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선발제도 무엇이 달라지나

입력 2010.05.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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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폐지ㆍ외교아카데미 연수
"순혈주의 타파 기대"..회의적 시각도 있어

외교통상부는 25일 외무고시 폐지 및 새로운 형식의 외교관 선발시험 도입, 외교아카데미 연수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를 발표했다.

기존의 1차 필기시험을 서류전형으로 대체하고, 2차 필기시험에서 일부 시험 과목을 줄이고 사례 해결형 에세이를 도입하며, 3차 면접시험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외교부는 아울러 다양한 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서류전형에서 일반전형(60%), 영어능통자(5%), 제2외국어 능통자(15%), 각 분야 전문가(20%)로 구분해 모집한다.

제2외국어는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이며, 에너지와 통상, 군축, 환경, 개발, 국제법 분야의 기능 전문가와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등의 지역 전문가가 각 분야 전문가의 대상이다.

◇외무고시 폐지 = 외교부는 현행 외무고시를 2011년까지 시행하고 2012년부터는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를 도입, 외교아카데미를 거쳐 2013년부터 50명씩의 신임 외교관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외교관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은 공직적성평가(PSAT)와 토플ㆍ토익ㆍ텝스 등 영어성적 제출 형식의 기존 1차 필기시험 대신 영어와 제2외국어, 한국사, PSAT 등의 성적과 학부성적(또는 이를 대체할만한 증명서), 경력증명 등의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학력이나 연령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다만, 경력증명의 경우 각 분야 전문가는 반드시 제출해야 하지만 일반전형이나 영어 및 제2외국어 능통자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외교부는 이와 같은 1차 서류전형을 통해 선발한 300명을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거쳐 15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필기시험은 국제정치학과 경제학, 국제법, 영어, 제2외국어 등 5개 과목으로 치르던 논술 형식의 2차 필기시험과 달리 국제정치학과 경제학, 국제법에 대한 단답형 및 약술 형식의 시험과 통합 과목 형태의 사례 해결형 논술 시험으로 이틀에 걸쳐 치러진다.

영어는 1차 서류전형에서 제시한 영어 성적을 공인인증 성적으로 환산, 평가하는 것으로 대체되며 제2외국어 시험은 없어진다.

외교부는 이렇게 필기시험에 합격한 150명의 수험생은 합격자 발표 후 3주 이내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뒤 서류심사(2일), 개별면접(3일), 개별ㆍ집단ㆍ영어 등의 역량평가(2일) 등 일주일에 걸쳐 면접시험을 보게 된다.

◇외교아카데미 연수 = 이런 과정을 거쳐 선발된 60명에게는 새로 설립된 외교아카데미의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3학기제로 운영되는 외교아카데미에서는 1년간 실무 위주의 집중교육이 시행되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3차 면접시험 합격 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외교안보연구원에서 4개월 정도의 연수를 받는 기존 제도에 비하면 기간이 3배 정도 늘고 교육 내용도 훨씬 강화되는 셈이다.

