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 영국, 담배와의 전쟁

입력 2010.04.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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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네, 이번에는 담배 관련 소식입니다. 영국 하면 유럽 나라 중에서도 대단한 흡연 국가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요.이제는 이것도 옛말이 됐다고 합니다. 영국 정부가 전 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금연 정책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보다 더 낮은 흡연율을 기록하고 있는 영국의 변화...김태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기 때부터 천식을 앓아온 엘리 양. 골초였던 엄마, 아빠가 얼마 전 담배를 끊고 나서부턴 증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트레이시 어빙(엘리 엄마):"이제 아이가 감기에 잘 안 걸려요. 더 이상 (천식환자용) 흡입기가 필요 없어요. 아이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엘리 양 부모는 예전에도 아이 옆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간접적인 흡연조차도 아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3년 전,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며 담배와의 전쟁에 나섰던 영국 정부. 급기야 공원과 놀이터, 실외 수영장, 그리고 모든 차량 안에서의 흡연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명분은 바로, 간접흡연의 심각한 폐해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것. 자기 차안에서까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히 사생활 침해라는 흡연 옹호단체들의 반발에도, 대세는 이미 기운 듯 한 분위깁니다.

<인터뷰> 존 브리튼 교수(영국 왕립의대):"흡연에 관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아이들이 있을 법한 곳에서는 일절 흡연을 금지함으로써 아이들을 담배로부터 완전히 떼어놓아야 합니다."

영국 의사협회는 때맞춰, 간접흡연이 얼마나 위험한 지,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매년 30만 명의 영국 어린이가 간접흡연으로 인한 천식 등으로 병원을 찾고 있으며, 의료비용만 4천억 원 가량으로 추산됐습니다. 엄마가 담배를 피우면 아기가 돌연사할 가능성이 3배, 실제 한해 10명의 아기가 담배 때문에 돌연사하는 것으로 영국 의사협회는 추정했습니다.

한 때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골초국가로 꼽혔던 영국이지만, 지금은 금연의 모범 사롑니다. 1960년대에 성인 흡연율이 5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반세기만에 21~2%로 급감. 40%가량인 우리나라는 물론 30%인 프랑스, OECD 평균인 28%보다도 훨씬 낮은 비율입니다.

<인터뷰>리암 도널드슨(영국 수석의무관):"아직은 멀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흡연자가 닷섯명중 한 명꼴에서 12~3%로 줄었는데, 우리도 5, 6년 내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국 정부의 대 흡연 전쟁은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공장소 흡연 금지에 이어, 지난해 10월부턴 상점과 가판대에서 담배를 진열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알렌 존슨(의원, 내무장관):"진열대에서 담배를 없애면 담배를 사는 청소년들의 수가 줄어들게 되죠. 15살 미만의 청소년 중 20만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 나이에 흡연을 시작하면 어른 때 시작하는 사람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세배 이상 높습니다."

금연광고 ("당신이 피우면 아이들도 나중에 쉽게 피우게 됩니다!")

TV를 틀면 수시로 금연 광고가 나오고... 또, 담배가 암 등을 유발한다는 경고 문구와 함께 암으로 뒤덮인 폐 사진 등을 담뱃갑에 부착토록 했습니다.

<인터뷰> 시민:"끊어야죠. 10년,20년 뒤 내 몸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있거든요. 끔찍해요"

해마다 담배세를 인상, 이제는 담배 한 갑에 보통 우리 돈 만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피우겠냐는 식입니다. 영국 정부는 나아가, 건물 앞 등 야외에서의 금연 구역을 더욱 확대하고, 담배 자판기를 아예 없애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인터뷰> 베티 맥브라이드(영국 심장재단):"어릴 때는 좀 더 멋져 보이려고, 어른 흉내를 내면서 담배를 태우려고 하잖아요. 아이들로선 확실히 자판기 보단 가게점원에게서 직접 담배를 사는 게 어려운 일이죠"

