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시험대

입력 2010.04.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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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로 강등한 것은 의미가 간단치 않다.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채무조정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S&P는 성명에서 그리스가 디폴트나 채무조정에 이를 경우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은 투자금액의 평균 30~50%를 회수할 수 있다고 언급, 디폴트나 채무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스 정부가 현재 유로존, IMF 등과 벌이고 있는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선 S&P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리스 정부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놨지만 높은 정부부채 부담과 관련된 중기적 재정조달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중기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런 시각은 최근 골드만삭스나 씨티그룹 등 시장 일각에서 제기해온 우려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들 투자은행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5%, 재정적자가 GDP의 13.6%(EU 추정치 기준)에 달하는 그리스가 유로존과 IMF 등으로부터 4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채무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채무조정을 피하려면 지금 거론되고 있는 450억유로의 두 배에 달하는 900억유로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S&P와 이들 투자은행이 그리스 사태를 보는 시각의 이면에는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처하는 유로존의 해결 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그리스 재정난이 수면위로 부상한 이래 5개월 가까이 계속돼온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 논의는 회원국 간 이견을 수없이 드러내며 끊임없는 불확실성을 노출시켰다.

이는 유로존이 독일의 반대를 이겨내고 내달 초 300억유로를 그리스에 지원키로 결정하더라도 이 같은 규모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시장이 다시 그리스 재정난에 주목할 때 유로존이 보여줄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S&P가 이날 시장에서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돼온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한 것도 재정난에 허덕이는 회원국에 대한 유로존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파리 소재 AXA 투자 회사의 악셀 보터 투자전략가는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절차가 국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리스나 포르투갈 모두 근본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난이 불거진 상황이어서 구제금융이라는 '응급처방'으로는 엄청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장이 중시하는 대목이다.

당장의 급한 불인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강도 높은 긴축재정에 나서야 하는데 긴축 강도를 높일수록 경제성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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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시험대
    • 입력 2010-04-28 06:30:10
    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로 강등한 것은 의미가 간단치 않다.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채무조정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S&P는 성명에서 그리스가 디폴트나 채무조정에 이를 경우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은 투자금액의 평균 30~50%를 회수할 수 있다고 언급, 디폴트나 채무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스 정부가 현재 유로존, IMF 등과 벌이고 있는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선 S&P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리스 정부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놨지만 높은 정부부채 부담과 관련된 중기적 재정조달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중기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런 시각은 최근 골드만삭스나 씨티그룹 등 시장 일각에서 제기해온 우려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들 투자은행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5%, 재정적자가 GDP의 13.6%(EU 추정치 기준)에 달하는 그리스가 유로존과 IMF 등으로부터 4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채무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채무조정을 피하려면 지금 거론되고 있는 450억유로의 두 배에 달하는 900억유로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S&P와 이들 투자은행이 그리스 사태를 보는 시각의 이면에는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처하는 유로존의 해결 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그리스 재정난이 수면위로 부상한 이래 5개월 가까이 계속돼온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 논의는 회원국 간 이견을 수없이 드러내며 끊임없는 불확실성을 노출시켰다. 이는 유로존이 독일의 반대를 이겨내고 내달 초 300억유로를 그리스에 지원키로 결정하더라도 이 같은 규모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시장이 다시 그리스 재정난에 주목할 때 유로존이 보여줄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S&P가 이날 시장에서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돼온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한 것도 재정난에 허덕이는 회원국에 대한 유로존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파리 소재 AXA 투자 회사의 악셀 보터 투자전략가는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절차가 국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리스나 포르투갈 모두 근본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난이 불거진 상황이어서 구제금융이라는 '응급처방'으로는 엄청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장이 중시하는 대목이다. 당장의 급한 불인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강도 높은 긴축재정에 나서야 하는데 긴축 강도를 높일수록 경제성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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