외교부는 1년간의 외교아카데미 교육 후 그 성적을 반영해 10명 정도를 탈락시킴으로써 교육생간 경쟁을 유도하고 교육의 내실화를 기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렇게 최종 선발된 50명의 5급 외교관에 대해서는 일반전형(60%)과 영어능통자(5%), 제2외국어 능통자(15%), 각 분야 전문가(20%) 등의 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매년 50명을 선발할 경우 현재 외무고시를 통해 30∼40명씩 선발하던 것보다 인원이 증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외교 당국자는 "매년 5급 특채를 10명 내외로 채용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증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외교아카데미의 교수진을 외국인 교수를 포함한 최고의 교수진으로 구성하는 한편, 외교아카데미를 신임 외교관 교육 및 선발 과정뿐만 아니라 기존 외교관들의 직무 재교육 등 외교관 선발ㆍ양성을 위한 종합 교육기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길러지는 외교관'..순혈주의 타파(?) = 외교부는 이런 내용의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는 1단계 외교관 선발시험과 2단계 외교아카데미 교육을 일관된 선발 과정으로 연결해 '뽑는 외교관'이 아니라 '길러지는 외교관'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일반전형뿐만 아니라 영어 및 제2외국어 능통자, 기능 및 지역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그룹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 밖에 지난 1968년 이래 신규 외교관 충원의 주된 경로였던 외무고시를 폐지함으로써 소위 '순혈주의'에 따른 정태적 조직 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모집 분야를 다양화한다고 해서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우선 외교아카데미 교육생 60명 중 60%에 해당하는 일반전형 합격자들이 새로운 파벌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게다가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최종 선발된 50명의 5급 외교관에 대해서는 일반전형(60%)과 영어능통자(5%), 제2외국어 능통자(15%), 각 분야 전문가(20%) 등의 비율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외교아카데미 출신 외교관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순혈주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기존 30∼40명씩 선발하던 외무고시 출신들이 4개월간의 연수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동기 의식보다는 1년의 교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싹트는 동기 및 동료 의식이 훨씬 더 끈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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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5-25 17:41:30
    연합뉴스
외무고시 폐지ㆍ외교아카데미 연수 "순혈주의 타파 기대"..회의적 시각도 있어 외교통상부는 25일 외무고시 폐지 및 새로운 형식의 외교관 선발시험 도입, 외교아카데미 연수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를 발표했다. 기존의 1차 필기시험을 서류전형으로 대체하고, 2차 필기시험에서 일부 시험 과목을 줄이고 사례 해결형 에세이를 도입하며, 3차 면접시험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외교부는 아울러 다양한 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서류전형에서 일반전형(60%), 영어능통자(5%), 제2외국어 능통자(15%), 각 분야 전문가(20%)로 구분해 모집한다. 제2외국어는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이며, 에너지와 통상, 군축, 환경, 개발, 국제법 분야의 기능 전문가와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등의 지역 전문가가 각 분야 전문가의 대상이다. ◇외무고시 폐지 = 외교부는 현행 외무고시를 2011년까지 시행하고 2012년부터는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를 도입, 외교아카데미를 거쳐 2013년부터 50명씩의 신임 외교관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외교관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은 공직적성평가(PSAT)와 토플ㆍ토익ㆍ텝스 등 영어성적 제출 형식의 기존 1차 필기시험 대신 영어와 제2외국어, 한국사, PSAT 등의 성적과 학부성적(또는 이를 대체할만한 증명서), 경력증명 등의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학력이나 연령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다만, 경력증명의 경우 각 분야 전문가는 반드시 제출해야 하지만 일반전형이나 영어 및 제2외국어 능통자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외교부는 이와 같은 1차 서류전형을 통해 선발한 300명을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거쳐 15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필기시험은 국제정치학과 경제학, 국제법, 영어, 제2외국어 등 5개 과목으로 치르던 논술 형식의 2차 필기시험과 달리 국제정치학과 경제학, 국제법에 대한 단답형 및 약술 형식의 시험과 통합 과목 형태의 사례 해결형 논술 시험으로 이틀에 걸쳐 치러진다. 영어는 1차 서류전형에서 제시한 영어 성적을 공인인증 성적으로 환산, 평가하는 것으로 대체되며 제2외국어 시험은 없어진다. 외교부는 이렇게 필기시험에 합격한 150명의 수험생은 합격자 발표 후 3주 이내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뒤 서류심사(2일), 개별면접(3일), 개별ㆍ집단ㆍ영어 등의 역량평가(2일) 등 일주일에 걸쳐 면접시험을 보게 된다. ◇외교아카데미 연수 = 이런 과정을 거쳐 선발된 60명에게는 새로 설립된 외교아카데미의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3학기제로 운영되는 외교아카데미에서는 1년간 실무 위주의 집중교육이 시행되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3차 면접시험 합격 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외교안보연구원에서 4개월 정도의 연수를 받는 기존 제도에 비하면 기간이 3배 정도 늘고 교육 내용도 훨씬 강화되는 셈이다. 외교부는 1년간의 외교아카데미 교육 후 그 성적을 반영해 10명 정도를 탈락시킴으로써 교육생간 경쟁을 유도하고 교육의 내실화를 기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렇게 최종 선발된 50명의 5급 외교관에 대해서는 일반전형(60%)과 영어능통자(5%), 제2외국어 능통자(15%), 각 분야 전문가(20%) 등의 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매년 50명을 선발할 경우 현재 외무고시를 통해 30∼40명씩 선발하던 것보다 인원이 증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외교 당국자는 "매년 5급 특채를 10명 내외로 채용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증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외교아카데미의 교수진을 외국인 교수를 포함한 최고의 교수진으로 구성하는 한편, 외교아카데미를 신임 외교관 교육 및 선발 과정뿐만 아니라 기존 외교관들의 직무 재교육 등 외교관 선발ㆍ양성을 위한 종합 교육기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길러지는 외교관'..순혈주의 타파(?) = 외교부는 이런 내용의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는 1단계 외교관 선발시험과 2단계 외교아카데미 교육을 일관된 선발 과정으로 연결해 '뽑는 외교관'이 아니라 '길러지는 외교관'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일반전형뿐만 아니라 영어 및 제2외국어 능통자, 기능 및 지역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그룹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 밖에 지난 1968년 이래 신규 외교관 충원의 주된 경로였던 외무고시를 폐지함으로써 소위 '순혈주의'에 따른 정태적 조직 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모집 분야를 다양화한다고 해서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우선 외교아카데미 교육생 60명 중 60%에 해당하는 일반전형 합격자들이 새로운 파벌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게다가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최종 선발된 50명의 5급 외교관에 대해서는 일반전형(60%)과 영어능통자(5%), 제2외국어 능통자(15%), 각 분야 전문가(20%) 등의 비율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외교아카데미 출신 외교관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순혈주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기존 30∼40명씩 선발하던 외무고시 출신들이 4개월간의 연수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동기 의식보다는 1년의 교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싹트는 동기 및 동료 의식이 훨씬 더 끈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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