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될 기적 질주 ‘빙속 황금 시대’

입력 2010.02.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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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대회로 기억에 남게 됐다.



철저한 비인기 종목이라는 굴레와 열악한 국내 기반 시설의 이중고를 뚫고 한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무려 3개의 금메달을 확보하는 기적의 장면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단거리뿐 아니라 아시아인의 한계라는 장거리 종목에서도 금메달 소식을 알리면서 국제무대에서 명실상부한 ’스피드 강국’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 금메달 17개, 은메달 7개, 동메달 7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땄다.



하지만 쇼트트랙을 제외하면 1992년 알베르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이 딴 동메달이 전부였다.



말 그대로 쇼트트랙의 잔치였다. 하지만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은 180도 변했고, 연이은 금메달 소식으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가 남녀 500m를 석권했고 남자 10,000m에서는 이승훈(한국체대)이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단숨에 빙속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뿐 아니다. 모태범과 이승훈은 각각 1,000m와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하며 단거리-중단거리-장거리 전 종목에 걸쳐 메달을 따내며 ’빙속 강국’ 북유럽 국가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장기적인 지원이 만든 금메달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밴쿠버 2010 프로젝트’를 마련, 쇼트트랙에 집중된 메달 편식을 끝내고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의 동반 발전에 전력을 쏟았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지난해 7월부터 캐나다 캘거리와 밴쿠버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실전훈련을 가졌고 이를 바탕으로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 대한 적응도 일찌감치 마쳤다.



20여명의 대표팀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참가에 드는 비용은 매년 6억원 정도다. 빙상연맹의 한 해 예산이 35억원 수준인 것을 비교하면 파격적인 지원이었다.



이를 통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리치먼드 오벌 빙질에 완벽하게 적응했고, 모태범과 이승훈이 이구동성으로 "나한테 꼭 맞는 빙질"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을 정도다. 빙상연맹은 특히 국가대표 엔트리를 기존 11명에서 20명까지 늘려 유망주 확보에 힘을 쏟았고, 이 와중에서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장거리 종목 금메달 신화를 쌓은 이승훈도 발탁됐다.



◇쇼트트랙의 장점을 이식하라 ’퓨전훈련’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쇼트트랙 훈련과 접목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이 처음 접목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은 초반 100m 이후 첫 코너링에서 누가 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을 하느냐에 승부가 결정된다.



자칫 코너에서 속도를 너무 내면 원심력을 견디지 못해 넘어지거나 균형을 잡으려고 감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들은 지난해 여름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를 신고 코너링 훈련에 집중해왔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트로 전향해 5,000m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한국체대)은 아예 쇼트트랙 선수들과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함께 훈련하며 지구력과 코너링 능력을 끌어올렸을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녀 500m 금메달을 모두 휩쓸면서 ’퓨전 훈련’의 큰 효과를 맛봤다.



더불어 이강석과 이상화는 500m, 이규혁은 1,000m를 집중적으로 훈련했고, 모태범은 500m와 1,000m에 매달렸다. 또 이승훈은 중장거리를 빼고 장거리 종목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부터 대표팀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2명의 지원팀이 가세한 것도 금메달 확보에 일조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훈련장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밖에 없고, 그나마도 일반인 관이 함께 이뤄지면서 효율적인 훈련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와 싸워야 하는 악조건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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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이 될 기적 질주 ‘빙속 황금 시대’
    • 입력 2010-02-28 14:57:36
    연합뉴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대회로 기억에 남게 됐다.

철저한 비인기 종목이라는 굴레와 열악한 국내 기반 시설의 이중고를 뚫고 한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무려 3개의 금메달을 확보하는 기적의 장면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단거리뿐 아니라 아시아인의 한계라는 장거리 종목에서도 금메달 소식을 알리면서 국제무대에서 명실상부한 ’스피드 강국’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 금메달 17개, 은메달 7개, 동메달 7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땄다.

하지만 쇼트트랙을 제외하면 1992년 알베르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이 딴 동메달이 전부였다.

말 그대로 쇼트트랙의 잔치였다. 하지만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은 180도 변했고, 연이은 금메달 소식으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가 남녀 500m를 석권했고 남자 10,000m에서는 이승훈(한국체대)이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단숨에 빙속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뿐 아니다. 모태범과 이승훈은 각각 1,000m와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하며 단거리-중단거리-장거리 전 종목에 걸쳐 메달을 따내며 ’빙속 강국’ 북유럽 국가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장기적인 지원이 만든 금메달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밴쿠버 2010 프로젝트’를 마련, 쇼트트랙에 집중된 메달 편식을 끝내고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의 동반 발전에 전력을 쏟았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지난해 7월부터 캐나다 캘거리와 밴쿠버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실전훈련을 가졌고 이를 바탕으로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 대한 적응도 일찌감치 마쳤다.

20여명의 대표팀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참가에 드는 비용은 매년 6억원 정도다. 빙상연맹의 한 해 예산이 35억원 수준인 것을 비교하면 파격적인 지원이었다.

이를 통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리치먼드 오벌 빙질에 완벽하게 적응했고, 모태범과 이승훈이 이구동성으로 "나한테 꼭 맞는 빙질"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을 정도다. 빙상연맹은 특히 국가대표 엔트리를 기존 11명에서 20명까지 늘려 유망주 확보에 힘을 쏟았고, 이 와중에서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장거리 종목 금메달 신화를 쌓은 이승훈도 발탁됐다.

◇쇼트트랙의 장점을 이식하라 ’퓨전훈련’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쇼트트랙 훈련과 접목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이 처음 접목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은 초반 100m 이후 첫 코너링에서 누가 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을 하느냐에 승부가 결정된다.

자칫 코너에서 속도를 너무 내면 원심력을 견디지 못해 넘어지거나 균형을 잡으려고 감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들은 지난해 여름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를 신고 코너링 훈련에 집중해왔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트로 전향해 5,000m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한국체대)은 아예 쇼트트랙 선수들과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함께 훈련하며 지구력과 코너링 능력을 끌어올렸을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녀 500m 금메달을 모두 휩쓸면서 ’퓨전 훈련’의 큰 효과를 맛봤다.

더불어 이강석과 이상화는 500m, 이규혁은 1,000m를 집중적으로 훈련했고, 모태범은 500m와 1,000m에 매달렸다. 또 이승훈은 중장거리를 빼고 장거리 종목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부터 대표팀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2명의 지원팀이 가세한 것도 금메달 확보에 일조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훈련장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밖에 없고, 그나마도 일반인 관이 함께 이뤄지면서 효율적인 훈련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와 싸워야 하는 악조건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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