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딸 찾기 12년째…올해도 눈물의 어린이날

입력 2010.05.0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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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원씨 "딸 실종 후 가정 붕괴…정부 지원 절실"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윤봉원(49)씨는 평소 좀처럼 보지 않던 앨범을 꺼내 들고 긴 한숨을 쉬며 눈물을 훔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윤씨의 딸 지현(실종 당시 9세)양이 앨범 속 사진에서 함박웃음을 띠고 있지만, 해맑은 모습의 딸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을 나이의 딸이지만 윤씨의 기억 속 지현양은 어린이 모습에서 그쳤다.

그래서 어린이날이라고 부모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을 찾는 아이들을 볼 때면 윤씨의 가슴은 더욱 찢어진다. 이런 고통의 나날을 보낸 지 벌써 12년째다.

지현양이 실종된 것은 1999년 4월14일 오후다. 경기도 오산의 한 초등학교 2학년생이던 지현양이 귀가하던 중 아파트 입구에서 없어진 것이다.

윤씨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선생님이 딸을 학교 버스로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줬다고 하는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온 동네를 다 뒤졌지만 헛수고였다"라며 울먹였다.

이후 윤씨는 딸의 사진 등이 담긴 전단을 들고 진주, 마산, 완도 등 전국 방방곡곡의 보육시설을 뒤졌다.

딸을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생산직으로 근무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딸이 사라지고서 가정에 끊이질 않았던 웃음도 함께 사라졌다. 술의 힘을 빌려야만 잠들 수 있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아내와의 마찰로 별거까지 하게 됐다고 윤씨는 어렵게 털어놨다.

윤씨는 4일 "고등학교 3학년생인 아들과 둘이서 지내고 있다. 전에는 가족끼리 민속촌에 놀러 가기도 했는데 딸의 실종 이후 어린이날이 더욱 고통스럽게만 다가온다"고 말했다.

윤씨가 회원으로 있는 `전국미아ㆍ실종 가족찾기 시민모임'에 따르면 실종된 아이들은 현재 전국적으로 2만 명가량으로 수많은 부모가 윤씨처럼 어린이날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윤씨는 시민모임에서 수시로 벌이는 미아 찾기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며 딸을 찾기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올해도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에 참여할 계획이다.

윤씨는 "실종 아동을 찾는데 개인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하루라도 빨리 딸을 찾아서 예전에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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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딸 찾기 12년째…올해도 눈물의 어린이날
    • 입력 2010-05-04 06:21:52
    연합뉴스
윤봉원씨 "딸 실종 후 가정 붕괴…정부 지원 절실"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윤봉원(49)씨는 평소 좀처럼 보지 않던 앨범을 꺼내 들고 긴 한숨을 쉬며 눈물을 훔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윤씨의 딸 지현(실종 당시 9세)양이 앨범 속 사진에서 함박웃음을 띠고 있지만, 해맑은 모습의 딸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을 나이의 딸이지만 윤씨의 기억 속 지현양은 어린이 모습에서 그쳤다. 그래서 어린이날이라고 부모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을 찾는 아이들을 볼 때면 윤씨의 가슴은 더욱 찢어진다. 이런 고통의 나날을 보낸 지 벌써 12년째다. 지현양이 실종된 것은 1999년 4월14일 오후다. 경기도 오산의 한 초등학교 2학년생이던 지현양이 귀가하던 중 아파트 입구에서 없어진 것이다. 윤씨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선생님이 딸을 학교 버스로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줬다고 하는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온 동네를 다 뒤졌지만 헛수고였다"라며 울먹였다. 이후 윤씨는 딸의 사진 등이 담긴 전단을 들고 진주, 마산, 완도 등 전국 방방곡곡의 보육시설을 뒤졌다. 딸을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생산직으로 근무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딸이 사라지고서 가정에 끊이질 않았던 웃음도 함께 사라졌다. 술의 힘을 빌려야만 잠들 수 있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아내와의 마찰로 별거까지 하게 됐다고 윤씨는 어렵게 털어놨다. 윤씨는 4일 "고등학교 3학년생인 아들과 둘이서 지내고 있다. 전에는 가족끼리 민속촌에 놀러 가기도 했는데 딸의 실종 이후 어린이날이 더욱 고통스럽게만 다가온다"고 말했다. 윤씨가 회원으로 있는 `전국미아ㆍ실종 가족찾기 시민모임'에 따르면 실종된 아이들은 현재 전국적으로 2만 명가량으로 수많은 부모가 윤씨처럼 어린이날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윤씨는 시민모임에서 수시로 벌이는 미아 찾기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며 딸을 찾기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올해도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에 참여할 계획이다. 윤씨는 "실종 아동을 찾는데 개인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하루라도 빨리 딸을 찾아서 예전에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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