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2년 된 휴대전화…30년 된 자동차

입력 2010.05.05 (08:50) 수정 2010.05.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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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이폰이니 안드로이드폰이니 요즘 스마트폰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아직 이런 휴대전화 쓰는 분도 있습니다.



90년대에 <걸면 걸린다>고 광고하던 휴대전화, 12년째 이 전화를 쓰는 주부가 있다고 합니다.



정수영 기자, 정말 오래쓰기의 달인이라 할 만 하네요.



네, 그렇습니다. 구형 휴대전화 쓴다고 불만스러워 하시는 분들, 이 분 앞에서는 입도 벙긋 못하실 것 같습니다.



11년이면 어떻고 12년이면 어떠냐, 멀쩡한 휴대전화를 왜 바꾸냐는 겁니다. 더 있습니다.



30년도 더 된 승용차를 애지중지 몰고 다니는 운전자, 25년 된 세탁기 쓰는 주부까지, 오래 쓰기의 달인 소리 들을 만 하죠?



<리포트>



경기도 일산에 사는 65살 장연희 씨, 친구와 전화 통화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는데요.

큼직한 직사각형 모양에 비죽 솟아나온 안테나, 버튼 한 개 한 개가 모두 돌출된 모습까지. 웬만해선 구경하기도 힘든 12년 전 휴대전화입니다.



<인터뷰> 장연희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12년 동안 고장 한 번 없이 사용했습니다.”



‘걸면 걸린다’라는 광고로 유명하던 휴대전화 제조사도, 가입했던 이동통신사도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한 번 방전된 배터리는 냉동실에 보관하는데요, 12년째 구형 휴대전화를 무사히 사용할 수 있는 장 씨만의 비법입니다.



<현장음> “공대 교수한테 배운 건데, 배터리 기능이 떨어지면 이렇게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새것처럼 된대요.”



이 집의 살아있는 골동품은 휴대전화가 전부가 아닙니다.



이웃 어르신이 물려줬다는 이 재봉틀은 100년 묵은 제품이구요, 친정어머니 손때가 묻어 있는 장식장들도 50년에서 80년씩 된 고가구들입니다.



지금도 멀쩡히 물건을 보관하며 새것 못지않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연희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모두들 저처럼까지는 안 해도 아껴서 자원낭비가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전남 담양에 살고 있는 61살 진세원 씨. 이른 아침부터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하는데요,

<현장음> “내 분신, 엊저녁에 잘 있었어?”



자동차 박물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1978년식 포니 승용차, 이미 오래 전 생산이 중단돼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어찌나 윤이 나는지 승용차 표면에 얼굴이 다 비치는데요, 30년 넘게 탄 승용차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터뷰> 진세원(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평생 내가 내 옷을 벗어서 이렇게 차를 닦을 정도로 나의 분신이기 때문에 애지중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손으로 힘껏 돌려야 올라가는 유리창에 카세트테이프만 들어가는 자동차 오디오, 녹슨 와이퍼까지, 과연 시동이나 걸릴까 싶은데요. 걱정 금물! 우렁찬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희귀한 구형 승용차가 달리는 모습에 눈을 뗄 줄 모르는데요.



<현장음> “차 관리를 아주 참 잘 하셨네요!”



수십 년 세월에도 포니 승용차가 새 차처럼 멀쩡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은 주인 진 씨의 극진한 내 차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인터뷰> 정광웅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서울로 올라가다가 비 맞는 거 싫다고 다시 돌아온 일 있었거든. 내가 봐서 알지.”



하루 한 시간씩 공들여 차를 닦고 행여 접촉사고라도 날세라 핸들만 잡으면 조심 또 조심하는 진 씨, 앞으로 죽는 날까지 차를 바꾸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인터뷰> 진세원(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끌고 다니겠습니다.”



대전에 사는 주부 63살 장숙자 씨, 저녁 시간이 되자 식사 준비에 분주한데요.



김치를 썰고 있던 도마를 들여다보니 좌우로 쩍 갈라진데다 가운데가 움푹 팬 모습이 언뜻 봐도 2~30년은 된 물건입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남편이 쓰던 물건이니까 귀중한 물건이라 버리기가 아깝고 아직 쓸 수 있으니까...”



남은 반찬을 보관하는 냉장고 또한 범상치 않은데요. 겉보기에는 새 것처럼 깨끗하지만 22년 전, 그러니까 88올림픽 무렵 구입한 단종된 제품입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세탁과 탈수가 따로따로인 이 세탁기는 올해로 25년째 이 집 빨래를 도맡아왔습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모터가 지금 것 보다 몇 배 좋아요. 한 번도 고장 안 났어요.”



20년 이상 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은 장 씨의 부엌은 그야말로 구형 가전제품 박물관입니다.



소문난 자린고비 장 씨는 2년 전 한 시민단체가 개최한 가전제품 오래 사용하는 주부 뽑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깔끔하게 잘 써서 손자 손녀들 다 클 때 까지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너도 나도 최신 제품 찾는데 바쁜 요즘 세상에 시대를 거꾸로 사는 오래쓰기의 달인들, 손때 묻은 옛 물건 아니면 줄 수 없는 행복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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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12년 된 휴대전화…30년 된 자동차
    • 입력 2010-05-05 08:50:02
    • 수정2010-05-05 22: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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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니 안드로이드폰이니 요즘 스마트폰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아직 이런 휴대전화 쓰는 분도 있습니다.

