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경찰, 동료 책상 밑에 ‘몰카’ 설치

입력 2010.04.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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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경찰서 책상 밑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습니다.

한 40대 경찰관이 동료인 여성 경찰관의 책상 아래에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법을 집행해야 할 경찰의 기강이 밑바닥까지 무너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중근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질문> 경찰서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답변>

네,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난 2월 말 한 여자 경찰관이 자신에 책상 아래서 몰래 설치된 카메라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 디지털 카메라는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43살 임 모 경사가 설치한 것이 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여성 경찰관이 강하게 항의하자 임 경사는 단지 장난삼아 카메라를 책상아래 놔뒀을 뿐, 실제로 촬영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동료 경찰관 (음성변조): "두 사람이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에요. 장난도 많이 치고해서 장난 비슷하게 (그런 것 같아요.)"

여성 경찰관도 당시 디지털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이 있는지 확있했는데, 촬영된 동영상이나 사진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질문> 단순한 장난이었다,경찰이 자체 감찰 했다던데 결과 나왔습니까?

<답변>

네, 서초경찰서는 한달이 넘도록 사실상 이 사건을 방치해뒀습니다.

경찰이 설명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는데요.

우선 임 경사가 실제로 촬영하지도 않았고, 촬영한 의도도 없었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에 대한 근거로 당시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가 방전돼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피해 여경도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촬영을 시도하려고 했으면 배터리가 충전된 상태에서 해야될 것 아니에요. 배터리가 꺼진 것을 갖다놓은 것 같아요. 전혀 찍힌 것도 없고."

또, 사건 당시 임 경사가 충분히 해명하고 사과해 여성 경찰관도 이를 납득하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당사자들이 이 사건을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는 건데요.

하지만 카메라가 발견됐을 때, 두 사람이 크게 다퉜고 이를 본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을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파문이 확산됐고, 결국 이달 초 서울지방경찰청이 직접 감찰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자 임 경사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사표를 수리하고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성폭력 처벌 법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촬영물을 전시,배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분명히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배터리가 방전된 것 등으로 미뤄 촬영 시도조차 한 것이 아니라며 사표 수리이외에 형사처벌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경찰관의 성추문이 이 번만이 아니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성폭력 사범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집중 단속기간은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6월 2일까진데요.

김길태 사건으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발표된 대책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지난달부터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성폭력과 성희롱 등 성추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나 모 경장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7살 청소년을 성폭행해 파면됐고, 해당 서장과 과장, 팀장 등이 줄줄이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또, 지난 1일에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4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양 모 경장이 붙잡혀 현재 감찰조사를 받고 있고, 경기도에서는 지난 4일,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 간부가 지적 장애가 있는 10대 여학생을 유인해 성관계를 맺고 돈을 줬다 적발됐습니다.

경찰은 최근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자 근무기강을 강화하는 한편, 적발된 경찰관들은 중징계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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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경찰, 동료 책상 밑에 ‘몰카’ 설치
    • 입력 2010-04-20 23: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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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경찰서 책상 밑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습니다. 한 40대 경찰관이 동료인 여성 경찰관의 책상 아래에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법을 집행해야 할 경찰의 기강이 밑바닥까지 무너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중근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질문> 경찰서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답변> 네,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난 2월 말 한 여자 경찰관이 자신에 책상 아래서 몰래 설치된 카메라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 디지털 카메라는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43살 임 모 경사가 설치한 것이 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여성 경찰관이 강하게 항의하자 임 경사는 단지 장난삼아 카메라를 책상아래 놔뒀을 뿐, 실제로 촬영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동료 경찰관 (음성변조): "두 사람이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에요. 장난도 많이 치고해서 장난 비슷하게 (그런 것 같아요.)" 여성 경찰관도 당시 디지털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이 있는지 확있했는데, 촬영된 동영상이나 사진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질문> 단순한 장난이었다,경찰이 자체 감찰 했다던데 결과 나왔습니까? <답변> 네, 서초경찰서는 한달이 넘도록 사실상 이 사건을 방치해뒀습니다. 경찰이 설명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는데요. 우선 임 경사가 실제로 촬영하지도 않았고, 촬영한 의도도 없었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에 대한 근거로 당시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가 방전돼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피해 여경도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촬영을 시도하려고 했으면 배터리가 충전된 상태에서 해야될 것 아니에요. 배터리가 꺼진 것을 갖다놓은 것 같아요. 전혀 찍힌 것도 없고." 또, 사건 당시 임 경사가 충분히 해명하고 사과해 여성 경찰관도 이를 납득하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당사자들이 이 사건을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는 건데요. 하지만 카메라가 발견됐을 때, 두 사람이 크게 다퉜고 이를 본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을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파문이 확산됐고, 결국 이달 초 서울지방경찰청이 직접 감찰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자 임 경사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사표를 수리하고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성폭력 처벌 법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촬영물을 전시,배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분명히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배터리가 방전된 것 등으로 미뤄 촬영 시도조차 한 것이 아니라며 사표 수리이외에 형사처벌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경찰관의 성추문이 이 번만이 아니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성폭력 사범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집중 단속기간은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6월 2일까진데요. 김길태 사건으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발표된 대책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지난달부터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성폭력과 성희롱 등 성추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나 모 경장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7살 청소년을 성폭행해 파면됐고, 해당 서장과 과장, 팀장 등이 줄줄이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또, 지난 1일에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4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양 모 경장이 붙잡혀 현재 감찰조사를 받고 있고, 경기도에서는 지난 4일,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 간부가 지적 장애가 있는 10대 여학생을 유인해 성관계를 맺고 돈을 줬다 적발됐습니다. 경찰은 최근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자 근무기강을 강화하는 한편, 적발된 경찰관들은 중징계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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