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성매매 여성 대리기사’ 사실? 허구?

입력 2010.04.15 (08:54) 수정 2010.04.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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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대리운전 광고를 보면 여성 기사도 많아진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런데 광고를 보면 여성이란 점을 유난스레 강조하는게 좀 이상하다 싶을때도 있던데요.

정수영 기자, 여성 대리운전의 실태 취재하셨죠?

<리포트>

네, 저도 가끔 여성 대리운전기사 분들 접해 봤는데요.

여성 대리기사를 둘러싼 정체 불명의 소문,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여성 대리운전이 성매매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그럴듯한 얘긴데요.

소문이 소문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엉뚱한 피해를 낳고 있어서 문젭니다.

여성 대리기사를 둘러싼 소문의 진상을 추적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밤늦은 시각의 유흥가. 취객들이 많아지는 만큼 대리운전기사들도 바빠집니다.

요즘은 남성 뿐 아니라 여성 대리운전 기사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대리운전 자주 이용하시나요?) 한달에 한 4~5번. (여자대리운전기사) 한두 번 만나봤어요. (이용해보니까 어떠세요?) 남자들은 과격하게 운전하는 것도 있는데 여자 분들은 조심스럽게 운전하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40살 김모 씨는 지난해 12월 술자리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가 뜻밖의 여성 기사를 만났던 일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OO(여성대리운전 피해자) : "(작년 겨울 술 마시고 대리를 불렀는데) 뜻밖에 여자대리기사가 나오시더라고요.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 신고 첫눈에 보기에도 대리운전 안하게 생긴 분들 있잖아요."

이 여성 운전기사는 김 씨에게 함께 술을 더 마시자고 제안했고 김 씨는 그대로 따라갔는데요.

<녹취> 김OO(여성대리운전 피해자) : "하소연도 하고 괜찮다고 관심도 보이고 그렇게 술 마시고 피곤하다고 제 어깨에 기대서 쉬고 가는 게 어떠냐고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김 씨가 화장실을 간 사이 이 여성은 김 씨의 현금과 카드를 챙겨 자취를 감췄습니다.

<녹취> 김OO(여성대리운전 피해자) : "(모텔에 들어갔는데 먼저) 씻으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씻고 나왔는데 없는 거죠 지갑은 열려있고 그 안에 현금도 없고 카드도 없고 다 가지고 도망갔어요."

김 씨 같은 피해자가 나올 만큼 여성 대리운전기사들 가운데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뚜렷한 근거 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정말 성매매를 하는 여성 대리운전 기사가 있는 걸까요?

<녹취> 여성대리업체 : "(혹시 여자 기사분으로 올 수 있나요?) 여자 기사는 (돈을) 좀 생각해주셔야 해요."

성매매가 가능한지 묻자 대리운전업체는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합니다.

<녹취> 대리업체 : "그건 손님들끼리 하시는 거지 저희들한테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되죠."

실제 여성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런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알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S사 여성대리운전기사 : "성매매업소에서 있던 애들이 성매매 단속이 심해져가지고 운전만 배워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틀리더라고 옷차림 자체가 딱 표시가 나더라고요."

또 다른 여성 대리운전자의 얘기입니다.

<녹취> A사 여성대리운전기사 : "언뜻 그런 의향을 비쳐가지고 길 가다가 어디서 (성매매를) 했다고..."

취재진은 총 30차례에 걸쳐 여성 대리운전기사를 만나 성매매 여성 기사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돌아온 대답은 실체가 없는 소문일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 기사를 목격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성 대리운전기사 39살 최명화 씨는 근거 없는 성매매 소문 탓에 여성 기사들이 겪는 괴로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최명화(39세) : "여성대리운전기사 일부러 조수석에 앉아서 술 취한 척하면서 몸을 기사들 쪽으로 와요. 그럼 저 같은 경우는 밀어버리는 데 "사장님 왜 그러세요" 하고 미는데...그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와요. 그럼 몸이 밀리면서 운전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일부 여성대리기사들이 남성 취객을 거꾸로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술 취한 남자 손님을 성추행범으로 몰아 돈을 요구한다는 주장인데요.

<녹취> E사 여성대리운전자 : "사진기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 찍기도 해요! 여기사들이 고발한다고 경찰서 데리고 가면 여기사들을 보호해줘요. 술 먹은 사람 말을 믿겠어? 돈 뺏긴다니까..."

여성 대리운전에 대한 편견을 악용하는 극소수 사람들 탓에 대다수 정직한 여성 기사들은 말 못할 냉대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억울한 오해로 쌓인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최명화 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인터뷰> 최명화(39세/대리운전기사) : "여자대리기사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시기 때문에 의외로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고...근데 열심히 살잖아요.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데..."

