음먹고 훈련에 매진한 이승훈은 10월 제44회 전국남녀 종목별 빙상선수권대회 겸 2009-2010 월드컵 파견 선수 선발대회 첫날 남자부 5,000m에서 우승하며 당당히 대표팀에 뽑혔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잡은 이승훈은 이후 월드컵 시리즈에서 3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승훈은 2년 묵었던 5,000m 한국 기록을 무려 13초82나 단축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의 놀라운 활약에 한국 빙상계도 기대를 감추지 않았지만, 사실 동계올림픽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이번 시즌 4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디비전A(1부리그) 최고 성적은 5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장거리 종목은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따낸 적이 없을 정도로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도 했다. 이승훈 역시 "10위권이나 5위권 정도로 아시아선수로서 최고 성적을 내고 싶다"며 "다음번 올림픽에서는 몇 단계 더 성장해서 '이례적인 아시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열린 5,000m 레이스에서 자신도 기대하지 못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자신감을 얻은 이승훈은 조용히 1만m에서 기적을 준비했다.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는 하기 어려웠다. 이승훈은 이날까지 국제대회에서 1만m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이승훈의 상승세는 경험 부족을 메우고도 남았다. 이승훈은 함께 출발한 선수를 한 바퀴 차로 제치는 명장면을 연출하며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여기에 지치지 않는 레이스를 펼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실수로 실격당하는 행운까지 겹쳤다. 이미 '아시아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선수'가 된 이승훈이 '세계 최고의 선수'로 한 계단 더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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