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허울뿐인 FA 제도 ‘빈축’

입력 2010.05.04 (16: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돈주고 자유계약권 동결…`원소속 구단'이 3개

여자프로농구 센터 강지숙이 2주일 동안 두 번 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허울 뿐인 자유계약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강지숙은 프로 무대에서 5년 동안 뛰어 자유계약권을 얻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구리 금호생명에서 춘천 우리은행, 우리은행에서 부천 신세계로 두 차례나 트레이드됐다.

이 과정에서 자유계약선수로서 다른 구단과 한 차례도 협상을 해보지 못한 채 `원소속 구단'의 자격을 한 다리를 건너 양도받은 신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뛰게 될 처지가 됐다.

이런 해괴한 사태를 둘러싸고 농구계 안팎에서는 여자농구연맹(WKBL)의 자유계약 제도가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첫 번째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유계약 자격을 얻는 선수에게 특정 금액을 주면 타 구단과 협상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WKBL은 작년 말에 규정을 개정해 전체 선수연봉 상한액(샐러리캡)의 25%를 연봉으로 주면 자유계약 선수가 원소속 구단에 잔류하도록 하고 있다.

자유계약 제도의 근본 취지인 선수의 직업 선택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다.

자유계약 선수를 원소속 구단이 마음대로 트레이드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 자유계약의 의미를 `25% 룰'과 더불어 완전히 퇴색시켰다.

게다가 자유계약 선수와 원소속 구단의 재계약 협상결렬서를 WKBL에 제출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규정도 선수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

원소속 구단과 선수의 협상이 실제로 결렬되더라도 구단이 협상 결렬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협상 결렬에 따라 발생하는 타 구단 협상권이 선수에게 없다는 얘기다.

강지숙은 자유계약 선수가 됐으니 다른 구단에서 뛰겠다는 취지로 원소속 구단인 금호생명과 재계약을 거부했다가 원소속 구단과 협상 마감시간을 4시간 남겨두고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우리은행은 금호생명에서 `원소속 구단 협상권'을 획득해 샐러리캡의 25%인 2억2천500만원을 제시하고 강지숙의 타 구단 협상권을 박탈했다.

강지숙은 무적 선수가 될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구단에서 뛰겠다'면서 규정에 따라 부과된 우리은행과 의무 계약을 거부했다.

우리은행은 강지숙과 계약에 실패하자 이날 신세계에 강지숙을 트레이드했고 신세계는 세 번째 원소속 구단으로서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계약 절차에서 자유계약 선수로서 `다른 구단과 협상하고 싶다'는 강지숙의 의사는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

WKBL 관계자는 "자유계약과 관련한 제도는 6개 구단 사무국장들의 회의를 거쳐 단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의결된 것"이라며 "강지숙만 받아들이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강지숙과 금호생명의 마찰 때문에 잇따라 트레이드된 선수는 그를 포함해 모두 5명이다.

계속 자유계약권을 요구하다가는 동료와 리그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강지숙이 트레이드를 받아들이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WKBL이 운영하고 있는 자유계약선수 규정은 `노예계약 제도'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자농구, 허울뿐인 FA 제도 ‘빈축’
    • 입력 2010-05-04 16:41:12
    연합뉴스
돈주고 자유계약권 동결…`원소속 구단'이 3개 여자프로농구 센터 강지숙이 2주일 동안 두 번 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허울 뿐인 자유계약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강지숙은 프로 무대에서 5년 동안 뛰어 자유계약권을 얻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구리 금호생명에서 춘천 우리은행, 우리은행에서 부천 신세계로 두 차례나 트레이드됐다. 이 과정에서 자유계약선수로서 다른 구단과 한 차례도 협상을 해보지 못한 채 `원소속 구단'의 자격을 한 다리를 건너 양도받은 신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뛰게 될 처지가 됐다. 이런 해괴한 사태를 둘러싸고 농구계 안팎에서는 여자농구연맹(WKBL)의 자유계약 제도가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첫 번째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유계약 자격을 얻는 선수에게 특정 금액을 주면 타 구단과 협상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WKBL은 작년 말에 규정을 개정해 전체 선수연봉 상한액(샐러리캡)의 25%를 연봉으로 주면 자유계약 선수가 원소속 구단에 잔류하도록 하고 있다. 자유계약 제도의 근본 취지인 선수의 직업 선택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다. 자유계약 선수를 원소속 구단이 마음대로 트레이드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 자유계약의 의미를 `25% 룰'과 더불어 완전히 퇴색시켰다. 게다가 자유계약 선수와 원소속 구단의 재계약 협상결렬서를 WKBL에 제출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규정도 선수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 원소속 구단과 선수의 협상이 실제로 결렬되더라도 구단이 협상 결렬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협상 결렬에 따라 발생하는 타 구단 협상권이 선수에게 없다는 얘기다. 강지숙은 자유계약 선수가 됐으니 다른 구단에서 뛰겠다는 취지로 원소속 구단인 금호생명과 재계약을 거부했다가 원소속 구단과 협상 마감시간을 4시간 남겨두고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우리은행은 금호생명에서 `원소속 구단 협상권'을 획득해 샐러리캡의 25%인 2억2천500만원을 제시하고 강지숙의 타 구단 협상권을 박탈했다. 강지숙은 무적 선수가 될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구단에서 뛰겠다'면서 규정에 따라 부과된 우리은행과 의무 계약을 거부했다. 우리은행은 강지숙과 계약에 실패하자 이날 신세계에 강지숙을 트레이드했고 신세계는 세 번째 원소속 구단으로서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계약 절차에서 자유계약 선수로서 `다른 구단과 협상하고 싶다'는 강지숙의 의사는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 WKBL 관계자는 "자유계약과 관련한 제도는 6개 구단 사무국장들의 회의를 거쳐 단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의결된 것"이라며 "강지숙만 받아들이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강지숙과 금호생명의 마찰 때문에 잇따라 트레이드된 선수는 그를 포함해 모두 5명이다. 계속 자유계약권을 요구하다가는 동료와 리그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강지숙이 트레이드를 받아들이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WKBL이 운영하고 있는 자유계약선수 규정은 `노예계약 제도'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