대리운전 업계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민 : "한국 대리운전 협회 기획부장 현재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상태로 이 업종이 시장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제도적으로 빨리 대리운전 업종이라는 것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여성 대리운전을 둘러싼 오해를 말끔히 털어낼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여성 기사와 취객 모두 잠재적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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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대리운전 광고를 보면 여성 기사도 많아진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런데 광고를 보면 여성이란 점을 유난스레 강조하는게 좀 이상하다 싶을때도 있던데요. 정수영 기자, 여성 대리운전의 실태 취재하셨죠? <리포트> 네, 저도 가끔 여성 대리운전기사 분들 접해 봤는데요. 여성 대리기사를 둘러싼 정체 불명의 소문,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여성 대리운전이 성매매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그럴듯한 얘긴데요. 소문이 소문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엉뚱한 피해를 낳고 있어서 문젭니다. 여성 대리기사를 둘러싼 소문의 진상을 추적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밤늦은 시각의 유흥가. 취객들이 많아지는 만큼 대리운전기사들도 바빠집니다. 요즘은 남성 뿐 아니라 여성 대리운전 기사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대리운전 자주 이용하시나요?) 한달에 한 4~5번. (여자대리운전기사) 한두 번 만나봤어요. (이용해보니까 어떠세요?) 남자들은 과격하게 운전하는 것도 있는데 여자 분들은 조심스럽게 운전하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40살 김모 씨는 지난해 12월 술자리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가 뜻밖의 여성 기사를 만났던 일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OO(여성대리운전 피해자) : "(작년 겨울 술 마시고 대리를 불렀는데) 뜻밖에 여자대리기사가 나오시더라고요.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 신고 첫눈에 보기에도 대리운전 안하게 생긴 분들 있잖아요." 이 여성 운전기사는 김 씨에게 함께 술을 더 마시자고 제안했고 김 씨는 그대로 따라갔는데요. <녹취> 김OO(여성대리운전 피해자) : "하소연도 하고 괜찮다고 관심도 보이고 그렇게 술 마시고 피곤하다고 제 어깨에 기대서 쉬고 가는 게 어떠냐고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김 씨가 화장실을 간 사이 이 여성은 김 씨의 현금과 카드를 챙겨 자취를 감췄습니다. <녹취> 김OO(여성대리운전 피해자) : "(모텔에 들어갔는데 먼저) 씻으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씻고 나왔는데 없는 거죠 지갑은 열려있고 그 안에 현금도 없고 카드도 없고 다 가지고 도망갔어요." 김 씨 같은 피해자가 나올 만큼 여성 대리운전기사들 가운데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뚜렷한 근거 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정말 성매매를 하는 여성 대리운전 기사가 있는 걸까요? <녹취> 여성대리업체 : "(혹시 여자 기사분으로 올 수 있나요?) 여자 기사는 (돈을) 좀 생각해주셔야 해요." 성매매가 가능한지 묻자 대리운전업체는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합니다. <녹취> 대리업체 : "그건 손님들끼리 하시는 거지 저희들한테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되죠." 실제 여성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런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알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S사 여성대리운전기사 : "성매매업소에서 있던 애들이 성매매 단속이 심해져가지고 운전만 배워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틀리더라고 옷차림 자체가 딱 표시가 나더라고요." 또 다른 여성 대리운전자의 얘기입니다. <녹취> A사 여성대리운전기사 : "언뜻 그런 의향을 비쳐가지고 길 가다가 어디서 (성매매를) 했다고..." 취재진은 총 30차례에 걸쳐 여성 대리운전기사를 만나 성매매 여성 기사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돌아온 대답은 실체가 없는 소문일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 기사를 목격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성 대리운전기사 39살 최명화 씨는 근거 없는 성매매 소문 탓에 여성 기사들이 겪는 괴로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최명화(39세) : "여성대리운전기사 일부러 조수석에 앉아서 술 취한 척하면서 몸을 기사들 쪽으로 와요. 그럼 저 같은 경우는 밀어버리는 데 "사장님 왜 그러세요" 하고 미는데...그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와요. 그럼 몸이 밀리면서 운전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일부 여성대리기사들이 남성 취객을 거꾸로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술 취한 남자 손님을 성추행범으로 몰아 돈을 요구한다는 주장인데요. <녹취> E사 여성대리운전자 : "사진기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 찍기도 해요! 여기사들이 고발한다고 경찰서 데리고 가면 여기사들을 보호해줘요. 술 먹은 사람 말을 믿겠어? 돈 뺏긴다니까..." 여성 대리운전에 대한 편견을 악용하는 극소수 사람들 탓에 대다수 정직한 여성 기사들은 말 못할 냉대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억울한 오해로 쌓인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최명화 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인터뷰> 최명화(39세/대리운전기사) : "여자대리기사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시기 때문에 의외로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고...근데 열심히 살잖아요.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데..." 대리운전 업계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민 : "한국 대리운전 협회 기획부장 현재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상태로 이 업종이 시장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제도적으로 빨리 대리운전 업종이라는 것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여성 대리운전을 둘러싼 오해를 말끔히 털어낼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여성 기사와 취객 모두 잠재적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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