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찜질방 가고파” 기쁨 만끽

입력 2010.04.29 (19:23) 수정 2010.04.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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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천200m)에 도착한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은 "따끈따끈한 찜질방에서 시원한 식혜를 마시며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 무사히 돌아온 기쁨을 만끽했다.



오 대장은 27일 안나푸르나 정상(8천91m)에 오르며 여성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스페인 원정대원의 조난 소식 때문에 오 대장이 베이스캠프로 복귀했을 때 우리 원정대원들은 조용히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오 대장은 후아니토 오이아르자발 스페인 원정대장을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



오 대장은 다음 달 2일 베이스캠프에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이동해 교민 및 원정대원들과 함께 14좌 완등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할 예정이다.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다음은 오은선 대장과 일문일답.



지금 가장 생각나는 것은?

▲따끈따끈한 찜질방에서 시원한 식혜나 마시며 쉬고 싶다. 속이 메슥거리지만 배가고프다. (오 대장은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으로 한국에서 준비해 온 냉면과 게장을 비운 뒤 사과도 몇 개나 먹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소감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정상 앞에서 피켈(등산용 지팡이)에 태극기를 묶는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17년간의 긴 여정이 끝나 홀가분했다.



정상에 오를 때 성큼성큼 나아갔는데?

▲체력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내 정신으로 올라간 것 같지는 않다.(웃음) 정상 부근에서 날씨도 너무 안 좋고 체력도 떨어져 `돌아가야 하나?'라는 갈등에 빠진 순간 폴란드 여자 원정대원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에 나도 저 정도는 가겠다 싶었다. 마지막 구간에서 피켈을 찍는 순간에는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힘이 나서 성큼성큼 갔다.



정상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는데?

▲국민 여러분께 너무 고마웠다.



특히 감사하고 싶은 사람은?

▲제일 먼저 블랙야크 식구들에게 고맙다.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안나푸르나가 다른 산과 달랐던 점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특히 작년과 비교해서도 계절적으로 다르고, 루트나 지형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등반 과정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23일 캠프2(5천600m)에서 캠프3(6천400m)으로 가는 동안 오버행(암벽 일부가 돌출돼 머리 위를 덮은 형태의 바위) 구간을 지나다 배낭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식량 대부분이 거기 들어 있었다. 결국, 이후에 제대로 먹은 게 없다.



특히 캠프3로 갔다가 기상 악화로 캠프1로 후퇴하고 나서 다시 캠프3로 이동하게 돼 작년보다 더 힘들었다.



조난당한 스페인 원정대원을 구조하려고 하산을 미뤘는데?


▲소식을 듣고서 큰일 났다 싶었다. 우리도 식량도 없고 체력도 바닥인데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 팀이 (조난당한 스페인 원정대원) 톨로를 데리고 오길 원했다. 하지만 7천m 이상에서 이틀을 지새웠고 먹은 것도 없어 2차 조난이 우려됐다. 그래도 우리 셰르파 옹추가 혹시나 싶어 30여 분 이상 올라갔으나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시 캠프로 돌아왔다.



옹추가 캠프로 돌아온 뒤로도 무언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구조대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헬기가 오지 않고 12시가 넘어 눈구름이 몰려오자 셀파들이 동요했다. 스페인 측에서도 29일 헬기 구조가 시작돼야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우리에게 내려가라고 했다. 나와 셀파는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남기고 철수했다. 정상 등정 이후 캠프1까지 물밖에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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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은선 “찜질방 가고파” 기쁨 만끽
    • 입력 2010-04-29 19:23:16
    • 수정2010-04-29 19:29:08
    연합뉴스
 29일 오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천200m)에 도착한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은 "따끈따끈한 찜질방에서 시원한 식혜를 마시며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 무사히 돌아온 기쁨을 만끽했다.

오 대장은 27일 안나푸르나 정상(8천91m)에 오르며 여성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스페인 원정대원의 조난 소식 때문에 오 대장이 베이스캠프로 복귀했을 때 우리 원정대원들은 조용히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오 대장은 후아니토 오이아르자발 스페인 원정대장을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

오 대장은 다음 달 2일 베이스캠프에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이동해 교민 및 원정대원들과 함께 14좌 완등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할 예정이다.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다음은 오은선 대장과 일문일답.

지금 가장 생각나는 것은?
▲따끈따끈한 찜질방에서 시원한 식혜나 마시며 쉬고 싶다. 속이 메슥거리지만 배가고프다. (오 대장은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으로 한국에서 준비해 온 냉면과 게장을 비운 뒤 사과도 몇 개나 먹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소감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정상 앞에서 피켈(등산용 지팡이)에 태극기를 묶는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17년간의 긴 여정이 끝나 홀가분했다.

정상에 오를 때 성큼성큼 나아갔는데?
▲체력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내 정신으로 올라간 것 같지는 않다.(웃음) 정상 부근에서 날씨도 너무 안 좋고 체력도 떨어져 `돌아가야 하나?'라는 갈등에 빠진 순간 폴란드 여자 원정대원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에 나도 저 정도는 가겠다 싶었다. 마지막 구간에서 피켈을 찍는 순간에는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힘이 나서 성큼성큼 갔다.

정상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는데?
▲국민 여러분께 너무 고마웠다.

특히 감사하고 싶은 사람은?
▲제일 먼저 블랙야크 식구들에게 고맙다.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안나푸르나가 다른 산과 달랐던 점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특히 작년과 비교해서도 계절적으로 다르고, 루트나 지형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등반 과정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23일 캠프2(5천600m)에서 캠프3(6천400m)으로 가는 동안 오버행(암벽 일부가 돌출돼 머리 위를 덮은 형태의 바위) 구간을 지나다 배낭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식량 대부분이 거기 들어 있었다. 결국, 이후에 제대로 먹은 게 없다.

특히 캠프3로 갔다가 기상 악화로 캠프1로 후퇴하고 나서 다시 캠프3로 이동하게 돼 작년보다 더 힘들었다.

조난당한 스페인 원정대원을 구조하려고 하산을 미뤘는데?

▲소식을 듣고서 큰일 났다 싶었다. 우리도 식량도 없고 체력도 바닥인데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 팀이 (조난당한 스페인 원정대원) 톨로를 데리고 오길 원했다. 하지만 7천m 이상에서 이틀을 지새웠고 먹은 것도 없어 2차 조난이 우려됐다. 그래도 우리 셰르파 옹추가 혹시나 싶어 30여 분 이상 올라갔으나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시 캠프로 돌아왔다.

옹추가 캠프로 돌아온 뒤로도 무언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구조대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헬기가 오지 않고 12시가 넘어 눈구름이 몰려오자 셀파들이 동요했다. 스페인 측에서도 29일 헬기 구조가 시작돼야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우리에게 내려가라고 했다. 나와 셀파는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남기고 철수했다. 정상 등정 이후 캠프1까지 물밖에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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