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채 300만 원 갚으려 ‘100번 도둑질’

입력 2010.03.22 (08:53) 수정 2010.03.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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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비를 위해 3백만 원을 빌렸다가 무려 백번 넘게 도둑질을 한 실직 가장이 있습니다.



사채빚 때문에 인생이 몰락했습니다.



이민우 기자, 빚이 어떻게 불길래 빚 3백만원에 절도를 백번이나 할수 있는 겁니까?



처음엔 3백만 원이었죠. 하지만 사채가 무섭습니다.



돈 갚는다고 또 돈 빌리고, 그러다 금새 3천만 원이 됐답니다.



빚만 늘어나면 다행이죠. 빚 갚겠다고 시작한 도둑질, 횟수도 늘고 솜씨도 늘었습니다.



사흘이 멀다하고 털었다고 하니까요.



한 번 맛을 들이니까 쉽게 끊을 수도 없죠. 그렇게 한 발 한 발 깊숙한 범죄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갔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전남 장성군의 한 농촌 마을. 두 집에 잇달아 도둑이 들었습니다.



피해 금액만 약 천 만 원! 외출할 때 문을 열어 놓고 다니는 농촌의 빈집만을 노린 범행이었습니다.



<인터뷰> 고춘진 (피해자) : "문이 열려 있고 흐트러졌으면 아는데, 이웃이 금반지 잃어버렸다고 해서, 찾아봤더니 없어졌어요."



<인터뷰> 정○○ (피해자) : "반지를 항상 속에 넣어 두거든요. 또 지갑을 여기에 담아서 밑에 넣어 놓기도 하고... 어떻게 알았을까 모르겠어요, 이렇게 숨겨놨는데..."



돈이 될 물건을 모두 도난당했지만, 누군가 침입하고 물건을 뒤진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피해자들은 동네를 잘 아는 이웃의 소행이라 생각했다는데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 됐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던 그 때, 바로 옆 마을에서도 똑같은 도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김정록 (피해자) : "집에 들어갈 때 미끄럽다고 아들이 발판을 해놨거든요. 그게 밖으로 꺼내있었어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아들 방이랑 장롱 문을 열어봐도 별다른 게 없었는데, (아들이) 방에 들어가더니 ’엄마, 금고가 없어졌어.’라고..."



절도 수법은 똑같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금고를 도둑맞기 전, 집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 것입니다.



<인터뷰> 김정록 (피해자) : "전화가 울려서 받으면 딱 끊어버리고, 또 그 이튿날 전화가 와서 받으니까 또 끊어버리고... (그런 전화가) 3일 동안 4번 왔어요."



받자마자 끊어진 전화, 경찰은 뭔가 수상쩍어 전화번호 역발신 추적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절도 용의자가 검거됐는데요. 범인은 뜻밖에도 이 마을과는 전혀 관계없는 20대 후반의 남성, 오모씨였습니다.



수사 결과, 확인된 절도 횟수만 무려 100여 건! 그 금액만도 약 2억 2천 만 원 정도였는데요.



1년 동안 벌인 절도 횟수도 기록적이지만, 절도 지역은 말 그대로 전국구였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주로 활동했던 곳이 처음에는 전라북도, 그리고 충청남도, 전라남도요. 시골 사람들이 어렵게 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절도가) 100건이나 돼서 저희들도 놀랐죠."



1년 동안, 3일에 한번 꼴로 절도 행각을 벌인 오씨.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절도 행각을 벌인 이유가 3백만 원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피의자의 얘기로는 사채 때문에 범행을 하게 됐다는데... 제가 볼 때에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한번 해보니까 쉽거든요."



두 자녀를 둔 용의자 오 씨. 다니던 공장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대부업체에서 3백만 원을 빌렸습니다. 당장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3백만 원 갚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3백만 원을 갚기 위해 다시 사채와 카드를 번갈아 쓰게 됐고, 결국 3백만 원은 금세 3천만 원으로 불어나 절도를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엔 빚만 갚으려고 시작한 절도, 그러나 이게 생업이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처음에는 (집안을) 어지르고 했는데, 하다보니까 주로 어디에 폐물을 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에요. 전화 몇 번 해서 안 받으면 들어가서 금품가지고 나오고... 아주 쉽거든요. 그래서 계속해서 한 거죠."



절도 횟수가 늘기 시작하면서 그 수법도 점점 더 계획적이고 치밀해졌습니다.



전화번호 책을 구해 범행할 집을 미리 선정한 뒤 전화를 걸어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망원경으로 미리 집안을 살폈습니다. 사용하는 휴대폰도 한두 대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범행을) 하다 보니까 시골 분들 행동하는 것을 다 알게 된 거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주민들이 출타하고 없다. 그 시간대만 되면 집중적으로 돌아다닌 거예요."



이렇게 1년 여 동안 전국을 돌며 빈집털이를 해왔지만,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처럼 행동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면, 9시쯤 되요. (한 마을에서) 두세 집은 털어요. 그리고 하루 일과가 끝나는 거예요. 그리면 회사에서 퇴근하듯이 집에 가고...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들어가는 거죠."



훔친 금품을 팔아 대출금을 갚았고, 승용차도 구입했습니다. 부인에게는 매달 규칙적으로 생활비를 주었기에, 가족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부인 만나서 물어보니까, 남편에게 생활비를 매달 70만 원씩 받았다고... 그러니까 남편이 직장을 다니는 줄 알고 있었다고 해요. 부인에게는 철저하게 숨긴 거죠."



