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꼴찌에서 준우승 ‘전창진 마법!’

입력 2010.03.07 (17:24) 수정 2010.03.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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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꼴찌였던 부산 KT가 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선두를 지킨 과정은 국내 프로농구사에 하나의 교과서로 기록될 전망이다.



패배의식에 찌든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갱생시키고 보잘 것 없는 전력으로 상대의 두려움을 자아낸 변화 자체가 `모범’이기 때문이다.



KT는 7일 정규시즌 타이틀을 아쉽게 울산 모비스에 내줬지만 지난 시즌 12승42패 수모를 털어내고 올 시즌에는 40승 구단으로 우뚝 섰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KT가 약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2007-2008시즌 24승30패로 8위에 머물로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로 떨어져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허약한 전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선수 전체의 연봉 총액이 16억5천600만원인 KT는 안양 KT&G(13억5천700만원)와 모비스(14억3천900만원)에 이어 꼴찌에서 3위였다.



포지션별 연봉 5순위에 들어가는 선수도 가드 신기성(3억6천만원.4위)이 유일했다.



그런 바탕에다 신기성이 시즌 초반에 허리를 다쳐 재활에 들어가고 외국인 선수 그렉 스팀스마도 잘못 선발했다는 판단으로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퇴출하는 악재가 겹쳤다.



꼴찌를 했다는데서 오는 자괴감도 KT가 올 시즌을 치르는 데 선수들의 팔다리를 묶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T는 작년 10월 17일 시즌 개막전에서 디펜딩챔피언 전주 KCC를 91-83으로 완파하면서 안팎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년 6월 1일 KT와 KTF가 통합하면서 새로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47) 감독은 자신은 개막전에서 이기자 근심의 절반을 덜었으며 올 시즌 선전을 일찌감치 예감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 감독도 원주 동부와 TG삼보에서 4차례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3차례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지만 국내 최고 빅맨 김주성 덕분이라는 지적이 있어 올 시즌에는 지도력을 스스로 증명할 중압감이 있었다.



그는 "시즌 초반 선수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다"며 "올 시즌을 돌이켜 보면 나도 제일 힘들었을 때가 시즌 초반이었고 엔트리를 어떻게 짜야 할지부터 모든 게 모두 막막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개막전에서 `대어’ KCC를 낚으면서 선수와 감독이 자신을 믿게 되면서 KT는 거침없는 진군을 계속했다.



정규시즌에 연패가 4차례 있었는데 모두 2연패에 불과했다. 연승 8차례나 있었는데 8연승과 9연승, 6연승, 5연승, 3연승 등이 1차례씩 있었고 2연승은 3차례였다.



연승 과정에서 쌓은 승수가 전체 40승(14패) 중에 무려 37승으로 실제로 자신감에 도취해 시즌 대부분을 치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창진 감독은 "시즌 중간에 선수들이 `이제는 누구든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하나씩 고백했다"며 "그 때가 정말 가장 기뻤고 `이게 전창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내 목표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다음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직행, 3년 뒤 정규시즌 우승이었다"며 "그런데 시즌 초반에 막상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는 말이 나오니 화가 나서 우승이 목표여야 하지 무슨 그런 패배의식이 있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스타 선수가 없다는 근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조직력을 다지는 차원에서도 자신감 행진에는 라인업의 거의 전부인 10명이 동참했다.



올 시즌 KT에서는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을 뛴 선수가 없다. 제스퍼 존슨이 29분, 신기성이 28분여를 뛰었고 나머지 8명이 10분이 넘는 출전시간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2위는 송영진, 조성민, 김도수, 조동현, 박상오, 신기성, 김영환 등이 스타는 아니었지만 빅스타처럼 행세하면서 쌓아올린 성과였다. 다만 존슨은 누구보다 팀에 잘 융화하고 리그 득점 2위로서 해결사 역할도 톡톡히 한 `최고용병’으로 평가됐다.



