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者와 論文 ①국립서울대, 학문의 길을 묻다

입력 2010.04.20 (23:38) 수정 2012.06.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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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의도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 그리고 2006년 김병준 전 교육 부총리와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학자는 결국 낙마하게 된다. 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이중게재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연구윤리 문제가 촉발됐던 상징적인 계기였다. 또한 이 사건은 우리 학계가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후속보도] 서울대, 성낙인 교수 연구비 이중 수령 의혹 “격려금 해당 관행상 인정”



김 병준 부총리의 낙마 이후 열린 한 학술토론회에서 오고 간 다음과 같은 대화는 학계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표절과 이중 게재한 교수들만 대학에서 내보내도 지금있는 시간 강사를 모두 교수로 자리잡을텐데요.”



“글쎄요. 아마 들어갈 사람도 별로 없지 않을까요?”



이후 우리 학계는 논문 이중게재를 심각한 ‘연구 부적절 행위’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덮어둘 수만은 없는 사안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해 서울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만들고, 이중게재 금지규정도 도입했다.



2008년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서울대학교 윤리지침까지 제정하기에 이른다.



4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계는 얼마나 변했을까? 새 정부 들어서도 교수출신 공직자의 이중게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연구윤리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정당한 인용없는 논문 이중게재’를 대수롭게 여기는 분위기도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른 일은 아니지만 단순한 불찰이나 착오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KBS탐사보도팀은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교수 581명을 대상으로 논문을 일일이 확인하며, 그 실태를 분석하기로 했다.



2. 주요 내용



- 왜 학술논문 간 이뤄지는 ‘이중게재’가 문제가 되는가?



교수가 자신이 쓴 이전 논문의 글의 전부나 또는 상당부분을 인용과 출처 없이 학술지에 다시 출판하는 행위, 이를 ‘정당한 인용없는 이중게재’라 부른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제일 간단한 답변은 ‘내 글을 내가 다시 쓰는 건 문제가 없다. 단 전제가 하나 있다. 적절하게 인용만 한다면... 실제로 적절하게 인용하고 자신이 전개하는 생각이나 내용이 이전 자신의 글 어디에서 왔는지를 충실하게 밝힌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밝히지 않은 채 이중게재를 하게 되면 새로운 연구성과물인 것처럼 오해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이전 저작물이라도 출처를 정당하게 밝히지 않고 다시 옮겨오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연구성과물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라는 것이다.



논문 쓰기는 일종의 벽돌쌓기와 같다고 한다.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다른 사람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그 위에 자신만의 새로운 벽돌을 쌓아올리는 것이다.



결국 논문 이중게재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새로운 벽돌 즉 연구 성과를 쌓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논문간 이중게재개가 학문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왜 서울대인가?



KBS 탐사보도팀은 서울대학교 교수를 대상으로 논문을 일일이 확인하기로 했다.



서울대를 선택한 이유는 대한민국 최고 대학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 서울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으로 더욱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요구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1차로 검증한 대상은 서울대 인문대, 사회대, 사범대, 법대, 경영대 등 인문사회계열 교수와 행정대학원, 환경대학원, 보건대학원, 국제대학원 등 교수 581명이다. 4월 현재 정년퇴임했거나 그만둔 교수는 제외했다. 또한 7,80년대 발표된 논문은 제외했다. 90년 이후 쓰여진 논문만을 살폈다. 또 공대와 자연대 등 이공계열 교수는 추후 검증으로 넘겼다.



- 서울대 검증의 결과는?



서울대 교수 한 사람 한사람의 논문을 국회도서관 등에서 찾아내고 비슷한 유형별로 정리했다. 확인해야 할 논문 수만 6만 건이 넘었다.



우선 문서 상호 유사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내용이 같거나 유사한 논문을 걸러냈다.



이렇게 선정된 논문을 다시 면밀하게 분석, 비교, 확인했다. 의혹이 있는 논문은 관련 학계에 물어보고, 전화와 이메일 연락을 통해 해당 교수의 의견을 직접 물었다.



그 결과, 전체 581명 가운데, 상당수의 교수에서 이중게재 의혹이 제기됐다.