90년대에 <걸면 걸린다>고 광고하던 휴대전화, 12년째 이 전화를 쓰는 주부가 있다고 합니다.

정수영 기자, 정말 오래쓰기의 달인이라 할 만 하네요.

네, 그렇습니다. 구형 휴대전화 쓴다고 불만스러워 하시는 분들, 이 분 앞에서는 입도 벙긋 못하실 것 같습니다.

11년이면 어떻고 12년이면 어떠냐, 멀쩡한 휴대전화를 왜 바꾸냐는 겁니다. 더 있습니다.

30년도 더 된 승용차를 애지중지 몰고 다니는 운전자, 25년 된 세탁기 쓰는 주부까지, 오래 쓰기의 달인 소리 들을 만 하죠?

<리포트>

경기도 일산에 사는 65살 장연희 씨, 친구와 전화 통화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는데요.
큼직한 직사각형 모양에 비죽 솟아나온 안테나, 버튼 한 개 한 개가 모두 돌출된 모습까지. 웬만해선 구경하기도 힘든 12년 전 휴대전화입니다.

<인터뷰> 장연희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12년 동안 고장 한 번 없이 사용했습니다.”

‘걸면 걸린다’라는 광고로 유명하던 휴대전화 제조사도, 가입했던 이동통신사도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한 번 방전된 배터리는 냉동실에 보관하는데요, 12년째 구형 휴대전화를 무사히 사용할 수 있는 장 씨만의 비법입니다.

<현장음> “공대 교수한테 배운 건데, 배터리 기능이 떨어지면 이렇게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새것처럼 된대요.”

이 집의 살아있는 골동품은 휴대전화가 전부가 아닙니다.

이웃 어르신이 물려줬다는 이 재봉틀은 100년 묵은 제품이구요, 친정어머니 손때가 묻어 있는 장식장들도 50년에서 80년씩 된 고가구들입니다.

지금도 멀쩡히 물건을 보관하며 새것 못지않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연희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모두들 저처럼까지는 안 해도 아껴서 자원낭비가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전남 담양에 살고 있는 61살 진세원 씨. 이른 아침부터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하는데요,
<현장음> “내 분신, 엊저녁에 잘 있었어?”

자동차 박물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1978년식 포니 승용차, 이미 오래 전 생산이 중단돼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어찌나 윤이 나는지 승용차 표면에 얼굴이 다 비치는데요, 30년 넘게 탄 승용차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터뷰> 진세원(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평생 내가 내 옷을 벗어서 이렇게 차를 닦을 정도로 나의 분신이기 때문에 애지중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손으로 힘껏 돌려야 올라가는 유리창에 카세트테이프만 들어가는 자동차 오디오, 녹슨 와이퍼까지, 과연 시동이나 걸릴까 싶은데요. 걱정 금물! 우렁찬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희귀한 구형 승용차가 달리는 모습에 눈을 뗄 줄 모르는데요.

<현장음> “차 관리를 아주 참 잘 하셨네요!”

수십 년 세월에도 포니 승용차가 새 차처럼 멀쩡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은 주인 진 씨의 극진한 내 차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인터뷰> 정광웅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서울로 올라가다가 비 맞는 거 싫다고 다시 돌아온 일 있었거든. 내가 봐서 알지.”

하루 한 시간씩 공들여 차를 닦고 행여 접촉사고라도 날세라 핸들만 잡으면 조심 또 조심하는 진 씨, 앞으로 죽는 날까지 차를 바꾸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인터뷰> 진세원(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끌고 다니겠습니다.”

대전에 사는 주부 63살 장숙자 씨, 저녁 시간이 되자 식사 준비에 분주한데요.

김치를 썰고 있던 도마를 들여다보니 좌우로 쩍 갈라진데다 가운데가 움푹 팬 모습이 언뜻 봐도 2~30년은 된 물건입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남편이 쓰던 물건이니까 귀중한 물건이라 버리기가 아깝고 아직 쓸 수 있으니까...”

남은 반찬을 보관하는 냉장고 또한 범상치 않은데요. 겉보기에는 새 것처럼 깨끗하지만 22년 전, 그러니까 88올림픽 무렵 구입한 단종된 제품입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세탁과 탈수가 따로따로인 이 세탁기는 올해로 25년째 이 집 빨래를 도맡아왔습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모터가 지금 것 보다 몇 배 좋아요. 한 번도 고장 안 났어요.”

20년 이상 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은 장 씨의 부엌은 그야말로 구형 가전제품 박물관입니다.

소문난 자린고비 장 씨는 2년 전 한 시민단체가 개최한 가전제품 오래 사용하는 주부 뽑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깔끔하게 잘 써서 손자 손녀들 다 클 때 까지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너도 나도 최신 제품 찾는데 바쁜 요즘 세상에 시대를 거꾸로 사는 오래쓰기의 달인들, 손때 묻은 옛 물건 아니면 줄 수 없는 행복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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