전 감독은 "나는 성격이 못된 감독인데 우리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까지 모두 순둥이"라며 "섣불리 구박을 했다가 나중에 `내가 잘못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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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3-07 17:24:40
    • 수정2010-03-07 17:28:37
    연합뉴스
 지난 시즌 꼴찌였던 부산 KT가 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선두를 지킨 과정은 국내 프로농구사에 하나의 교과서로 기록될 전망이다.

패배의식에 찌든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갱생시키고 보잘 것 없는 전력으로 상대의 두려움을 자아낸 변화 자체가 `모범’이기 때문이다.

KT는 7일 정규시즌 타이틀을 아쉽게 울산 모비스에 내줬지만 지난 시즌 12승42패 수모를 털어내고 올 시즌에는 40승 구단으로 우뚝 섰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KT가 약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2007-2008시즌 24승30패로 8위에 머물로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로 떨어져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허약한 전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선수 전체의 연봉 총액이 16억5천600만원인 KT는 안양 KT&G(13억5천700만원)와 모비스(14억3천900만원)에 이어 꼴찌에서 3위였다.

포지션별 연봉 5순위에 들어가는 선수도 가드 신기성(3억6천만원.4위)이 유일했다.

그런 바탕에다 신기성이 시즌 초반에 허리를 다쳐 재활에 들어가고 외국인 선수 그렉 스팀스마도 잘못 선발했다는 판단으로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퇴출하는 악재가 겹쳤다.

꼴찌를 했다는데서 오는 자괴감도 KT가 올 시즌을 치르는 데 선수들의 팔다리를 묶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T는 작년 10월 17일 시즌 개막전에서 디펜딩챔피언 전주 KCC를 91-83으로 완파하면서 안팎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년 6월 1일 KT와 KTF가 통합하면서 새로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47) 감독은 자신은 개막전에서 이기자 근심의 절반을 덜었으며 올 시즌 선전을 일찌감치 예감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 감독도 원주 동부와 TG삼보에서 4차례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3차례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지만 국내 최고 빅맨 김주성 덕분이라는 지적이 있어 올 시즌에는 지도력을 스스로 증명할 중압감이 있었다.

그는 "시즌 초반 선수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다"며 "올 시즌을 돌이켜 보면 나도 제일 힘들었을 때가 시즌 초반이었고 엔트리를 어떻게 짜야 할지부터 모든 게 모두 막막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개막전에서 `대어’ KCC를 낚으면서 선수와 감독이 자신을 믿게 되면서 KT는 거침없는 진군을 계속했다.

정규시즌에 연패가 4차례 있었는데 모두 2연패에 불과했다. 연승 8차례나 있었는데 8연승과 9연승, 6연승, 5연승, 3연승 등이 1차례씩 있었고 2연승은 3차례였다.

연승 과정에서 쌓은 승수가 전체 40승(14패) 중에 무려 37승으로 실제로 자신감에 도취해 시즌 대부분을 치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창진 감독은 "시즌 중간에 선수들이 `이제는 누구든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하나씩 고백했다"며 "그 때가 정말 가장 기뻤고 `이게 전창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내 목표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다음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직행, 3년 뒤 정규시즌 우승이었다"며 "그런데 시즌 초반에 막상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는 말이 나오니 화가 나서 우승이 목표여야 하지 무슨 그런 패배의식이 있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스타 선수가 없다는 근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조직력을 다지는 차원에서도 자신감 행진에는 라인업의 거의 전부인 10명이 동참했다.

올 시즌 KT에서는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을 뛴 선수가 없다. 제스퍼 존슨이 29분, 신기성이 28분여를 뛰었고 나머지 8명이 10분이 넘는 출전시간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2위는 송영진, 조성민, 김도수, 조동현, 박상오, 신기성, 김영환 등이 스타는 아니었지만 빅스타처럼 행세하면서 쌓아올린 성과였다. 다만 존슨은 누구보다 팀에 잘 융화하고 리그 득점 2위로서 해결사 역할도 톡톡히 한 `최고용병’으로 평가됐다.

전 감독은 "나는 성격이 못된 감독인데 우리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까지 모두 순둥이"라며 "섣불리 구박을 했다가 나중에 `내가 잘못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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