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역외탈세와의 전쟁’ 선포

입력 2010.05.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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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해외투자를 빌미로 기업자금을 빼돌리거나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누락.축소신고해 세금을 회피하는 `범죄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25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4개 기업과 사주를 지난 6개월간 강도높게 조사해 6천224억원을 찾아내고, 3천392억원을 과세했으며 관련자들을 의법처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범케이스를 내세워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국세청의 이 같은 조치는 역외소득탈루행위는 소중한 국부를 밖으로 유출해 국가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성실한 납세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줘 `조세 정의'를 무력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판단에서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외탈루행위에 대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조세범 처벌법을 예외없이 엄격하게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에도 역외탈세 문제는 심각하게 인식돼왔다. 하지만 이를 조사.단속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를 밝혀내기 위해선 조세담당기구의 집행의지와 함께 국제적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데 국제 공조의 틀이 미비한 데다가 `금융비밀주의'를 내세운 일부 국가의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역외탈세 부작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국제적인 공조체제 구축이 중요하다는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국제공조가 모색되기 시작했다.

작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역외탈세 근절에 적극 나서자는 합의가 나왔고, 그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표들이 조세피난처 국가들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국세청은 작년 11월 태스크포스 형태로 역외탈세를 전담하는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발족,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 1월부터는 국내법인을 포함한 전세계 6천여만개 기업의 재무자료를 전산에 통합구축해 국내외 거래를 분석하는 `국제거래 세원 통합분석 시스템(ICAS)'도 가동했다.

앞서 작년 3월엔 회원국간 조세회피 거래에 대한 개별과세 정보, 국제적 조세회피 기법과 동향 등을 공유하는 기구인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에 가입했다.

그동안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과세당국이나 수사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때에 제대로 제공받기 위해 전세계 국가들과 조세관련 협약을 추진, 지금까지 85개국과 조세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역외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조세피난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까지 사모아, 쿡아일랜드, 바하마, 버뮤다, 건지, 마셜제도 등 6개국과 조세정보교환협정(TIEAs)에 가서명했다. 또 홍콩, 파나마, 케이먼군도, 리히텐슈타인, 지브롤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과도 이를 추진중이다.

`금융비밀주의'의 대명사격인 스위스와는는 현재 체결돼 있는 조세조약에 금융정보교환규정을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 덕분에 이번 조사에서는 세무조사 사상 최초로 탈세혐의자들이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에 개설한 14개 계좌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입출금 내역 및 잔액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하지만 점점 더 치밀하고 은밀하며 지능화돼가고 있는 역외탈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세정보교환 문제와 관련,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을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금융비밀주의'라는 높은 벽을 고수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금까지 구축된 인프라를 체계적.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로 운영해온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상설기구로 전환해 역외탈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역외탈세 조사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금융계좌신고제'를 도입하고 `해외정보수집요원파견제'도 신설할 방침이나 일부에선 예산 소요 및 실효성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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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 ‘역외탈세와의 전쟁’ 선포
    • 입력 2010-05-25 12:51:15
    연합뉴스
국세청이 해외투자를 빌미로 기업자금을 빼돌리거나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누락.축소신고해 세금을 회피하는 `범죄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25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4개 기업과 사주를 지난 6개월간 강도높게 조사해 6천224억원을 찾아내고, 3천392억원을 과세했으며 관련자들을 의법처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범케이스를 내세워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국세청의 이 같은 조치는 역외소득탈루행위는 소중한 국부를 밖으로 유출해 국가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성실한 납세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줘 `조세 정의'를 무력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판단에서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외탈루행위에 대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조세범 처벌법을 예외없이 엄격하게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에도 역외탈세 문제는 심각하게 인식돼왔다. 하지만 이를 조사.단속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를 밝혀내기 위해선 조세담당기구의 집행의지와 함께 국제적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데 국제 공조의 틀이 미비한 데다가 `금융비밀주의'를 내세운 일부 국가의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역외탈세 부작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국제적인 공조체제 구축이 중요하다는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국제공조가 모색되기 시작했다. 작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역외탈세 근절에 적극 나서자는 합의가 나왔고, 그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표들이 조세피난처 국가들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국세청은 작년 11월 태스크포스 형태로 역외탈세를 전담하는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발족,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 1월부터는 국내법인을 포함한 전세계 6천여만개 기업의 재무자료를 전산에 통합구축해 국내외 거래를 분석하는 `국제거래 세원 통합분석 시스템(ICAS)'도 가동했다. 앞서 작년 3월엔 회원국간 조세회피 거래에 대한 개별과세 정보, 국제적 조세회피 기법과 동향 등을 공유하는 기구인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에 가입했다. 그동안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과세당국이나 수사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때에 제대로 제공받기 위해 전세계 국가들과 조세관련 협약을 추진, 지금까지 85개국과 조세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역외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조세피난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까지 사모아, 쿡아일랜드, 바하마, 버뮤다, 건지, 마셜제도 등 6개국과 조세정보교환협정(TIEAs)에 가서명했다. 또 홍콩, 파나마, 케이먼군도, 리히텐슈타인, 지브롤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과도 이를 추진중이다. `금융비밀주의'의 대명사격인 스위스와는는 현재 체결돼 있는 조세조약에 금융정보교환규정을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 덕분에 이번 조사에서는 세무조사 사상 최초로 탈세혐의자들이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에 개설한 14개 계좌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입출금 내역 및 잔액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하지만 점점 더 치밀하고 은밀하며 지능화돼가고 있는 역외탈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세정보교환 문제와 관련,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을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금융비밀주의'라는 높은 벽을 고수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금까지 구축된 인프라를 체계적.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로 운영해온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상설기구로 전환해 역외탈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역외탈세 조사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금융계좌신고제'를 도입하고 `해외정보수집요원파견제'도 신설할 방침이나 일부에선 예산 소요 및 실효성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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