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펀드런’보다 환매 욕구 강해

입력 2010.04.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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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런'(대량 환매) 우려가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6거래일 동안 순수하게 빠져나간 자금이 2조2천344억원에 달한다. 3월 한달 순유출된 1조8천55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유출된 규모도 4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들어 2003년과 2007년에 이은 세번째 펀드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 2003년, 2007년과 닮은 꼴

지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펀드런이 발생했다는 점이 같다.

2002년 이후 첫번째 펀드런 국면인 2003년 3월~2004년 9월에는 코스피지수가 500까지 떨어진 뒤 800으로 회복하자 환매가 줄을 이었다. 2번째인 2006년 12월~2007년 4월 역시 1,300대의 저점을 찍고 1,500을 돌파하면서 환매 행렬이 계속됐다.

두 시기 모두 펀드 자금 유출입이 공식적으로 집계되기 전이어서 정확한 환매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설정액 증감으로만 보면 2003년 3월부터 1년2개월간 3조9천430억원, 2007년 초 4개월 동안 4조6천170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당시에는 펀드 설정액 자체가 미미했다.

이번에는 900선 붕괴의 충격 뒤 1,700까지 회복하는 과정에서 환매가 몰리고 있다.

특히 2003년에는 외국인의 '사자'와 펀드의 '팔자'가 맞서는 것까지 비슷하다. 2003년 외국인의 연간 순매수 금액은 13조7천억원에 달했고 시가총액 비중은 40%를 돌파했다.

두 차례 모두 증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고 환매가 일단락된 뒤 증시 회복에 펀드 설정이 늘었다.

◇ 환매 욕구 훨씬 강해

과거와 다른 것은 재투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3년과 2007년 초의 경우 환매도 많았지만 설정도 꾸준히 이뤄진 반면 이번에는 설정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에 올라선 뒤에는 설정이 많아야 1천억원 수준이고 500억원에 머문 경우도 많다. 하루 5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순유출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뼈아픈 학습효과에서 나온 결과다.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내달릴 때 여기저기서 수익냈다는 소리에 '나도…'하고 들어온 돈이 900선 붕괴를 겪고 3년을 꼬박 고생했다. 이 때문에 1,400부터 1,700까지 새로운 지수를 돌파할 때마다 초입에 환매가 대거 몰리는 경향을 나타낸다. 지수가 오르면 오를수록 빠져나오려고 대기하는 물량이 쌓여 있다.

펀드 환매를 말리던 판매사 직원들이 달라진 것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과거 펀드런에 휩쓸려 환매한 투자자가 2,000선 돌파의 과실을 얻지 못했다는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다"며 "적게는 본전, 5~10%의 수익률이어도 미련 없이 나가겠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고, 다시 수익률이 하락하면 또 시달릴 것같아 투자자가 원하면 환매를 해준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잘못된 시점에 들어와 마음고생하던 돈이 혹독한 교육을 받고 나가는 중이며 지수가 크게 오르거나 크게 빠지지 않는 한 환매는 계속될 것"이라며 "금리 등을 볼 때 갈 데 없는 돈이 다시 펀드로 오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이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하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경제가 좋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환매한 개인들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펀드에 들어올텐데, 이번에도 더 높은 지수대에서 들어와 외국인 물량을 받아낼 것 같아 그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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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펀드런’보다 환매 욕구 강해
    • 입력 2010-04-11 08:26:29
    연합뉴스
'펀드런'(대량 환매) 우려가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6거래일 동안 순수하게 빠져나간 자금이 2조2천344억원에 달한다. 3월 한달 순유출된 1조8천55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유출된 규모도 4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들어 2003년과 2007년에 이은 세번째 펀드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 2003년, 2007년과 닮은 꼴 지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펀드런이 발생했다는 점이 같다. 2002년 이후 첫번째 펀드런 국면인 2003년 3월~2004년 9월에는 코스피지수가 500까지 떨어진 뒤 800으로 회복하자 환매가 줄을 이었다. 2번째인 2006년 12월~2007년 4월 역시 1,300대의 저점을 찍고 1,500을 돌파하면서 환매 행렬이 계속됐다. 두 시기 모두 펀드 자금 유출입이 공식적으로 집계되기 전이어서 정확한 환매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설정액 증감으로만 보면 2003년 3월부터 1년2개월간 3조9천430억원, 2007년 초 4개월 동안 4조6천170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당시에는 펀드 설정액 자체가 미미했다. 이번에는 900선 붕괴의 충격 뒤 1,700까지 회복하는 과정에서 환매가 몰리고 있다. 특히 2003년에는 외국인의 '사자'와 펀드의 '팔자'가 맞서는 것까지 비슷하다. 2003년 외국인의 연간 순매수 금액은 13조7천억원에 달했고 시가총액 비중은 40%를 돌파했다. 두 차례 모두 증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고 환매가 일단락된 뒤 증시 회복에 펀드 설정이 늘었다. ◇ 환매 욕구 훨씬 강해 과거와 다른 것은 재투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3년과 2007년 초의 경우 환매도 많았지만 설정도 꾸준히 이뤄진 반면 이번에는 설정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에 올라선 뒤에는 설정이 많아야 1천억원 수준이고 500억원에 머문 경우도 많다. 하루 5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순유출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뼈아픈 학습효과에서 나온 결과다.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내달릴 때 여기저기서 수익냈다는 소리에 '나도…'하고 들어온 돈이 900선 붕괴를 겪고 3년을 꼬박 고생했다. 이 때문에 1,400부터 1,700까지 새로운 지수를 돌파할 때마다 초입에 환매가 대거 몰리는 경향을 나타낸다. 지수가 오르면 오를수록 빠져나오려고 대기하는 물량이 쌓여 있다. 펀드 환매를 말리던 판매사 직원들이 달라진 것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과거 펀드런에 휩쓸려 환매한 투자자가 2,000선 돌파의 과실을 얻지 못했다는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다"며 "적게는 본전, 5~10%의 수익률이어도 미련 없이 나가겠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고, 다시 수익률이 하락하면 또 시달릴 것같아 투자자가 원하면 환매를 해준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잘못된 시점에 들어와 마음고생하던 돈이 혹독한 교육을 받고 나가는 중이며 지수가 크게 오르거나 크게 빠지지 않는 한 환매는 계속될 것"이라며 "금리 등을 볼 때 갈 데 없는 돈이 다시 펀드로 오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이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하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경제가 좋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환매한 개인들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펀드에 들어올텐데, 이번에도 더 높은 지수대에서 들어와 외국인 물량을 받아낼 것 같아 그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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