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속 역사가 곧 아시아의 역사

입력 2010.02.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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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22.한국체대)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에도 큰 경사다.

5,000m와 1만m 등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은 그동안 아시아 선수가 넘볼 수 없는 종목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지난 2006년 20회 토리노 대회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 금메달은 늘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차지였다.

노르웨이가 남자 5,000m 9차례, 1만m 4차례 등 13개의 금메달을 가져갔고, 네덜란드가 남자 5,000m 4번과 1만m 6번, 여자 5,000m 1번 등 11번 금메달을 차지했다.

스웨덴이 7번 우승해 뒤를 이었고, 북미에서도 미국이 5번, 캐나다가 1번 금메달을 따낸 게 전부다.

이처럼 유럽세가 강하다 보니 아예 아시아에서는 장거리 종목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제3회 동계올림픽부터 스피드스케이팅에 선수들을 출전시켜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던 일본 역시 장거리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해 일본은 5,000m에 2명, 1만m에 4명의 선수를 내보냈지만 아무도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해 순위에 오르는 데도 실패했다.

동계올림픽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처음으로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한국인 유학생 김정연이었다.

김정연은 식민지통치를 받던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 일장기를 달고 출전, 남자 1만m에서 12위에 올랐다.

김정연이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처음 씨앗을 뿌렸지만, 장거리 불모지였던 아시아에서는 좀처럼 싹이 트지 않았다.

1952년 일본의 스가와라 가즈히코가 남자 1만m에서 7위에 오른 것이 오랫동안 아시아 최고 기록으로 남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다시 장거리 스프린터의 싹이 자라났다.

이번에도 일본이 먼저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의 시라하타 게이지는 남자 1만m에서 3위에 3초48 뒤진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여전히 1위와는 20초 이상 차이가 났지만, 아시아에서도 장거리 스타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일본에서 싹튼 희망은 한국에서 꽃을 피웠다.

일본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한 명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전멸하더니 이번 대회에서도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일본이 주춤한 사이 한국에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승훈이 5,000m에서 단숨에 2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는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이승훈은 이어 1만m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단숨에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에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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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빙속 역사가 곧 아시아의 역사
    • 입력 2010-02-24 10:12:11
    연합뉴스
이승훈(22.한국체대)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에도 큰 경사다. 5,000m와 1만m 등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은 그동안 아시아 선수가 넘볼 수 없는 종목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지난 2006년 20회 토리노 대회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 금메달은 늘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차지였다. 노르웨이가 남자 5,000m 9차례, 1만m 4차례 등 13개의 금메달을 가져갔고, 네덜란드가 남자 5,000m 4번과 1만m 6번, 여자 5,000m 1번 등 11번 금메달을 차지했다. 스웨덴이 7번 우승해 뒤를 이었고, 북미에서도 미국이 5번, 캐나다가 1번 금메달을 따낸 게 전부다. 이처럼 유럽세가 강하다 보니 아예 아시아에서는 장거리 종목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제3회 동계올림픽부터 스피드스케이팅에 선수들을 출전시켜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던 일본 역시 장거리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해 일본은 5,000m에 2명, 1만m에 4명의 선수를 내보냈지만 아무도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해 순위에 오르는 데도 실패했다. 동계올림픽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처음으로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한국인 유학생 김정연이었다. 김정연은 식민지통치를 받던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 일장기를 달고 출전, 남자 1만m에서 12위에 올랐다. 김정연이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처음 씨앗을 뿌렸지만, 장거리 불모지였던 아시아에서는 좀처럼 싹이 트지 않았다. 1952년 일본의 스가와라 가즈히코가 남자 1만m에서 7위에 오른 것이 오랫동안 아시아 최고 기록으로 남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다시 장거리 스프린터의 싹이 자라났다. 이번에도 일본이 먼저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의 시라하타 게이지는 남자 1만m에서 3위에 3초48 뒤진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여전히 1위와는 20초 이상 차이가 났지만, 아시아에서도 장거리 스타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일본에서 싹튼 희망은 한국에서 꽃을 피웠다. 일본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한 명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전멸하더니 이번 대회에서도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일본이 주춤한 사이 한국에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승훈이 5,000m에서 단숨에 2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는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이승훈은 이어 1만m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단숨에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에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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