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사냥, 즐거운 일본전

입력 2010.05.2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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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본전일뻔했던 영원한 맞수 일본과 대결이 태극전사들의 기분 좋은 축제로 막을 내렸다'

24일 오후 한국과 일본의 역대 72번째 한일전이 펼쳐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경기장 스탠드를 가득 메운 6만 3천여 명의 홈팬들 앞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장도에 오르겠다는 계획이었다.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이날 대회에서 숙명의 라이벌 한국을 상대로 승전보를 전한다면 최근 부진에 따른 비난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게 오카다 감독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잔칫날'에 승리하겠다는 기대는 한국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양박'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AS모나코)의 발끝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일본과 한국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을 18일 앞두고 치르는 한일전이 다소 껄끄러운 게 사실이었다.

지난 2월14일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극적인 3-1 역전승을 거두며 `도쿄 대첩'을 완성했던 태극전사들이 일본을 이기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비기거나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국내 팬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였다.

특히 일본은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에서 맞붙을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중 어느 팀을 가상한 스파링 파트너로 보기 어려웠다. 일각에선 한일전이 정략적인 선택이라며 `한일전 불가론'까지 불거졌다.

선수와 감독 시절 일본에 지지 않았던 허정무 감독도 한일전의 성격을 살리면서도 최종 엔트리 23명에 들려고 주전 경쟁에 나선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시험 무대로 삼겠다는 조심스러운 구상을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예상대로 허벅지 부상 여파로 지난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결장했던 간판 골잡이 박주영을 선발 명단에서 빼고 에콰도르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던 스트라이커 이동국(전북)은 교체 명단에서도 아예 제외했다.

허 감독은 그러면서도 골키퍼 정성룡(성남), 공격수 염기훈(수원),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성남) 등 3명을 제외한 베스트 11 중 8명의 해외파를 선발로 출격시켜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결과는 허정무 감독 용병술의 대성공.

`캡틴' 박지성은 전반 6분 환상적인 드리블에 이은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일찌감치 선제골을 뽑았다. 이어 후반에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후반 추가시간에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잘 마무리하며 2-0 승리를 확정하는 쐐기골을 사냥했다.

허정무 감독이 목표했던 대로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한편 박주영을 아끼고도 부상 선수 없이 기분 좋은 승리를 일궈 자신감마저 충전한 것이다.

또 전반 이근호(이와타)-염기훈(수원) 투톱을 주축으로 한 4-4-2 포메이션에 이어 후반 들어 박주영이 기용되면서 4-2-3-1 전형으로 바꾸는 전술 변화 실험까지 좋은 결과를 얻었다.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또 대표팀 합류가 늦어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뛰지 못했던 이근호와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도 활발한 움직임과 측면 돌파로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안심하게 했다.

얻을 것이 많지 않다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허정무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지난 2월 `도쿄 대첩'을 사이타마에서 재현하며 기분 좋게 마지막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떠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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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마리 토끼 사냥, 즐거운 일본전
    • 입력 2010-05-24 22:03:27
    연합뉴스
`이겨도 본전일뻔했던 영원한 맞수 일본과 대결이 태극전사들의 기분 좋은 축제로 막을 내렸다' 24일 오후 한국과 일본의 역대 72번째 한일전이 펼쳐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경기장 스탠드를 가득 메운 6만 3천여 명의 홈팬들 앞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장도에 오르겠다는 계획이었다.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이날 대회에서 숙명의 라이벌 한국을 상대로 승전보를 전한다면 최근 부진에 따른 비난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게 오카다 감독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잔칫날'에 승리하겠다는 기대는 한국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양박'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AS모나코)의 발끝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일본과 한국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을 18일 앞두고 치르는 한일전이 다소 껄끄러운 게 사실이었다. 지난 2월14일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극적인 3-1 역전승을 거두며 `도쿄 대첩'을 완성했던 태극전사들이 일본을 이기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비기거나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국내 팬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였다. 특히 일본은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에서 맞붙을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중 어느 팀을 가상한 스파링 파트너로 보기 어려웠다. 일각에선 한일전이 정략적인 선택이라며 `한일전 불가론'까지 불거졌다. 선수와 감독 시절 일본에 지지 않았던 허정무 감독도 한일전의 성격을 살리면서도 최종 엔트리 23명에 들려고 주전 경쟁에 나선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시험 무대로 삼겠다는 조심스러운 구상을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예상대로 허벅지 부상 여파로 지난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결장했던 간판 골잡이 박주영을 선발 명단에서 빼고 에콰도르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던 스트라이커 이동국(전북)은 교체 명단에서도 아예 제외했다. 허 감독은 그러면서도 골키퍼 정성룡(성남), 공격수 염기훈(수원),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성남) 등 3명을 제외한 베스트 11 중 8명의 해외파를 선발로 출격시켜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결과는 허정무 감독 용병술의 대성공. `캡틴' 박지성은 전반 6분 환상적인 드리블에 이은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일찌감치 선제골을 뽑았다. 이어 후반에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후반 추가시간에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잘 마무리하며 2-0 승리를 확정하는 쐐기골을 사냥했다. 허정무 감독이 목표했던 대로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한편 박주영을 아끼고도 부상 선수 없이 기분 좋은 승리를 일궈 자신감마저 충전한 것이다. 또 전반 이근호(이와타)-염기훈(수원) 투톱을 주축으로 한 4-4-2 포메이션에 이어 후반 들어 박주영이 기용되면서 4-2-3-1 전형으로 바꾸는 전술 변화 실험까지 좋은 결과를 얻었다.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또 대표팀 합류가 늦어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뛰지 못했던 이근호와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도 활발한 움직임과 측면 돌파로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안심하게 했다. 얻을 것이 많지 않다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허정무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지난 2월 `도쿄 대첩'을 사이타마에서 재현하며 기분 좋게 마지막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떠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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