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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 않은 금품살포, 이라크 선거 풍경
입력 2010.03.02 (17:37) 연합뉴스
'이라크라시(Iraqracy)'?

미국이 이라크에 심은 민주주의가 이라크식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을 관장하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사령관이 지어낸 말이다.

뉴욕 타임스가 1일 전한 공공연한 금품 살포와 시야를 가리는 선거홍보물, 홍보물 명당 싸움, 선거운동원들에 대한 폭력 등 이라크 선거 풍경은 '이라크라시'의 한 부분이지만, 한국에서도 아직은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모습들이어서 이 신문처럼 먼 나라의 희한한 화젯거리로만 삼기엔 꺼림칙하다.

총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이라크 전역에선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이 뿌린 닭고기, 양고기, 쌀, 담요, 운동화, 난방유, 전화카드, 프로판 가스통, 어린이 장난감 등 실로 다양한 선물들을 줍느라 바쁘다고 신문은 전했다.

누리 카말 알-말리키 총리가 부족장들에게 자신의 문장을 넣은 권총을 돌린 것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TV로 중계된 보안분야 간부들의 모임에서 "솔직히, 반군에 맞서 정부 편에 선 모든 사람 각자에게 권총과 소총을 주면서 사의를 표했으면 싶다"고 말할 정도이니 이런 행태는 비밀도 아니다.

정당의 선거자금 모금과 지출에 관한 법규조차 없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이 나라에 민주주의 가져다줬을지 모르나 이곳의 선거운동은 이라크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신문은 묘사했다.

지난주 선거 '잔치'에 고기가 얼마나 쓰였는지, 정육점 고기 재고가 동날 정도여서 바그다드 시내의 정육업자인 무하마드 살랄은 양고기 값이 kg당 미화 11달러에서 15달러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2명의 부통령 중 한 명인 타리크 알-하셰미 부통령도 지난달 26일 바그다드 근교 마을에서 음식을 뿌렸다.

'하셰미의 케이크'를 먹던 멜루크 압둘 와하브는 "먹어보라"고 권하면서 "지금은 하셰미에게 투표할 생각인데 다른 후보가 더 좋은 것을 주면 그에게 투표하겠다.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볼 수도 없고, 그 사람들에게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니"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주민들은 현금을 받기도 한다고 말하지만, 직접적인 현금 매수는 좀 더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바빌주에 사는 모하메드 주마는 한 후보자로부터 1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수니당의 후보자가 바쿠바 인근의 빈촌에서 쌀과 밀가루, 기름은 물론 냉동 닭고기도 조금 돌렸는데 공짜 닭고기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주민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그 후보자는 더 많은 닭고기를 갖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서야 자리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런 와중에 수입업자 등이 선거 대목을 맞아 한몫 챙기는 것도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바빌주에서 수입상을 운영하는 알리 함단은 2명의 후보로부터 주문을 받고 중국에서 수천 켤레의 운동화 등 값싼 운동구들을 수입했고, 리야드 알리라는 수입업자 역시 후보자들의 요청에 컨테이너 4대분의 유권자 선물용품을 주문했다는 것.

이라크에서 선거 운동이 대규모 청중이 참석한 유세 없이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 방식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보안상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매우 드물게 열리는 연설회도 '가짜' 청중을 동원하는 등 정상적인 연설회가 아니다. 이번 선거기간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실외 연설회를 가진 자와드 알-볼라니 내무장관파의 지난달 27일 연설회의 경우, 축구장을 차지한 수백명의 청중 다수는 내무부가 동원한 부대의 경찰관들로 채워졌다.

또 연설회장 상공에선 이라크 육군 헬리콥터들이 저공으로 선회 비행하는 가운데 그보다 높은 곳엔 미군의 아파치 헬기들이 떠 있었고, 연설회장 주변 도로는 사방이 폐쇄됐으며, 지붕 위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됐고, 각 후보자에 딸린 개인 경호팀이 볼라니 장관의 텐트 주변에 밀집대형을 쳤으며, 기관총 총신들이 바다를 이루기도 했다고 신문은 묘사했다.

이 집회 말미엔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들을 날려보내기도 했으나, 하필 폭죽 발사에 때를 맞추는 바람에 많은 수의 비둘기가 폭죽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다.

신문은 이라크 유권자들이 오는 7일 실시되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수익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직 최종 선택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금품 살포는 선거운동의 한 부분으로 인식돼 아직 비판 여론이 크지 않으나, 알리 알-다바그 정부 대변인은 최근 부족장들과 모임에서 이를 "우리 사회의 암"이라고 부르면서 가난한 유권자들이 금품을 받겠지만 그들의 투표는 그들 스스로의 선택 몫임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 낯설지 않은 금품살포, 이라크 선거 풍경
    • 입력 2010-03-02 17:37:39
    연합뉴스
'이라크라시(Iraqracy)'?

