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양심 가린 자율고 부정 입학

입력 2010.02.24 (07:19) 수정 2010.02.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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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적 배려에 우리 사회의 배려는 없었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입학 정원의 20%는 사회적 배려대상자, 즉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할애돼 있습니다.

국가가 지정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차차상위 계층 자녀, 기타 학교장이 추천한 빈곤가정 학생 등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으면서도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해 합격한 사례들이 하나 둘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빗나간 교육열도 그렇지만, 선발제도의 구멍이 너무 컸습니다. 학교장이 생활이 어렵다고 인정하고 추천하기만 하면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자녀의 경우처럼 국가 지정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직 조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합격자 8백50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3백명 이상을 부정합격자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의 절반을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뽑은 자율고도 있습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셋 중 하나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도덕성 지수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배려대상 전형에 합격한 학생은 연간 3백만 원 정도의 수업료를 정부에서 지원받습니다. 부정하게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들은 지원금을 받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지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벼농사 직불금 부정 수령 사태를 상기시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생각이 나쁜 관행을 만들고, 그 관행은 사회적 도덕감을 소멸시킵니다.

학부모와 학교가 공모하고 자율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사태와 연루된 어떤 교장 선생님은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학생들 사정을 일일이 어떻게 아느냐’ 이렇게 항변했다고 합니다. 무책임과 안이함이 묻어나오는 변명입니다. 나라의 미래를 걸머질 교육을 책임지는 인사가 할 말이 아닙니다. ‘매달 회의를 주재해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고민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편법입학 학생에 대한 입학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질지, 새 학기가 시작된 뒤에도 교육청의 이런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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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양심 가린 자율고 부정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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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0-02-24 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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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적 배려에 우리 사회의 배려는 없었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입학 정원의 20%는 사회적 배려대상자, 즉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할애돼 있습니다. 국가가 지정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차차상위 계층 자녀, 기타 학교장이 추천한 빈곤가정 학생 등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으면서도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해 합격한 사례들이 하나 둘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빗나간 교육열도 그렇지만, 선발제도의 구멍이 너무 컸습니다. 학교장이 생활이 어렵다고 인정하고 추천하기만 하면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자녀의 경우처럼 국가 지정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직 조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합격자 8백50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3백명 이상을 부정합격자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의 절반을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뽑은 자율고도 있습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셋 중 하나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도덕성 지수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배려대상 전형에 합격한 학생은 연간 3백만 원 정도의 수업료를 정부에서 지원받습니다. 부정하게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들은 지원금을 받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지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벼농사 직불금 부정 수령 사태를 상기시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생각이 나쁜 관행을 만들고, 그 관행은 사회적 도덕감을 소멸시킵니다. 학부모와 학교가 공모하고 자율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사태와 연루된 어떤 교장 선생님은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학생들 사정을 일일이 어떻게 아느냐’ 이렇게 항변했다고 합니다. 무책임과 안이함이 묻어나오는 변명입니다. 나라의 미래를 걸머질 교육을 책임지는 인사가 할 말이 아닙니다. ‘매달 회의를 주재해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고민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편법입학 학생에 대한 입학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질지, 새 학기가 시작된 뒤에도 교육청의 이런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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