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터미널’ 주인공, 中정부에 소송

입력 2010.02.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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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국이 불허돼 일본 나리타(成田)국제공항에서 92일간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처럼 생활하다 아홉번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중국의 인권운동가 펑정후(憑正虎.55)씨가 상하이시 출입국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펑 씨는 지난 22일 수차례 자신의 중국 입국을 거부했던 상하이 푸둥(浦東) 출입국 사무소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푸둥신구 인민법원에 제출했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24일 보도했다.

펑 씨는 "나는 푸둥 출입국 사무소측이 불법적으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를 원한다"면서 "푸둥 출입국 사무소측이 나의 입국을 수차레 거부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법원에서 이 점을 검증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명한 인권변호사인 모샤오핑(莫少平)이 펑 씨의 소송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펑 씨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데 이어 중국의 일당독재 폐지와 정치개혁을 요구한 `08헌장'에도 서명한 인권운동가다.

펑 씨는 지난해 4월 일본인과 결혼한 여동생을 만나러 상하이를 떠나 잠시 일본으로 건너간 뒤 8차례나 상하이로 되돌아가려 했지만 중국 정부의 거부로 번번이 입국에 실패했다가 춘제(설)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아홉번 만에 입국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3일 전일본항공(ANA)편으로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 일본 나리타공항으로 실려오자 일본 영내로 진입하는 것을 거부한 채 나리타공항 보안구역에서 침낭생활을 하면서 농성에 돌입했다.

펑 씨는 농성기간 휴대전화와 랩톱을 이용해 지지자들과 대화를 하거나 트위터에 글을 게시해 세계 각국의 누리꾼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냈다.

보안구역 내에는 상점도 없고 음식점도 없어 펑 씨는 지지자들이나 여행자, 공항 관계자들로부터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얻어먹으며 생활하다 중국 공안당국의 귀국행 약속에 따라 92일만인 지난 3일 농성을 풀었다.

나리타공항 직원들과 여행객들은 그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터미널'(2004)의 주인공인 톰 행크스처럼 대했다. '터미널'은 고국이 일시적으로 유령 국가가 되는 바람에 뉴욕 JFK 공항에서 살게 된 동유럽 가상 국가 크로코지아의 한 시민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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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판 터미널’ 주인공, 中정부에 소송
    • 입력 2010-02-24 16:28:11
    연합뉴스
중국 입국이 불허돼 일본 나리타(成田)국제공항에서 92일간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처럼 생활하다 아홉번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중국의 인권운동가 펑정후(憑正虎.55)씨가 상하이시 출입국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펑 씨는 지난 22일 수차례 자신의 중국 입국을 거부했던 상하이 푸둥(浦東) 출입국 사무소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푸둥신구 인민법원에 제출했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24일 보도했다. 펑 씨는 "나는 푸둥 출입국 사무소측이 불법적으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를 원한다"면서 "푸둥 출입국 사무소측이 나의 입국을 수차레 거부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법원에서 이 점을 검증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명한 인권변호사인 모샤오핑(莫少平)이 펑 씨의 소송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펑 씨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데 이어 중국의 일당독재 폐지와 정치개혁을 요구한 `08헌장'에도 서명한 인권운동가다. 펑 씨는 지난해 4월 일본인과 결혼한 여동생을 만나러 상하이를 떠나 잠시 일본으로 건너간 뒤 8차례나 상하이로 되돌아가려 했지만 중국 정부의 거부로 번번이 입국에 실패했다가 춘제(설)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아홉번 만에 입국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3일 전일본항공(ANA)편으로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 일본 나리타공항으로 실려오자 일본 영내로 진입하는 것을 거부한 채 나리타공항 보안구역에서 침낭생활을 하면서 농성에 돌입했다. 펑 씨는 농성기간 휴대전화와 랩톱을 이용해 지지자들과 대화를 하거나 트위터에 글을 게시해 세계 각국의 누리꾼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냈다. 보안구역 내에는 상점도 없고 음식점도 없어 펑 씨는 지지자들이나 여행자, 공항 관계자들로부터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얻어먹으며 생활하다 중국 공안당국의 귀국행 약속에 따라 92일만인 지난 3일 농성을 풀었다. 나리타공항 직원들과 여행객들은 그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터미널'(2004)의 주인공인 톰 행크스처럼 대했다. '터미널'은 고국이 일시적으로 유령 국가가 되는 바람에 뉴욕 JFK 공항에서 살게 된 동유럽 가상 국가 크로코지아의 한 시민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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