미국이 이라크에 심은 민주주의가 이라크식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을 관장하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사령관이 지어낸 말이다.

뉴욕 타임스가 1일 전한 공공연한 금품 살포와 시야를 가리는 선거홍보물, 홍보물 명당 싸움, 선거운동원들에 대한 폭력 등 이라크 선거 풍경은 '이라크라시'의 한 부분이지만, 한국에서도 아직은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모습들이어서 이 신문처럼 먼 나라의 희한한 화젯거리로만 삼기엔 꺼림칙하다.

총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이라크 전역에선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이 뿌린 닭고기, 양고기, 쌀, 담요, 운동화, 난방유, 전화카드, 프로판 가스통, 어린이 장난감 등 실로 다양한 선물들을 줍느라 바쁘다고 신문은 전했다.

누리 카말 알-말리키 총리가 부족장들에게 자신의 문장을 넣은 권총을 돌린 것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TV로 중계된 보안분야 간부들의 모임에서 "솔직히, 반군에 맞서 정부 편에 선 모든 사람 각자에게 권총과 소총을 주면서 사의를 표했으면 싶다"고 말할 정도이니 이런 행태는 비밀도 아니다.

정당의 선거자금 모금과 지출에 관한 법규조차 없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이 나라에 민주주의 가져다줬을지 모르나 이곳의 선거운동은 이라크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신문은 묘사했다.

지난주 선거 '잔치'에 고기가 얼마나 쓰였는지, 정육점 고기 재고가 동날 정도여서 바그다드 시내의 정육업자인 무하마드 살랄은 양고기 값이 kg당 미화 11달러에서 15달러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2명의 부통령 중 한 명인 타리크 알-하셰미 부통령도 지난달 26일 바그다드 근교 마을에서 음식을 뿌렸다.

'하셰미의 케이크'를 먹던 멜루크 압둘 와하브는 "먹어보라"고 권하면서 "지금은 하셰미에게 투표할 생각인데 다른 후보가 더 좋은 것을 주면 그에게 투표하겠다.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볼 수도 없고, 그 사람들에게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니"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주민들은 현금을 받기도 한다고 말하지만, 직접적인 현금 매수는 좀 더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바빌주에 사는 모하메드 주마는 한 후보자로부터 1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수니당의 후보자가 바쿠바 인근의 빈촌에서 쌀과 밀가루, 기름은 물론 냉동 닭고기도 조금 돌렸는데 공짜 닭고기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주민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그 후보자는 더 많은 닭고기를 갖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서야 자리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런 와중에 수입업자 등이 선거 대목을 맞아 한몫 챙기는 것도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바빌주에서 수입상을 운영하는 알리 함단은 2명의 후보로부터 주문을 받고 중국에서 수천 켤레의 운동화 등 값싼 운동구들을 수입했고, 리야드 알리라는 수입업자 역시 후보자들의 요청에 컨테이너 4대분의 유권자 선물용품을 주문했다는 것.

이라크에서 선거 운동이 대규모 청중이 참석한 유세 없이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 방식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보안상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매우 드물게 열리는 연설회도 '가짜' 청중을 동원하는 등 정상적인 연설회가 아니다. 이번 선거기간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실외 연설회를 가진 자와드 알-볼라니 내무장관파의 지난달 27일 연설회의 경우, 축구장을 차지한 수백명의 청중 다수는 내무부가 동원한 부대의 경찰관들로 채워졌다.

또 연설회장 상공에선 이라크 육군 헬리콥터들이 저공으로 선회 비행하는 가운데 그보다 높은 곳엔 미군의 아파치 헬기들이 떠 있었고, 연설회장 주변 도로는 사방이 폐쇄됐으며, 지붕 위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됐고, 각 후보자에 딸린 개인 경호팀이 볼라니 장관의 텐트 주변에 밀집대형을 쳤으며, 기관총 총신들이 바다를 이루기도 했다고 신문은 묘사했다.

이 집회 말미엔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들을 날려보내기도 했으나, 하필 폭죽 발사에 때를 맞추는 바람에 많은 수의 비둘기가 폭죽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다.

신문은 이라크 유권자들이 오는 7일 실시되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수익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직 최종 선택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금품 살포는 선거운동의 한 부분으로 인식돼 아직 비판 여론이 크지 않으나, 알리 알-다바그 정부 대변인은 최근 부족장들과 모임에서 이를 "우리 사회의 암"이라고 부르면서 가난한 유권자들이 금품을 받겠지만 그들의 투표는 그들 스스로의 선택 몫임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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