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체력 고갈 ‘힘겨웠던 하산’

입력 2010.04.29 (20:01) 수정 2010.04.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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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이 29일(이하  한국시각)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천200m)로 무사히 복귀하며 17년간의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등정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14좌를 여성 최초로 완등한 오 대장은 "(14좌를 완등한 최초의 여성이라는)  역사로만 남지 않겠다. 살아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안나푸르나 하산 과정도 등정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특히 하산 과정에서 스페인 원정대 대원이 탈진해 쓰러졌다면서 도움을 요청해 하산 과정이 예정보다 하루 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등정에 온 힘을 다 쏟은 오 대장은 27일 오후 6시30분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틀 연속 10시간이 훌쩍 넘는 강행군으로 몸은 젖은 스펀지처럼 무거웠고 날씨도 좋지 않았다.



    오후에 들면서 안나푸르나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끼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나마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오 대장은 무사히 살아서 베이스캠프에 돌아가겠다는 생각 하나로 영하 30℃ 밑으로 떨어지는 혹한과 싸워가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새벽 눈을 떠 정상을 향해 출발한 후 물만 조금 마셨을 뿐 음식을 먹지 못한 지 20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앞서 23일 머리 위를 덮은 모양의 암벽인 오버행 구간을 지나다가 배낭을  잃어버렸는데 식량 대부분이 그곳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대장은 27일 오후 6시30분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캠프4(7천200m)로 내려왔다. 베이스캠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2~3시간 늦게  도착한 것이다.



    오 대장은 "정상에 오를 때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다"고 하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쉰 것도 잠시 뿐, 이번에는 스페인 원정대 한 명이  7천600~7천700m 지점에서 조난당해 오 대장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오 대장은 "소식을 듣고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도 식량이 없고 체력이 바닥인데 어떡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원정대는 오 대장 일행이 조난한 스페인 대원을 데리고 와 줄 것을 원했으나 2차 조난이 우려돼 직접 구조에 나서지는 못했다.



    오 대장은 셰르파인 옹추 다와(39)를 보냈지만 "30분 이상 올라갔지만 찾을 수 없다"며 다시 캠프4로 돌아왔다.



    체력과 음식이 바닥난 오 대장은 직접 구조에 나서진 못했지만 구조대가 왔을  때 뭔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28일 하산을 중단하고 캠프에 대기했다.



    그러나 날씨가 나빠서 구조 헬기가 뜨지 않고 눈구름이 몰려오자 셰르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캠프4에 오 대장과 함께 있던 스페인 대원들도 결국 정상 구조활동이 어렵다고 보고 내려가라고 말했다.



    오 대장은 더 머물렀다가는 자신과 셰르파의 목숨도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캠프4에 도착한 지 16시간 만인 오후 4시45분께 눈물의 철수 결정을 내렸다. 



    하산 3시간 만에 캠프1(5천100m)에 도착했다. 



    캠프1에서 하루를 쉰 오 대장은 29일 낮 12시50분 캠프1을 출발, 뛰는 듯 빠른 속도로 약 3시간 만인 오후 3시45분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27일 오후 6시30분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 지 만 이틀 만에 베이스캠프에 도달한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오 대장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면서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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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은선, 체력 고갈 ‘힘겨웠던 하산’
    • 입력 2010-04-29 20:01:11
    • 수정2010-04-29 20:01:56
    연합뉴스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이 29일(이하  한국시각)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천200m)로 무사히 복귀하며 17년간의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등정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14좌를 여성 최초로 완등한 오 대장은 "(14좌를 완등한 최초의 여성이라는)  역사로만 남지 않겠다. 살아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안나푸르나 하산 과정도 등정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특히 하산 과정에서 스페인 원정대 대원이 탈진해 쓰러졌다면서 도움을 요청해 하산 과정이 예정보다 하루 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등정에 온 힘을 다 쏟은 오 대장은 27일 오후 6시30분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틀 연속 10시간이 훌쩍 넘는 강행군으로 몸은 젖은 스펀지처럼 무거웠고 날씨도 좋지 않았다.

    오후에 들면서 안나푸르나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끼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나마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오 대장은 무사히 살아서 베이스캠프에 돌아가겠다는 생각 하나로 영하 30℃ 밑으로 떨어지는 혹한과 싸워가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새벽 눈을 떠 정상을 향해 출발한 후 물만 조금 마셨을 뿐 음식을 먹지 못한 지 20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앞서 23일 머리 위를 덮은 모양의 암벽인 오버행 구간을 지나다가 배낭을  잃어버렸는데 식량 대부분이 그곳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대장은 27일 오후 6시30분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캠프4(7천200m)로 내려왔다. 베이스캠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2~3시간 늦게  도착한 것이다.

    오 대장은 "정상에 오를 때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다"고 하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쉰 것도 잠시 뿐, 이번에는 스페인 원정대 한 명이  7천600~7천700m 지점에서 조난당해 오 대장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오 대장은 "소식을 듣고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도 식량이 없고 체력이 바닥인데 어떡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원정대는 오 대장 일행이 조난한 스페인 대원을 데리고 와 줄 것을 원했으나 2차 조난이 우려돼 직접 구조에 나서지는 못했다.

    오 대장은 셰르파인 옹추 다와(39)를 보냈지만 "30분 이상 올라갔지만 찾을 수 없다"며 다시 캠프4로 돌아왔다.

    체력과 음식이 바닥난 오 대장은 직접 구조에 나서진 못했지만 구조대가 왔을  때 뭔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28일 하산을 중단하고 캠프에 대기했다.

    그러나 날씨가 나빠서 구조 헬기가 뜨지 않고 눈구름이 몰려오자 셰르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캠프4에 오 대장과 함께 있던 스페인 대원들도 결국 정상 구조활동이 어렵다고 보고 내려가라고 말했다.

    오 대장은 더 머물렀다가는 자신과 셰르파의 목숨도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캠프4에 도착한 지 16시간 만인 오후 4시45분께 눈물의 철수 결정을 내렸다. 

    하산 3시간 만에 캠프1(5천100m)에 도착했다. 

    캠프1에서 하루를 쉰 오 대장은 29일 낮 12시50분 캠프1을 출발, 뛰는 듯 빠른 속도로 약 3시간 만인 오후 3시45분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27일 오후 6시30분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 지 만 이틀 만에 베이스캠프에 도달한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오 대장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면서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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