애연가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풍속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영국서민들과 수백 년 고락을 같이해 온 선술집이자 대중식당인 영국의 명물 '펍'. 흡연 금지 조치에다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습니다. 매주 50개꼴로 펍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영국 전역의 5만여 펍중 지난 한 해 동안 3천여 개가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펍 주인:"금연조치 이후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끊고 있어요. 펍에서 마시는 것 보다는 집에서 싸게 마음껏 마시면서 담배도 마음대로 피우는 게 더 낫다는 거죠"

금연 열기 속에 아이디어 상품도 인깁니다. 거무튀튀 손상된 폐 모양의 열쇠 고리. 한 어린 여학생이 재미삼아 디자인한 이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메간 워드(초등학생):"지난해 흡연 관련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고, 포스트를 만들었었어요. 그걸로 무언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금연업체 등으로부터 이미 2만 5천개 주문이 밀렸습니다.

<인터뷰>세실리아 파렌(금연 컨설팅 업체):"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어린 나이에 천재적인 일을 해내다니. 환상적이에요. (금연)메시지가 마음에 확 와 닿아요."

영국 정부의 대 흡연 전쟁은 일단 성공적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34만 명이 담배를 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인터뷰> 흡연 대학생:"진작 시행이 됐으면 나로서도 담배를 끊는데 도움이 됐을 텐데요. 가게 가서 우유, 빵 사고 카운터로 가면 늘 담배가 있었잖아요"

공공장소 금연조치 이후 스코틀랜드의 심장병 발생률은 17% 감소했습니다.