교수들마다 해명과 항변이 잇따랐다. 학술지 등에서 자신의 논문을 무단 게재했다는 주장도 나왔고,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동저자가 이중 게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특히 옛날 학계 상황을 이해해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중게재 기준이 없었거나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교수들은 이중게재 사실을 인정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자고 했다.



그 자세한 취재와 분석 결과는 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 논문 이중게재, 실적 부풀리기로 이어졌나?



많은 서울대 교수들은 이중게재는 했지만 이는 불찰일뿐이고 결코 이를 이용해 실적을 부풀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5년 동안 서울대 교수의 연구실적 제출 목록을 일부 입수했다. 취재진은 특히 승진과 재임용과 같은 교수들의 업적 평가 항목에 주목했다.



그 결과 일부에서 이중게재한 논문을 교수 승진 심사에 실적으로 제출해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교수들의 이중게재를 통한 실적 부풀리기 사실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 미국 등 서구학계 이중게재를 어떻게 바라보나?



우리 학계에 이중게재 등 윤리문제가 점차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 무렵이다. 외국 학계에 크게 의존하던 경향에서 벗어났고 학자층도 두터워지던 때였다. 이른바 학문의 ‘글로벌 스탠더드’ 즉 학문 윤리의 국제화 기준을 도입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 등 서구 학계에서는 정당한 인용 없는 논문 이중게재를 일종의 사기 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명문 사립대학이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지역인 미국 동부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대학 등 다양한 미국대학을 현재 취재해, 그들이 이중게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교육과정은 어떠한지를 취재했다.



- 최근 3년동안 4년제 교수의 연구부정행위 건수는?



탐사보도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작성한 전국 4년제 대학 재직 교수의 연구부정 행위 조사 내역을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지난 3년간 대학교수들의 표절과 이중게재 등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조사결과와 조치 내역이 담겨있다.



지난 3년동안 대학에서의 연구 부정 행위 조사 건수는 51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이중게재와 표절이 가장 많았다.



조치결과를 보면 견책과 경고 등 경징계가 5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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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學者와 論文 ①국립서울대, 학문의 길을 묻다
    • 입력 2010-04-20 23:38:10
    • 수정2012-06-04 09: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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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의도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 그리고 2006년 김병준 전 교육 부총리와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학자는 결국 낙마하게 된다. 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이중게재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연구윤리 문제가 촉발됐던 상징적인 계기였다. 또한 이 사건은 우리 학계가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후속보도] 서울대, 성낙인 교수 연구비 이중 수령 의혹 “격려금 해당 관행상 인정”

김 병준 부총리의 낙마 이후 열린 한 학술토론회에서 오고 간 다음과 같은 대화는 학계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표절과 이중 게재한 교수들만 대학에서 내보내도 지금있는 시간 강사를 모두 교수로 자리잡을텐데요.”

“글쎄요. 아마 들어갈 사람도 별로 없지 않을까요?”

이후 우리 학계는 논문 이중게재를 심각한 ‘연구 부적절 행위’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덮어둘 수만은 없는 사안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해 서울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만들고, 이중게재 금지규정도 도입했다.

2008년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서울대학교 윤리지침까지 제정하기에 이른다.

4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계는 얼마나 변했을까? 새 정부 들어서도 교수출신 공직자의 이중게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연구윤리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정당한 인용없는 논문 이중게재’를 대수롭게 여기는 분위기도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른 일은 아니지만 단순한 불찰이나 착오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KBS탐사보도팀은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교수 581명을 대상으로 논문을 일일이 확인하며, 그 실태를 분석하기로 했다.

2. 주요 내용

- 왜 학술논문 간 이뤄지는 ‘이중게재’가 문제가 되는가?

교수가 자신이 쓴 이전 논문의 글의 전부나 또는 상당부분을 인용과 출처 없이 학술지에 다시 출판하는 행위, 이를 ‘정당한 인용없는 이중게재’라 부른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제일 간단한 답변은 ‘내 글을 내가 다시 쓰는 건 문제가 없다. 단 전제가 하나 있다. 적절하게 인용만 한다면... 실제로 적절하게 인용하고 자신이 전개하는 생각이나 내용이 이전 자신의 글 어디에서 왔는지를 충실하게 밝힌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밝히지 않은 채 이중게재를 하게 되면 새로운 연구성과물인 것처럼 오해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이전 저작물이라도 출처를 정당하게 밝히지 않고 다시 옮겨오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연구성과물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라는 것이다.