가족의 생계를 위해 3백만 원을 빌렸다가 범죄의 늪에 빠져버린 이 20대 가장은 결국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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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사채 300만 원 갚으려 ‘100번 도둑질’
    • 입력 2010-03-22 08:53:04
    • 수정2010-03-22 14: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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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비를 위해 3백만 원을 빌렸다가 무려 백번 넘게 도둑질을 한 실직 가장이 있습니다.

사채빚 때문에 인생이 몰락했습니다.

이민우 기자, 빚이 어떻게 불길래 빚 3백만원에 절도를 백번이나 할수 있는 겁니까?

처음엔 3백만 원이었죠. 하지만 사채가 무섭습니다.

돈 갚는다고 또 돈 빌리고, 그러다 금새 3천만 원이 됐답니다.

빚만 늘어나면 다행이죠. 빚 갚겠다고 시작한 도둑질, 횟수도 늘고 솜씨도 늘었습니다.

사흘이 멀다하고 털었다고 하니까요.

한 번 맛을 들이니까 쉽게 끊을 수도 없죠. 그렇게 한 발 한 발 깊숙한 범죄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갔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전남 장성군의 한 농촌 마을. 두 집에 잇달아 도둑이 들었습니다.

피해 금액만 약 천 만 원! 외출할 때 문을 열어 놓고 다니는 농촌의 빈집만을 노린 범행이었습니다.

<인터뷰> 고춘진 (피해자) : "문이 열려 있고 흐트러졌으면 아는데, 이웃이 금반지 잃어버렸다고 해서, 찾아봤더니 없어졌어요."

<인터뷰> 정○○ (피해자) : "반지를 항상 속에 넣어 두거든요. 또 지갑을 여기에 담아서 밑에 넣어 놓기도 하고... 어떻게 알았을까 모르겠어요, 이렇게 숨겨놨는데..."

돈이 될 물건을 모두 도난당했지만, 누군가 침입하고 물건을 뒤진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피해자들은 동네를 잘 아는 이웃의 소행이라 생각했다는데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 됐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던 그 때, 바로 옆 마을에서도 똑같은 도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김정록 (피해자) : "집에 들어갈 때 미끄럽다고 아들이 발판을 해놨거든요. 그게 밖으로 꺼내있었어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아들 방이랑 장롱 문을 열어봐도 별다른 게 없었는데, (아들이) 방에 들어가더니 ’엄마, 금고가 없어졌어.’라고..."

절도 수법은 똑같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금고를 도둑맞기 전, 집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 것입니다.

<인터뷰> 김정록 (피해자) : "전화가 울려서 받으면 딱 끊어버리고, 또 그 이튿날 전화가 와서 받으니까 또 끊어버리고... (그런 전화가) 3일 동안 4번 왔어요."

받자마자 끊어진 전화, 경찰은 뭔가 수상쩍어 전화번호 역발신 추적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절도 용의자가 검거됐는데요. 범인은 뜻밖에도 이 마을과는 전혀 관계없는 20대 후반의 남성, 오모씨였습니다.

수사 결과, 확인된 절도 횟수만 무려 100여 건! 그 금액만도 약 2억 2천 만 원 정도였는데요.

1년 동안 벌인 절도 횟수도 기록적이지만, 절도 지역은 말 그대로 전국구였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주로 활동했던 곳이 처음에는 전라북도, 그리고 충청남도, 전라남도요. 시골 사람들이 어렵게 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절도가) 100건이나 돼서 저희들도 놀랐죠."

1년 동안, 3일에 한번 꼴로 절도 행각을 벌인 오씨.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절도 행각을 벌인 이유가 3백만 원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피의자의 얘기로는 사채 때문에 범행을 하게 됐다는데... 제가 볼 때에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한번 해보니까 쉽거든요."

두 자녀를 둔 용의자 오 씨. 다니던 공장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대부업체에서 3백만 원을 빌렸습니다. 당장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3백만 원 갚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3백만 원을 갚기 위해 다시 사채와 카드를 번갈아 쓰게 됐고, 결국 3백만 원은 금세 3천만 원으로 불어나 절도를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엔 빚만 갚으려고 시작한 절도, 그러나 이게 생업이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처음에는 (집안을) 어지르고 했는데, 하다보니까 주로 어디에 폐물을 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에요. 전화 몇 번 해서 안 받으면 들어가서 금품가지고 나오고... 아주 쉽거든요. 그래서 계속해서 한 거죠."

절도 횟수가 늘기 시작하면서 그 수법도 점점 더 계획적이고 치밀해졌습니다.

전화번호 책을 구해 범행할 집을 미리 선정한 뒤 전화를 걸어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망원경으로 미리 집안을 살폈습니다. 사용하는 휴대폰도 한두 대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범행을) 하다 보니까 시골 분들 행동하는 것을 다 알게 된 거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주민들이 출타하고 없다. 그 시간대만 되면 집중적으로 돌아다닌 거예요."

이렇게 1년 여 동안 전국을 돌며 빈집털이를 해왔지만,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처럼 행동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면, 9시쯤 되요. (한 마을에서) 두세 집은 털어요. 그리고 하루 일과가 끝나는 거예요. 그리면 회사에서 퇴근하듯이 집에 가고...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들어가는 거죠."

훔친 금품을 팔아 대출금을 갚았고, 승용차도 구입했습니다. 부인에게는 매달 규칙적으로 생활비를 주었기에, 가족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선열 (팀장 / 장성경찰서 강력팀) : "부인 만나서 물어보니까, 남편에게 생활비를 매달 70만 원씩 받았다고... 그러니까 남편이 직장을 다니는 줄 알고 있었다고 해요. 부인에게는 철저하게 숨긴 거죠."

가족의 생계를 위해 3백만 원을 빌렸다가 범죄의 늪에 빠져버린 이 20대 가장은 결국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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