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낙태 논쟁, 출산 환경부터 조성해야

입력 2010.03.09 (07:20) 수정 2010.03.0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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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순 해설위원]

얼마 전 위탁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6개월, 8개월짜리 두 아기를 보았습니다. 혼자 분유병을 빨고 있던 아기는 낯선 아줌마들이 안아주자 움칠합니다. 아기를 안았던 친구는 아기가 주눅이 든 것처럼 보여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15살, 16살 미혼모들이 출산한 아기는 이런 과정을 거쳐 대부분 외국으로 입양됩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태어나는 아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부터 낙태문제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부 의사회 등이 불법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하는 등 낙태반대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이달 초 불법인공임신중절 근절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가족계획을 정부정책으로 삼던 시기에 눈감아준 낙태가 저출산 시대에 또 다른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낙태 근절대책에 여성계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계기로 일부 여성단체와 사회단체들은 여성의 임신, 출산과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는 선언을 마련했습니다. 양육이 불가능한 아기 출산 문제를 여성들만 안고갈 수 없다는 외침입니다. 실제로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고발이 시작된 뒤 우리나라의 낙태 수술비용은 크게 10배 가량 올랐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까지 원정 낙태를 감행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옛부터 여성들이 낙태를 위한 노력은 집요했습니다. 간장을 먹고, 장독대에서 뛰어 내리고 산에 올라가 구르고 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원치 않는 아기를 키우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양육 지원과 피임교육입니다. 학생인 엄마는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하고 양육비와 의료비로 한 달에 12만 4천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 지원으로 아기 양육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임신중절 건수는 34만 건, 이 가운데 42%가 미혼 여성이었습니다. 학교나 부모교육, 온라인 등을 통해 적극적인 피임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성폭행 등을 당했을 경우 2,3일 이내에는 임신을 막을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낙태 찬반단체 모두 역량을 총동원해서 언제 어디서든지 여성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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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낙태 논쟁, 출산 환경부터 조성해야
    • 입력 2010-03-09 07:20:12
    • 수정2010-03-09 07:40:53
    뉴스광장 1부
[류현순 해설위원] 얼마 전 위탁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6개월, 8개월짜리 두 아기를 보았습니다. 혼자 분유병을 빨고 있던 아기는 낯선 아줌마들이 안아주자 움칠합니다. 아기를 안았던 친구는 아기가 주눅이 든 것처럼 보여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15살, 16살 미혼모들이 출산한 아기는 이런 과정을 거쳐 대부분 외국으로 입양됩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태어나는 아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부터 낙태문제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부 의사회 등이 불법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하는 등 낙태반대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이달 초 불법인공임신중절 근절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가족계획을 정부정책으로 삼던 시기에 눈감아준 낙태가 저출산 시대에 또 다른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낙태 근절대책에 여성계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계기로 일부 여성단체와 사회단체들은 여성의 임신, 출산과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는 선언을 마련했습니다. 양육이 불가능한 아기 출산 문제를 여성들만 안고갈 수 없다는 외침입니다. 실제로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고발이 시작된 뒤 우리나라의 낙태 수술비용은 크게 10배 가량 올랐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까지 원정 낙태를 감행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옛부터 여성들이 낙태를 위한 노력은 집요했습니다. 간장을 먹고, 장독대에서 뛰어 내리고 산에 올라가 구르고 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원치 않는 아기를 키우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양육 지원과 피임교육입니다. 학생인 엄마는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하고 양육비와 의료비로 한 달에 12만 4천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 지원으로 아기 양육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임신중절 건수는 34만 건, 이 가운데 42%가 미혼 여성이었습니다. 학교나 부모교육, 온라인 등을 통해 적극적인 피임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성폭행 등을 당했을 경우 2,3일 이내에는 임신을 막을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낙태 찬반단체 모두 역량을 총동원해서 언제 어디서든지 여성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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