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기쁨과 슬픔 교차한 77개월”

입력 2010.05.20 (16:16) 수정 2010.05.20 (16: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내가 원하는 축구를 만들어가는 게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성적부진에 대한 압박과 스스로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차범근(57) 수원 삼성 감독이 20일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쉬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지면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지난 2003년 10월 수원과 계약에 합의했던 차 감독은 2004년부터 6년 5개월 동안 수원을 이끌면서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2004년, 2008년)과 두 차례 컵 대회 우승(2005년, 2008년)의 프로 무대 성적표를 받아들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꼽히는 차범근 감독은 지난 1991년 현대 축구단의 사령탑으로 처음 K-리그에 발을 내디뎠고, 이후 1998년 프랑스월드컵 사령탑에 이어 잠시 중국 프로팀에서 지휘봉을 잡다가 2004년부터 수원의 지휘봉을 잡고 ’빠른 축구’를 모토로 K-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부임 첫해 정규리그를 우승하며 기분 좋게 K-리그에 적응한 차 감독은 2005년 주전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성적부진으로 정규리그를 10위로 마쳤지만 컵 대회 정상에 오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2005년 컵대회 우승으로 수원은 2004년 정규리그부터 2005년 한중일 A3대회 및 슈퍼컵까지 휩슬쓸면서 4개 대회 연속우승의 금자탑을 쌓았고, 차 감독은 ’우승제조기’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2006년 역시 차범근 감독에게 잊지 못할 한해였다.



시즌 초반 무패행진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컵 대회와 정규리그를 합쳐 11경기에서 3무8패의 무승 행진을 거듭하면서 하위권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차범근 감독은 팀 성적 추락이라는 부담을 떠안고 2006 독일월드컵 때 방송해설위원으로 팀을 비우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다행히 월드컵이 끝나고 재개된 정규리그 후기리그에서 우승하면서 기사회생했고, 아쉽게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에 패했지만 K-리그 준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2007년 정규리그에서도 ’파리아스 돌풍’에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 했던 차 감독은 2008년 정규리그와 컵 대회를 모두 휩쓸면서 수원 부임 이후 첫 ’더블’ 달성에 성공, 우승 제조기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수원의 성적은 곤두박질했고, 그해 정규리그에서 10위에 그친 수원은 그나마 FA컵 우승으로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올해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전북에 1-3으로 패하며 힘겹게 출발한 수원은 이후 2연승으로 상승세에 오르는듯했지만 6연패를 당하면서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차 감독은 지난 4월 24일 강원에 1-2로 패하고 나서 "구단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구단에 (나의 퇴진에 대한) 의사를 묻는 게 당연하다. 팀 성적이 나쁜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팀이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퇴진할 용의가 있다"고 충격 발언을 했다.



하지만 팀은 여전히 정규리그에서 맥을 못 췄고, 2010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의 기쁨에도 팀은 8경기 연속 무승(1무7패)의 참담한 성적 속에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부터 팀 성적에 대한 부담에 시달려야만 했던 차 감독은 결국 "피로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열정도 식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수원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차범근 “기쁨과 슬픔 교차한 77개월”
    • 입력 2010-05-20 16:16:21
    • 수정2010-05-20 16:22:52
    연합뉴스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내가 원하는 축구를 만들어가는 게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성적부진에 대한 압박과 스스로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차범근(57) 수원 삼성 감독이 20일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쉬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지면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지난 2003년 10월 수원과 계약에 합의했던 차 감독은 2004년부터 6년 5개월 동안 수원을 이끌면서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2004년, 2008년)과 두 차례 컵 대회 우승(2005년, 2008년)의 프로 무대 성적표를 받아들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꼽히는 차범근 감독은 지난 1991년 현대 축구단의 사령탑으로 처음 K-리그에 발을 내디뎠고, 이후 1998년 프랑스월드컵 사령탑에 이어 잠시 중국 프로팀에서 지휘봉을 잡다가 2004년부터 수원의 지휘봉을 잡고 ’빠른 축구’를 모토로 K-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부임 첫해 정규리그를 우승하며 기분 좋게 K-리그에 적응한 차 감독은 2005년 주전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성적부진으로 정규리그를 10위로 마쳤지만 컵 대회 정상에 오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2005년 컵대회 우승으로 수원은 2004년 정규리그부터 2005년 한중일 A3대회 및 슈퍼컵까지 휩슬쓸면서 4개 대회 연속우승의 금자탑을 쌓았고, 차 감독은 ’우승제조기’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2006년 역시 차범근 감독에게 잊지 못할 한해였다.

시즌 초반 무패행진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컵 대회와 정규리그를 합쳐 11경기에서 3무8패의 무승 행진을 거듭하면서 하위권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차범근 감독은 팀 성적 추락이라는 부담을 떠안고 2006 독일월드컵 때 방송해설위원으로 팀을 비우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다행히 월드컵이 끝나고 재개된 정규리그 후기리그에서 우승하면서 기사회생했고, 아쉽게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에 패했지만 K-리그 준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2007년 정규리그에서도 ’파리아스 돌풍’에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 했던 차 감독은 2008년 정규리그와 컵 대회를 모두 휩쓸면서 수원 부임 이후 첫 ’더블’ 달성에 성공, 우승 제조기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수원의 성적은 곤두박질했고, 그해 정규리그에서 10위에 그친 수원은 그나마 FA컵 우승으로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올해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전북에 1-3으로 패하며 힘겹게 출발한 수원은 이후 2연승으로 상승세에 오르는듯했지만 6연패를 당하면서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차 감독은 지난 4월 24일 강원에 1-2로 패하고 나서 "구단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구단에 (나의 퇴진에 대한) 의사를 묻는 게 당연하다. 팀 성적이 나쁜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팀이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퇴진할 용의가 있다"고 충격 발언을 했다.

하지만 팀은 여전히 정규리그에서 맥을 못 췄고, 2010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의 기쁨에도 팀은 8경기 연속 무승(1무7패)의 참담한 성적 속에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부터 팀 성적에 대한 부담에 시달려야만 했던 차 감독은 결국 "피로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열정도 식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수원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