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 위기 재부상…국내 금융시장 파장은?

입력 2010.04.28 (10:29) 수정 2010.04.2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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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채권이 정크본드 등급으로 떨어지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급락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유럽발 충격파가 국내 금융시장에 불어닥쳤다.

28일 서울 외환.증권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충격파로 인해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됨에 따라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FTSE 100 지수는 2.61% 내렸고, 독일 DAX 30 지수는 2.73%, 프랑스 CAC 40 지수는 3.82% 떨어졌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전날보다 213.04포인트(1.9%)나 급락한 10,991.99로 장을 마감해 11,000선이 무너졌다.



◇그리스 악재에 환율 급등

전날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반등에 성공한 환율은 그리스 악재 여파로 상승세에 탄력이 붙는 양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123.00원까지 치솟고서 오전 9시50분 현재 전날보다 10원 높은 1,120.10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등급인 'BB+'로 세 단계 강등하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인 정크본드 등급으로 떨어지기는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화 매집세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이끌고 있다.

국내외 주가가 급락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와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맞물리면서 한동안 환율이 1,1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당국은 올 들어 첫 구두개입을 단행하면서 20억달러를 웃도는 달러화 매수 개입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그리스에 대한 우려감이 완화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와 수출 증가세 등을 바탕으로 하락세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41억8천만달러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규모였으며 이달에도 5조원(약 45억달러)에 달하는 주식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어제 당국의 개입으로 달러화 매도 심리가 위축된 시점에 그리스 관련 악재가 불거지면서 당분간은 환율이 1,100원을 하향 이탈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나빠지지만 않으면 외국인 주식 매수세 지속될 수 있어 2분기 내 1,000원대 진입 가능성은 여전히 커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 신용위험 지표 상승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주가는 떨어지고 채권 값은 오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 후반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도 간밤에 급락했으며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2% 이상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채권금리는 하락(채권 값 상승)하고 있다. 이날 오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61%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떨어졌다.

유럽발 악재로 우리나라 대표적 신용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우리나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27일 0.84%포인트에서 0.92%포인트까지 오른 데 이어 이날은 0.93~0.94%포인트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를 정점으로 어닝시즌(실적발표)이 마무리되면서 시기적으로 증시 상승 요인이 부족한 데다 유럽발 악재까지 겹쳐 투자심리도 위축됐다며 증시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기적으로는 주가가 더 올라가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고 글로벌시장에서 악재가 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며 "내달 중순까지는 유럽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술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의 충격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두드러지면서 단기적인 조정을 겪을 수는 있지만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자산운용리서치팀장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라며 "그리스 이외 지역으로 위기가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를 유럽발 위기 재연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사실상 항복단계에 들어갔고, 사후적 처리에 능숙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뒤늦게 등급을 내렸다"며 "악재는 시작이 아닌 종결 수순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가 그리스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2천500만달러고, 포르투갈에서 차입한 금액은 없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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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4-28 10:29:16
    • 수정2010-04-28 12: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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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채권이 정크본드 등급으로 떨어지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급락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유럽발 충격파가 국내 금융시장에 불어닥쳤다. 28일 서울 외환.증권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충격파로 인해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됨에 따라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FTSE 100 지수는 2.61% 내렸고, 독일 DAX 30 지수는 2.73%, 프랑스 CAC 40 지수는 3.82% 떨어졌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전날보다 213.04포인트(1.9%)나 급락한 10,991.99로 장을 마감해 11,000선이 무너졌다. ◇그리스 악재에 환율 급등 전날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반등에 성공한 환율은 그리스 악재 여파로 상승세에 탄력이 붙는 양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123.00원까지 치솟고서 오전 9시50분 현재 전날보다 10원 높은 1,120.10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등급인 'BB+'로 세 단계 강등하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인 정크본드 등급으로 떨어지기는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화 매집세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이끌고 있다. 국내외 주가가 급락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와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맞물리면서 한동안 환율이 1,1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당국은 올 들어 첫 구두개입을 단행하면서 20억달러를 웃도는 달러화 매수 개입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그리스에 대한 우려감이 완화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와 수출 증가세 등을 바탕으로 하락세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41억8천만달러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규모였으며 이달에도 5조원(약 45억달러)에 달하는 주식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어제 당국의 개입으로 달러화 매도 심리가 위축된 시점에 그리스 관련 악재가 불거지면서 당분간은 환율이 1,100원을 하향 이탈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나빠지지만 않으면 외국인 주식 매수세 지속될 수 있어 2분기 내 1,000원대 진입 가능성은 여전히 커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 신용위험 지표 상승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주가는 떨어지고 채권 값은 오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 후반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도 간밤에 급락했으며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2% 이상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채권금리는 하락(채권 값 상승)하고 있다. 이날 오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61%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떨어졌다. 유럽발 악재로 우리나라 대표적 신용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우리나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27일 0.84%포인트에서 0.92%포인트까지 오른 데 이어 이날은 0.93~0.94%포인트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를 정점으로 어닝시즌(실적발표)이 마무리되면서 시기적으로 증시 상승 요인이 부족한 데다 유럽발 악재까지 겹쳐 투자심리도 위축됐다며 증시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기적으로는 주가가 더 올라가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고 글로벌시장에서 악재가 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며 "내달 중순까지는 유럽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술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의 충격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두드러지면서 단기적인 조정을 겪을 수는 있지만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자산운용리서치팀장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라며 "그리스 이외 지역으로 위기가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를 유럽발 위기 재연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사실상 항복단계에 들어갔고, 사후적 처리에 능숙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뒤늦게 등급을 내렸다"며 "악재는 시작이 아닌 종결 수순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가 그리스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2천500만달러고, 포르투갈에서 차입한 금액은 없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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