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각본상 이창동 “엄격함 계속 유지하겠다”

입력 2010.05.26 (19:52) 수정 2010.05.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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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에 대한 평가나 엄격함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시’로 제63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은 26일 오후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지금도 허물만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 작품에 대해서는 병적으로 소심한 사람"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내가 지금 생각하는 허물이 잊히는 때도 있겠지만 사실은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창동 감독의 5번째 영화.




43세라는 적잖은 나이에 ’초록물고기’(1997)로 데뷔한 이 감독은 4번째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데 이어 올해에는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각본상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각본상을 줄 만한 다른 영화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작년에 내가 (경쟁부문) 심사를 해보니 각본이 좋은 영화는 사실 별로 없더라"며 웃었다.




이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팀 버튼이 찾아와 ’감동적이었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영화였다’고 말했다"며 "아마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정서적으로 잘 받아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에 시가 나오는데 번역문제로 외국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상당히 깊숙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공감해준 것 같았다. 역시 영화 문법은 보편적이라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고 했다.




참여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그는 25일 귀국하자마자 봉하마을로 향했다.




그는 "23일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였는데, 못 갔으니까 늦게라도 도리를 다하자는 의미에서 갔다"며 "가서 참배하고 여사님도 뵈었다. 그에 관련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송가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특정한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시에서 보이는 이야기는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삶의 어둠과 더러움을 껴안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영화제의 경쟁이 부담스러웠다며 "영화라는 것이 각각의 미덕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창조물이지 올림픽처럼 승패를 다투는 대상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점도 있어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상에 연연하게 돼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정희 선생님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강행군했는데,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다면 작은 보상은 될 수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스터영화 제작 지원작에서 2차례나 고배를 마시고 이 과정에서 한 심사위원에게 0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만 "윤정희 선생이 15년간 여러 시나리오를 보이콧하다가 ’시’ 출연을 너무 기쁘게 받아들인 것 자체가 (국내에서) 정말 크게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에서 자신의 본명과 같은 미자 역으로 16년만에 영화에 복귀한 윤정희는 "황금종려상을 꿈꿨다"며 일말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팀 버튼이 최고로 연기가 좋다고 했다. 그 외에 많은 신문이나 평론가로부터 찬사도 받았다. 그런 평을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지금도 여러 시나리오가 들어오지만 지금은 (내 안에 있는) 미자가 너무 강렬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작품을 만나더라도 앞으로 2년 안에는 연기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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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 각본상 이창동 “엄격함 계속 유지하겠다”
    • 입력 2010-05-26 19:52:48
    • 수정2010-05-26 19:53:08
    연합뉴스

"저 자신에 대한 평가나 엄격함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시’로 제63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은 26일 오후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지금도 허물만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 작품에 대해서는 병적으로 소심한 사람"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내가 지금 생각하는 허물이 잊히는 때도 있겠지만 사실은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창동 감독의 5번째 영화.


43세라는 적잖은 나이에 ’초록물고기’(1997)로 데뷔한 이 감독은 4번째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데 이어 올해에는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각본상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각본상을 줄 만한 다른 영화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작년에 내가 (경쟁부문) 심사를 해보니 각본이 좋은 영화는 사실 별로 없더라"며 웃었다.


이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팀 버튼이 찾아와 ’감동적이었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영화였다’고 말했다"며 "아마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정서적으로 잘 받아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에 시가 나오는데 번역문제로 외국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상당히 깊숙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공감해준 것 같았다. 역시 영화 문법은 보편적이라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고 했다.


참여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그는 25일 귀국하자마자 봉하마을로 향했다.


그는 "23일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였는데, 못 갔으니까 늦게라도 도리를 다하자는 의미에서 갔다"며 "가서 참배하고 여사님도 뵈었다. 그에 관련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송가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특정한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시에서 보이는 이야기는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삶의 어둠과 더러움을 껴안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영화제의 경쟁이 부담스러웠다며 "영화라는 것이 각각의 미덕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창조물이지 올림픽처럼 승패를 다투는 대상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점도 있어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상에 연연하게 돼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정희 선생님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강행군했는데,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다면 작은 보상은 될 수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스터영화 제작 지원작에서 2차례나 고배를 마시고 이 과정에서 한 심사위원에게 0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만 "윤정희 선생이 15년간 여러 시나리오를 보이콧하다가 ’시’ 출연을 너무 기쁘게 받아들인 것 자체가 (국내에서) 정말 크게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에서 자신의 본명과 같은 미자 역으로 16년만에 영화에 복귀한 윤정희는 "황금종려상을 꿈꿨다"며 일말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팀 버튼이 최고로 연기가 좋다고 했다. 그 외에 많은 신문이나 평론가로부터 찬사도 받았다. 그런 평을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지금도 여러 시나리오가 들어오지만 지금은 (내 안에 있는) 미자가 너무 강렬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작품을 만나더라도 앞으로 2년 안에는 연기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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