<인터뷰> 피터 도널리 (스코틀랜드 차석 의무관):"정말 기뻐요. 기대를 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까지 효과가 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줄었다고는 해도, 담배 때문에 영국에서 매년 8만 명이 숨지고, 흡연 폐해로 인한 의료비용만 우리 돈 5조원 대에 이르는 상황. 영국 정부는 국민 건강 뿐 아니라 경제 때문에라도 더더욱 고비를 죌 기셉니다. 그래서 현재 21%인 흡연 인구를 10년 내 10%로 줄인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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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 영국, 담배와의 전쟁
    • 입력 2010-04-11 10:08:5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네, 이번에는 담배 관련 소식입니다. 영국 하면 유럽 나라 중에서도 대단한 흡연 국가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요.이제는 이것도 옛말이 됐다고 합니다. 영국 정부가 전 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금연 정책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보다 더 낮은 흡연율을 기록하고 있는 영국의 변화...김태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기 때부터 천식을 앓아온 엘리 양. 골초였던 엄마, 아빠가 얼마 전 담배를 끊고 나서부턴 증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트레이시 어빙(엘리 엄마):"이제 아이가 감기에 잘 안 걸려요. 더 이상 (천식환자용) 흡입기가 필요 없어요. 아이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엘리 양 부모는 예전에도 아이 옆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간접적인 흡연조차도 아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3년 전,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며 담배와의 전쟁에 나섰던 영국 정부. 급기야 공원과 놀이터, 실외 수영장, 그리고 모든 차량 안에서의 흡연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명분은 바로, 간접흡연의 심각한 폐해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것. 자기 차안에서까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히 사생활 침해라는 흡연 옹호단체들의 반발에도, 대세는 이미 기운 듯 한 분위깁니다. <인터뷰> 존 브리튼 교수(영국 왕립의대):"흡연에 관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아이들이 있을 법한 곳에서는 일절 흡연을 금지함으로써 아이들을 담배로부터 완전히 떼어놓아야 합니다." 영국 의사협회는 때맞춰, 간접흡연이 얼마나 위험한 지,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매년 30만 명의 영국 어린이가 간접흡연으로 인한 천식 등으로 병원을 찾고 있으며, 의료비용만 4천억 원 가량으로 추산됐습니다. 엄마가 담배를 피우면 아기가 돌연사할 가능성이 3배, 실제 한해 10명의 아기가 담배 때문에 돌연사하는 것으로 영국 의사협회는 추정했습니다. 한 때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골초국가로 꼽혔던 영국이지만, 지금은 금연의 모범 사롑니다. 1960년대에 성인 흡연율이 5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반세기만에 21~2%로 급감. 40%가량인 우리나라는 물론 30%인 프랑스, OECD 평균인 28%보다도 훨씬 낮은 비율입니다. <인터뷰>리암 도널드슨(영국 수석의무관):"아직은 멀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흡연자가 닷섯명중 한 명꼴에서 12~3%로 줄었는데, 우리도 5, 6년 내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국 정부의 대 흡연 전쟁은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공장소 흡연 금지에 이어, 지난해 10월부턴 상점과 가판대에서 담배를 진열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알렌 존슨(의원, 내무장관):"진열대에서 담배를 없애면 담배를 사는 청소년들의 수가 줄어들게 되죠. 15살 미만의 청소년 중 20만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 나이에 흡연을 시작하면 어른 때 시작하는 사람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세배 이상 높습니다." 금연광고 ("당신이 피우면 아이들도 나중에 쉽게 피우게 됩니다!") TV를 틀면 수시로 금연 광고가 나오고... 또, 담배가 암 등을 유발한다는 경고 문구와 함께 암으로 뒤덮인 폐 사진 등을 담뱃갑에 부착토록 했습니다. <인터뷰> 시민:"끊어야죠. 10년,20년 뒤 내 몸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있거든요. 끔찍해요" 해마다 담배세를 인상, 이제는 담배 한 갑에 보통 우리 돈 만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피우겠냐는 식입니다. 영국 정부는 나아가, 건물 앞 등 야외에서의 금연 구역을 더욱 확대하고, 담배 자판기를 아예 없애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인터뷰> 베티 맥브라이드(영국 심장재단):"어릴 때는 좀 더 멋져 보이려고, 어른 흉내를 내면서 담배를 태우려고 하잖아요. 아이들로선 확실히 자판기 보단 가게점원에게서 직접 담배를 사는 게 어려운 일이죠" 애연가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풍속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영국서민들과 수백 년 고락을 같이해 온 선술집이자 대중식당인 영국의 명물 '펍'. 흡연 금지 조치에다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습니다. 매주 50개꼴로 펍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영국 전역의 5만여 펍중 지난 한 해 동안 3천여 개가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펍 주인:"금연조치 이후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끊고 있어요. 펍에서 마시는 것 보다는 집에서 싸게 마음껏 마시면서 담배도 마음대로 피우는 게 더 낫다는 거죠" 금연 열기 속에 아이디어 상품도 인깁니다. 거무튀튀 손상된 폐 모양의 열쇠 고리. 한 어린 여학생이 재미삼아 디자인한 이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메간 워드(초등학생):"지난해 흡연 관련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고, 포스트를 만들었었어요. 그걸로 무언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금연업체 등으로부터 이미 2만 5천개 주문이 밀렸습니다. <인터뷰>세실리아 파렌(금연 컨설팅 업체):"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어린 나이에 천재적인 일을 해내다니. 환상적이에요. (금연)메시지가 마음에 확 와 닿아요." 영국 정부의 대 흡연 전쟁은 일단 성공적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34만 명이 담배를 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인터뷰> 흡연 대학생:"진작 시행이 됐으면 나로서도 담배를 끊는데 도움이 됐을 텐데요. 가게 가서 우유, 빵 사고 카운터로 가면 늘 담배가 있었잖아요" 공공장소 금연조치 이후 스코틀랜드의 심장병 발생률은 17% 감소했습니다. <인터뷰> 피터 도널리 (스코틀랜드 차석 의무관):"정말 기뻐요. 기대를 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까지 효과가 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줄었다고는 해도, 담배 때문에 영국에서 매년 8만 명이 숨지고, 흡연 폐해로 인한 의료비용만 우리 돈 5조원 대에 이르는 상황. 영국 정부는 국민 건강 뿐 아니라 경제 때문에라도 더더욱 고비를 죌 기셉니다. 그래서 현재 21%인 흡연 인구를 10년 내 10%로 줄인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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