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6연승 마법 걸린 ‘야신의 수염’

입력 2010.05.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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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거침없이 16연승을 달렸다. 지난달 14일 한화와 경기에서 6-1로 이긴 뒤 20일째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김성근 SK 감독은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넥센과 경기를 앞두고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이제 가렵다"고 말했다.

징크스에 민감한 김 감독은 연승 행진을 벌이면서 수염을 자르지 않았다. 생전 처음 수염을 '어쩔 수 없이' 기르다 보니 가려울 법도 했다.

김 감독은 "비누로 세수하면서 수염까지 문지르는데 가렵다. 아예 안 씻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

김 감독이 수염을 깎지 않으면서 선수들도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날이 더워지면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싶지만 연승 탓에 함부로 자를 수도 없다.

훈련을 마친 뒤 헬멧을 벗고 머리카락 사이로 구슬땀을 흘린 주장 김재현은 "연승이 끊기면 선수들에게 다 같이 '자르자'고 했다"고 말했다.

가렵고 답답해 미칠 노릇이지만 매일 이겨 SK 선수단은 그야말로 신이 난다. 선수들 자신도 지난해 9월부터 승률 8할대의 놀라운 성적을 거둔 것을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안방마님 박경완은 무서운 연승의 원동력에 대해 "나 때문에 연승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후배 야수들이 더 민첩하게 움직인다. 벌써 동작 하나하나가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이전 경기에서 불펜 투수를 많이 소모해 오늘 던질 투수가 없는 날은 도리어 대량 득점이 난다. 투수와 타자 간 조화가 잘 맞아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현은 "후배들이 1승의 중요성을 잘 알게 된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19연승을 내달렸지만 정규 시즌에서 KIA에 반게임 차 뒤진 2위에 그쳤고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힘이 떨어져 KIA에 무릎을 꿇었다.

공격첨병 정근우는 "선발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줘서 팀이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게임을 끌려가고 있어도 '우리 것만 잘하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집중한다. 시즌 시작 후 다친 선수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고 초반 타자 모두 힘만 잔뜩 들어갔던 스윙을 대폭 줄이면서 타격감각이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4번 타자 박정권은 불굴의 정신력을 꼽았다. 박정권은 "다른 팀은 지고 있으면 '내일 잘하자'라는 생각을 할지 몰라도 우린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선수단 전부가 진심으로 '(지면)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선발 투수가 길게 던져주고 우려했던 왼손 불펜 투수들이 오른손 타자들을 잘 막아줘서 연승을 타고 있다. 김강민과 임훈 같은 선수들이 8~9번 타순에서 상위 타순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 노릇을 잘해주면서 응집력도 좋아졌다"고 평했다.

이어 "우리 팀이 가장 강했던 2008년에는 투타의 축이 되는 베테랑이 있었다면 올해는 축은 없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이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 선수들은 어느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다시 수염 얘기. 김 감독은 "턱수염은 간혹 손질을 하고 있지만 콧수염과 턱수염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곧 우승을 의미한다"며 웃었다.

김 감독이 내건 우승 예상 승수는 82승. 이날까지 24승을 거뒀고 앞으로 104경기에서 58승만 보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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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16연승 마법 걸린 ‘야신의 수염’
    • 입력 2010-05-04 22:00:34
    연합뉴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거침없이 16연승을 달렸다. 지난달 14일 한화와 경기에서 6-1로 이긴 뒤 20일째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김성근 SK 감독은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넥센과 경기를 앞두고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이제 가렵다"고 말했다. 징크스에 민감한 김 감독은 연승 행진을 벌이면서 수염을 자르지 않았다. 생전 처음 수염을 '어쩔 수 없이' 기르다 보니 가려울 법도 했다. 김 감독은 "비누로 세수하면서 수염까지 문지르는데 가렵다. 아예 안 씻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 김 감독이 수염을 깎지 않으면서 선수들도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날이 더워지면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싶지만 연승 탓에 함부로 자를 수도 없다. 훈련을 마친 뒤 헬멧을 벗고 머리카락 사이로 구슬땀을 흘린 주장 김재현은 "연승이 끊기면 선수들에게 다 같이 '자르자'고 했다"고 말했다. 가렵고 답답해 미칠 노릇이지만 매일 이겨 SK 선수단은 그야말로 신이 난다. 선수들 자신도 지난해 9월부터 승률 8할대의 놀라운 성적을 거둔 것을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안방마님 박경완은 무서운 연승의 원동력에 대해 "나 때문에 연승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후배 야수들이 더 민첩하게 움직인다. 벌써 동작 하나하나가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이전 경기에서 불펜 투수를 많이 소모해 오늘 던질 투수가 없는 날은 도리어 대량 득점이 난다. 투수와 타자 간 조화가 잘 맞아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현은 "후배들이 1승의 중요성을 잘 알게 된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19연승을 내달렸지만 정규 시즌에서 KIA에 반게임 차 뒤진 2위에 그쳤고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힘이 떨어져 KIA에 무릎을 꿇었다. 공격첨병 정근우는 "선발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줘서 팀이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게임을 끌려가고 있어도 '우리 것만 잘하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집중한다. 시즌 시작 후 다친 선수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고 초반 타자 모두 힘만 잔뜩 들어갔던 스윙을 대폭 줄이면서 타격감각이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4번 타자 박정권은 불굴의 정신력을 꼽았다. 박정권은 "다른 팀은 지고 있으면 '내일 잘하자'라는 생각을 할지 몰라도 우린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선수단 전부가 진심으로 '(지면)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선발 투수가 길게 던져주고 우려했던 왼손 불펜 투수들이 오른손 타자들을 잘 막아줘서 연승을 타고 있다. 김강민과 임훈 같은 선수들이 8~9번 타순에서 상위 타순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 노릇을 잘해주면서 응집력도 좋아졌다"고 평했다. 이어 "우리 팀이 가장 강했던 2008년에는 투타의 축이 되는 베테랑이 있었다면 올해는 축은 없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이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 선수들은 어느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다시 수염 얘기. 김 감독은 "턱수염은 간혹 손질을 하고 있지만 콧수염과 턱수염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곧 우승을 의미한다"며 웃었다. 김 감독이 내건 우승 예상 승수는 82승. 이날까지 24승을 거뒀고 앞으로 104경기에서 58승만 보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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