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실종에 ‘울고’ 장난전화에 또 ‘울고’

입력 2010.05.05 (08:50) 수정 2010.05.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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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즐거운 어린이날이지만 이날이 슬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종 어린이들의 가족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주는게 있습니다. 바로 장난전화입니다.

 




이민우 기자, 부모 마음을 안다면 이런 거짓전화를 과연 할수 있을까요? 

 




<리포트> 

 




저도 그 분 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말 그대로 장난삼아 건 전화죠. 실종 아동을 봤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 돈을 안 보내면 위험하다. 심심해서, 술에 취해서 거짓 제보를 합니다. 하지만 이게 장난입니까. 세상에 이렇게 잔인한 장난도 있답니까. 부모는 자식 찾겠다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그 심정에 또 한 번 비수를 꼽는 게 그게 장난입니까.



딸 지현이가 실종된 지 벌써 12년째. 악몽 같던 그날 이후,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번화가를 나섭니다.



<현장음>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아이를 잃어버려서... 제 딸이거든요. 9세 때 잃어버려서, 지금 학교에 다녔으면 대학교 1학년이에요."



지난 1999년 4월.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다녀오던 지현이는, 바로 집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목격자도, CCTV도 없었습니다. 지현이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 했지만, 결국 차가운 답변이 되돌아 왔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경찰에서) 2개월 넘게 수사를 했어요. 수사하다가 아무 단서가 안 나오니까, 부모들 오라고 해서 단순 가출 처리를 해서 수사가 마무리 된 거죠."



실종이 아닌 단순가출이란 겁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직접 지현이의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됐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집에 거의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다녔고... 전라도, 경상도, 섬 지역에도 많이 가보고 했는데, 저 혼자로는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를 찾는 것이..."



지현이의 실종으로, 집안은 풍비박산됐습니다. 딸을 찾기 위해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부모님 사이는 멀어져, 별거로 이어졌는데요.



<인터뷰> 윤지현 양 동생 : "집에 자주 혼자 있었던 것도 있었죠. 친구들은 부모님께서 밥 차려주고 그러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 시켜먹고 그러니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실종 광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섬뜩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지현이와 함께 있으니, 당장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라던 한 남성. 가족들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가면, 또 저쪽으로 옮겨 다니면서 오라고 하고... 그때는 '지현이가 거기에 있구나' 그런 생각으로 갔었는데, 막상 보니까 장난 전화였어요."



조사 결과, 전화를 건 이 남성은 어이없게도 중학생이었습니다. 실종 전단지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심심해서 장난 전화를 걸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목격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목격 장소에) 거의 다 가봤어요. 순간순간 속이 타들어가면서 찾으러 갔는데, (지현이가) 아니니까... 무척 힘든 하루죠. 그날은..."



실종된 지 12년, 지현이는 올해로 스무살이 됐습니다. 그 지현이를 가족들은 제보를 통해 제발 만나고 싶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포기도 하고 싶고, 이런 마음이야 하루 이틀 했겠어요. 딸을 생각하면 내 자식이고 하니까... 찾아야 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고, 이렇게 오고 있어요."



실종 아동의 가족을 향한 잔인한 장난은 지현이 가족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 1995년,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 실종된 하늘이의 가족도 끔찍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장 3천 만 원을 보내지 않으면 하늘이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협박 전화였습니다. 조사 결과, 역시 거짓이었습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사업을 하다 부도나신 분이 결국 자신도 막막하니까... 저희 같은 사람을 역이용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 거죠."



이번에도 전단지와 아동 찾기 방송에 쓰인 개인 전화번호를 보고 장난 전화를 건 것입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아이 전단이 게시판이나 전봇대에 붙어 있거든요.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붙이고 다녔으니까... 술에 취해서 전화하시는 분들은 거의 100% 장난 전화고..."



애가 타는 부모의 심정을 노리고, 온갖 전화가 걸려오고, 접근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일부) 무속인 분들도 연락 와서, 이렇게 하면 하늘이를 만날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흥신소 있잖아요. 그런 곳에서 연락이 와요. 저희 같은 (실종 아동) 부모의 심정을 이용해서 돈을 갈취한다고 해야죠. 그런 것도 당해보고..."



지난해 말, 하늘이의 새로운 전단지가 만들어졌고, 개인 전화번호 대신 실종센터 번호가 새겨지면서 장난전화의 악몽에서 벗어나나 싶었습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경찰청으로 (제보가) 몇 건이 왔는데, 경찰청에서 확인해본 결과 그것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되고..."



그러나 장난 전화는 부모가 아닌, 실종아동기관에도 걸려옵니다.



<인터뷰> 정미란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경사) : "자신이 무속인이라고 하면서, 그 아이는 어느 바닷가에 묻혀 있다, 어느 지역에 있을 것이다... 아이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끔 (장난) 전화를 한다고, 관할서 형사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장난 전화는 단순한 장난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실종 아동 수사가 그만큼 더뎌집니다.



<인터뷰> 신영숙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계장) : "제보 하나하나가 저희에게는 엄청난 단서거든요. 그래서 제보를 얼마나 기다리는데, 그 하나는 장난이라도 놓칠 수가 없어요. 장난이다 하더라도 일단 착수를 해야 하니까요."



지난해 실종건수는 약 만 건에 이릅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실종되고, 지현이, 하늘이처럼 많은 실종 아동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 부모들에게 장난 전화는 비수와도 같습니다.



