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뿐인 FA제도…직업 선택권 침해

입력 2010.04.23 (11:09) 수정 2010.04.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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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만 유리..직업 선택 자유 침해 지적도

지난해 선수들의 훈련 거부와 집단 이탈 사태를 부른 원인이 됐던 프로배구 남자부 FA(자유계약선수) 제도 시행안이 23일 결정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확정한 발표안에 따르면 프로 출범 이후 6시즌을 뛴 선수는 FA 자격을 얻는다.

FA 영입에 대한 보상조건은 △해당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 300%와 선수 1명(보호선수 3명 제외) 또는 △해당선수 직전 시즌 연봉의 400%이다.

예를 들어 연봉 1억5천만원짜리 선수를 데려오려면 원소속 구단에 최대 6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경과규정이다.

작년 7월에 이미 6개 구단 단장들이 합의했던 경과규정은 한 팀에서 배출할 수 있는 FA를 2명으로 제한했다.

그러면 3명 이상의 FA가 다른 구단과 입단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KOVO는 FA 계약 연봉의 다액순으로 2명을 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박을 터트리는 선수는 FA로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는 결국 한 팀에 줄곧 매여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선수들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아울러 어쨌든 다른 팀과 입단 계약을 체결한 선수에 대해 연봉 액수가 다른 선수보다 적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다면 해당 선수의 반발을 부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소송을 통해 법정으로 사태를 끌고가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

올해 남자부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는 모두 22명이다.

현대캐피탈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화재 7명, 대한항공 3명, LIG손해보험 2명, 우리캐피탈과 KEPCO45 각 1명이다.

애초부터 FA를 받는 구단에 대해 영입 선수 숫자를 제한해야지, FA를 배출하는 구단에 숫자 제한을 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런 한시규정이 FA 배출 선수가 많은 삼성, 현대에게만 유리한 편법이라는 시선도 있다.

프로 원년부터 6시즌을 뛴 한 선수는 이에 대해 "결국 원년부터 프로배구판을 주도해온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제도인 것 같다. 만일 계약까지 해놓고 무효가 되는 선수가 생긴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KOVO는 오는 28일 선수들에게 FA 제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미 제도를 다 정해놓고 설득을 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반발할 조짐이다.

KOVO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에는 추첨으로 2명을 정하자는 논의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에게 돈을 많이 받을 방법을 마련해주자는 차원에서 다액순으로 FA 배출 선수의 숫자를 제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허점도 있고 미비한 제도라는 지적이 있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고, FA 제도를 도입조차 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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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울 뿐인 FA제도…직업 선택권 침해
    • 입력 2010-04-23 11:09:15
    • 수정2010-04-23 11:11:14
    연합뉴스
삼성.현대만 유리..직업 선택 자유 침해 지적도 지난해 선수들의 훈련 거부와 집단 이탈 사태를 부른 원인이 됐던 프로배구 남자부 FA(자유계약선수) 제도 시행안이 23일 결정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확정한 발표안에 따르면 프로 출범 이후 6시즌을 뛴 선수는 FA 자격을 얻는다. FA 영입에 대한 보상조건은 △해당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 300%와 선수 1명(보호선수 3명 제외) 또는 △해당선수 직전 시즌 연봉의 400%이다. 예를 들어 연봉 1억5천만원짜리 선수를 데려오려면 원소속 구단에 최대 6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경과규정이다. 작년 7월에 이미 6개 구단 단장들이 합의했던 경과규정은 한 팀에서 배출할 수 있는 FA를 2명으로 제한했다. 그러면 3명 이상의 FA가 다른 구단과 입단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KOVO는 FA 계약 연봉의 다액순으로 2명을 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박을 터트리는 선수는 FA로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는 결국 한 팀에 줄곧 매여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선수들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아울러 어쨌든 다른 팀과 입단 계약을 체결한 선수에 대해 연봉 액수가 다른 선수보다 적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다면 해당 선수의 반발을 부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소송을 통해 법정으로 사태를 끌고가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 올해 남자부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는 모두 22명이다. 현대캐피탈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화재 7명, 대한항공 3명, LIG손해보험 2명, 우리캐피탈과 KEPCO45 각 1명이다. 애초부터 FA를 받는 구단에 대해 영입 선수 숫자를 제한해야지, FA를 배출하는 구단에 숫자 제한을 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런 한시규정이 FA 배출 선수가 많은 삼성, 현대에게만 유리한 편법이라는 시선도 있다. 프로 원년부터 6시즌을 뛴 한 선수는 이에 대해 "결국 원년부터 프로배구판을 주도해온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제도인 것 같다. 만일 계약까지 해놓고 무효가 되는 선수가 생긴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KOVO는 오는 28일 선수들에게 FA 제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미 제도를 다 정해놓고 설득을 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반발할 조짐이다. KOVO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에는 추첨으로 2명을 정하자는 논의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에게 돈을 많이 받을 방법을 마련해주자는 차원에서 다액순으로 FA 배출 선수의 숫자를 제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허점도 있고 미비한 제도라는 지적이 있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고, FA 제도를 도입조차 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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