논문 쓰기는 일종의 벽돌쌓기와 같다고 한다.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다른 사람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그 위에 자신만의 새로운 벽돌을 쌓아올리는 것이다.

결국 논문 이중게재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새로운 벽돌 즉 연구 성과를 쌓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논문간 이중게재개가 학문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왜 서울대인가?

KBS 탐사보도팀은 서울대학교 교수를 대상으로 논문을 일일이 확인하기로 했다.

서울대를 선택한 이유는 대한민국 최고 대학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 서울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으로 더욱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요구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1차로 검증한 대상은 서울대 인문대, 사회대, 사범대, 법대, 경영대 등 인문사회계열 교수와 행정대학원, 환경대학원, 보건대학원, 국제대학원 등 교수 581명이다. 4월 현재 정년퇴임했거나 그만둔 교수는 제외했다. 또한 7,80년대 발표된 논문은 제외했다. 90년 이후 쓰여진 논문만을 살폈다. 또 공대와 자연대 등 이공계열 교수는 추후 검증으로 넘겼다.

- 서울대 검증의 결과는?

서울대 교수 한 사람 한사람의 논문을 국회도서관 등에서 찾아내고 비슷한 유형별로 정리했다. 확인해야 할 논문 수만 6만 건이 넘었다.

우선 문서 상호 유사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내용이 같거나 유사한 논문을 걸러냈다.

이렇게 선정된 논문을 다시 면밀하게 분석, 비교, 확인했다. 의혹이 있는 논문은 관련 학계에 물어보고, 전화와 이메일 연락을 통해 해당 교수의 의견을 직접 물었다.

그 결과, 전체 581명 가운데, 상당수의 교수에서 이중게재 의혹이 제기됐다.

교수들마다 해명과 항변이 잇따랐다. 학술지 등에서 자신의 논문을 무단 게재했다는 주장도 나왔고,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동저자가 이중 게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특히 옛날 학계 상황을 이해해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중게재 기준이 없었거나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교수들은 이중게재 사실을 인정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자고 했다.

그 자세한 취재와 분석 결과는 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 논문 이중게재, 실적 부풀리기로 이어졌나?

많은 서울대 교수들은 이중게재는 했지만 이는 불찰일뿐이고 결코 이를 이용해 실적을 부풀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5년 동안 서울대 교수의 연구실적 제출 목록을 일부 입수했다. 취재진은 특히 승진과 재임용과 같은 교수들의 업적 평가 항목에 주목했다.

그 결과 일부에서 이중게재한 논문을 교수 승진 심사에 실적으로 제출해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교수들의 이중게재를 통한 실적 부풀리기 사실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 미국 등 서구학계 이중게재를 어떻게 바라보나?

우리 학계에 이중게재 등 윤리문제가 점차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 무렵이다. 외국 학계에 크게 의존하던 경향에서 벗어났고 학자층도 두터워지던 때였다. 이른바 학문의 ‘글로벌 스탠더드’ 즉 학문 윤리의 국제화 기준을 도입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 등 서구 학계에서는 정당한 인용 없는 논문 이중게재를 일종의 사기 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명문 사립대학이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지역인 미국 동부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대학 등 다양한 미국대학을 현재 취재해, 그들이 이중게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교육과정은 어떠한지를 취재했다.

- 최근 3년동안 4년제 교수의 연구부정행위 건수는?

탐사보도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작성한 전국 4년제 대학 재직 교수의 연구부정 행위 조사 내역을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지난 3년간 대학교수들의 표절과 이중게재 등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조사결과와 조치 내역이 담겨있다.

지난 3년동안 대학에서의 연구 부정 행위 조사 건수는 51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이중게재와 표절이 가장 많았다.

조치결과를 보면 견책과 경고 등 경징계가 5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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