눈물의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을 실종 아동 부모들은 진심어린 제보 전화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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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5-05 08:50:02
    • 수정2010-05-05 16: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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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즐거운 어린이날이지만 이날이 슬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종 어린이들의 가족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주는게 있습니다. 바로 장난전화입니다.
 


이민우 기자, 부모 마음을 안다면 이런 거짓전화를 과연 할수 있을까요? 
 


<리포트> 
 


저도 그 분 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말 그대로 장난삼아 건 전화죠. 실종 아동을 봤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 돈을 안 보내면 위험하다. 심심해서, 술에 취해서 거짓 제보를 합니다. 하지만 이게 장난입니까. 세상에 이렇게 잔인한 장난도 있답니까. 부모는 자식 찾겠다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그 심정에 또 한 번 비수를 꼽는 게 그게 장난입니까.

딸 지현이가 실종된 지 벌써 12년째. 악몽 같던 그날 이후,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번화가를 나섭니다.

<현장음>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아이를 잃어버려서... 제 딸이거든요. 9세 때 잃어버려서, 지금 학교에 다녔으면 대학교 1학년이에요."

지난 1999년 4월.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다녀오던 지현이는, 바로 집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목격자도, CCTV도 없었습니다. 지현이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 했지만, 결국 차가운 답변이 되돌아 왔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경찰에서) 2개월 넘게 수사를 했어요. 수사하다가 아무 단서가 안 나오니까, 부모들 오라고 해서 단순 가출 처리를 해서 수사가 마무리 된 거죠."

실종이 아닌 단순가출이란 겁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직접 지현이의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됐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집에 거의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다녔고... 전라도, 경상도, 섬 지역에도 많이 가보고 했는데, 저 혼자로는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를 찾는 것이..."

지현이의 실종으로, 집안은 풍비박산됐습니다. 딸을 찾기 위해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부모님 사이는 멀어져, 별거로 이어졌는데요.

<인터뷰> 윤지현 양 동생 : "집에 자주 혼자 있었던 것도 있었죠. 친구들은 부모님께서 밥 차려주고 그러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 시켜먹고 그러니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실종 광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섬뜩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지현이와 함께 있으니, 당장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라던 한 남성. 가족들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가면, 또 저쪽으로 옮겨 다니면서 오라고 하고... 그때는 '지현이가 거기에 있구나' 그런 생각으로 갔었는데, 막상 보니까 장난 전화였어요."

조사 결과, 전화를 건 이 남성은 어이없게도 중학생이었습니다. 실종 전단지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심심해서 장난 전화를 걸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목격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목격 장소에) 거의 다 가봤어요. 순간순간 속이 타들어가면서 찾으러 갔는데, (지현이가) 아니니까... 무척 힘든 하루죠. 그날은..."

실종된 지 12년, 지현이는 올해로 스무살이 됐습니다. 그 지현이를 가족들은 제보를 통해 제발 만나고 싶습니다.

<인터뷰> 윤봉원 (윤지현 양 아버지) : "포기도 하고 싶고, 이런 마음이야 하루 이틀 했겠어요. 딸을 생각하면 내 자식이고 하니까... 찾아야 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고, 이렇게 오고 있어요."

실종 아동의 가족을 향한 잔인한 장난은 지현이 가족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 1995년,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 실종된 하늘이의 가족도 끔찍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장 3천 만 원을 보내지 않으면 하늘이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협박 전화였습니다. 조사 결과, 역시 거짓이었습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사업을 하다 부도나신 분이 결국 자신도 막막하니까... 저희 같은 사람을 역이용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 거죠."

이번에도 전단지와 아동 찾기 방송에 쓰인 개인 전화번호를 보고 장난 전화를 건 것입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아이 전단이 게시판이나 전봇대에 붙어 있거든요.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붙이고 다녔으니까... 술에 취해서 전화하시는 분들은 거의 100% 장난 전화고..."

애가 타는 부모의 심정을 노리고, 온갖 전화가 걸려오고, 접근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일부) 무속인 분들도 연락 와서, 이렇게 하면 하늘이를 만날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흥신소 있잖아요. 그런 곳에서 연락이 와요. 저희 같은 (실종 아동) 부모의 심정을 이용해서 돈을 갈취한다고 해야죠. 그런 것도 당해보고..."

지난해 말, 하늘이의 새로운 전단지가 만들어졌고, 개인 전화번호 대신 실종센터 번호가 새겨지면서 장난전화의 악몽에서 벗어나나 싶었습니다.

<인터뷰> 조병세 (조하늘 양 아버지) : "경찰청으로 (제보가) 몇 건이 왔는데, 경찰청에서 확인해본 결과 그것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되고..."

그러나 장난 전화는 부모가 아닌, 실종아동기관에도 걸려옵니다.

<인터뷰> 정미란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경사) : "자신이 무속인이라고 하면서, 그 아이는 어느 바닷가에 묻혀 있다, 어느 지역에 있을 것이다... 아이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끔 (장난) 전화를 한다고, 관할서 형사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장난 전화는 단순한 장난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실종 아동 수사가 그만큼 더뎌집니다.

<인터뷰> 신영숙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계장) : "제보 하나하나가 저희에게는 엄청난 단서거든요. 그래서 제보를 얼마나 기다리는데, 그 하나는 장난이라도 놓칠 수가 없어요. 장난이다 하더라도 일단 착수를 해야 하니까요."

지난해 실종건수는 약 만 건에 이릅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실종되고, 지현이, 하늘이처럼 많은 실종 아동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 부모들에게 장난 전화는 비수와도 같습니다.

눈물의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을 실종 아동 부모들은 진심어린 제보 전화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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