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에 성접대까지’ 또 불거진 법조비리

입력 2010.04.2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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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의 건설업체 대표 정모씨가 20일 밤 MBC `PD수첩' 프로그램에서 검찰 고위 간부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 방송에서 정씨는 박기준 부산지검장,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2003년 부산지검에서 각각 형사1부장과 3부장 검사로 재직할 때 여러 번 만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3월말에는 창원지검 차장으로 부임한 한 감찰부장과 부장검사 2명에게 술을 샀고 이 중 부장검사 한 명에게는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룸살롱 여종업원들도 비슷한 증언을 내놓았다.

정씨는 지난 1984년부터 20여년간 용돈과 택시비, 전별금 등 다양한 돈을 검사들에게 줬다고도 했다.

방송은 지난해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됐을 때 정씨와 박 지검장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는데 당시 두 사람은 상당히 자연스런 말투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돼있다.

박 지검장 등 2명은 향응ㆍ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정씨는 녹음한 통화 내용과 함께 향응ㆍ접대 일시와 장소, 액수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문건을 제시해 검찰의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씨는 2월 초 부산지검에 "사업을 시작한 이후 100여명의 검사들에게 뇌물과 촌지, 향응, 성접대 등을 제공했다"며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 해당 검사들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이날 방송으로 검찰은 큰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실명이 공개된 2명의 검찰 간부가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안이 개인의 비리 의혹에 그치지 않고 검찰 조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일부 검사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논란'으로 중도낙마한 지 1년도 안돼 다시 고위 간부의 향응ㆍ접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 혐의 사건에 무죄가 선고된 이후 정치권에서 수사 중단 또는 연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악재가 떠오른 만큼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씨의 주장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 개혁' 요구가 거세지면서 조직 자체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고, 공직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상황에 대한 검찰의 대응은 대검찰청이 고강도 자체 감찰에 나서거나 법무부에 감찰을 의뢰하는 방안, 별도의 감찰ㆍ특별수사 본부 또는 팀을 꾸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이들 3가지 방안 중에서는 대검 감찰라인의 최고 책임자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에 감찰을 맡기거나 검사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별도의 감찰본부를 꾸리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의 자정능력을 믿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지, 검찰 조직 최대의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지는 검찰이 얼마나 사실을 철저히 확인해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가에 달린 만큼 향후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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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봉투에 성접대까지’ 또 불거진 법조비리
    • 입력 2010-04-21 07:18:07
    연합뉴스
경남지역의 건설업체 대표 정모씨가 20일 밤 MBC `PD수첩' 프로그램에서 검찰 고위 간부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 방송에서 정씨는 박기준 부산지검장,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2003년 부산지검에서 각각 형사1부장과 3부장 검사로 재직할 때 여러 번 만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3월말에는 창원지검 차장으로 부임한 한 감찰부장과 부장검사 2명에게 술을 샀고 이 중 부장검사 한 명에게는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룸살롱 여종업원들도 비슷한 증언을 내놓았다. 정씨는 지난 1984년부터 20여년간 용돈과 택시비, 전별금 등 다양한 돈을 검사들에게 줬다고도 했다. 방송은 지난해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됐을 때 정씨와 박 지검장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는데 당시 두 사람은 상당히 자연스런 말투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돼있다. 박 지검장 등 2명은 향응ㆍ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정씨는 녹음한 통화 내용과 함께 향응ㆍ접대 일시와 장소, 액수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문건을 제시해 검찰의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씨는 2월 초 부산지검에 "사업을 시작한 이후 100여명의 검사들에게 뇌물과 촌지, 향응, 성접대 등을 제공했다"며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 해당 검사들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이날 방송으로 검찰은 큰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실명이 공개된 2명의 검찰 간부가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안이 개인의 비리 의혹에 그치지 않고 검찰 조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일부 검사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논란'으로 중도낙마한 지 1년도 안돼 다시 고위 간부의 향응ㆍ접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 혐의 사건에 무죄가 선고된 이후 정치권에서 수사 중단 또는 연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악재가 떠오른 만큼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씨의 주장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 개혁' 요구가 거세지면서 조직 자체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고, 공직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상황에 대한 검찰의 대응은 대검찰청이 고강도 자체 감찰에 나서거나 법무부에 감찰을 의뢰하는 방안, 별도의 감찰ㆍ특별수사 본부 또는 팀을 꾸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이들 3가지 방안 중에서는 대검 감찰라인의 최고 책임자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에 감찰을 맡기거나 검사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별도의 감찰본부를 꾸리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의 자정능력을 믿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지, 검찰 조직 최대의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지는 검찰이 얼마나 사실을 철저히 확인해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가에 달린 만큼 향후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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