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예금 인출 급증…환율 안정될까

입력 2010.05.2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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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개인과 기업이 외화예금을 인출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외화예금 고객의 인출을 일시적으로 급등한 환율이 조만간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도 당국이 외화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남유럽과 북한 리스크 등이 차츰 안정되면서 환율이 조만간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남북 관계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북한 변수가 수시로 환율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외화예금 급감…환율 안정 전망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25일 현재 190억9천700만달러로 전월말보다 32억6천800만달러(14.6%) 급감했다. 월중 감소폭이 지난달의 8억3천500만달러에 비해 4배에 육박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은 지난 1월 말 218억5천900만달러에서 두 달 연속 증가하면서 3월 말 232억달러까지 늘었지만, 4월 말 223억6천500만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이달에는 2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외화예금이 대폭 줄어든 것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예금 가입 고객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6일 1,104.10원으로 떨어지면서 1,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상승세로 돌아섰고, 최근 천안함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감까지 겹치면서 급등세를 보이면서 26일에는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1,253.30원으로 뛰어올랐다. 5거래일간 환율 상승폭은 106.70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외화예금에 200만달러를 가입한 기업은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약 22억원에서 약 25억원으로 늘어나게 돼 한 달간 3억원가량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자 고객들이 대부분 단기성 자금인 외화예금을 해지하고 원화로 환전한 것 같다"며 "기업들이 자금 조달 운용 측면에서 외화예금 비중을 줄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과잉 반응 진정"vs"北, 상시 불안요인"

기업들이 향후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외화예금 인출을 늘린 것처럼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환율이 차츰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율이 26일까지 5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정부의 대응 등으로 상승폭이 급격히 줄어든 만큼 지난 25일 장중 기록한 1,277원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재현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남북한 간 대결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쟁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치닫기보다 타협점을 모색하는 등 외교적인 노력이 펼쳐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유럽 재정문제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와 같이 부실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EU) 내에서 질서있게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과민 반응하거나 상황을 알고도 이용하려는 세력 때문에 환율이 출렁이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한반도 문제는 남, 북한 간 정치력 대결일 뿐 전쟁을 할 정도로 비이성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남유럽 문제 역시 각 정부의 빚이 얼마인지 알려졌고 어느 선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어 독일 등의 대응에 따라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변수가 수시로 환율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향후 북한이 대결 국면을 조성하면 증시의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급히 회수하는 등 예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달러화 매집세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4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13개월간 증시에서 36조8천억원가량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 6조2천억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져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수시로 급등할 소지가 있다"며 "통화스와프 협정 등 금융 측면에서도 미국 등과 협조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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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화예금 인출 급증…환율 안정될까
    • 입력 2010-05-27 06:23:51
    연합뉴스
이달 들어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개인과 기업이 외화예금을 인출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외화예금 고객의 인출을 일시적으로 급등한 환율이 조만간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도 당국이 외화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남유럽과 북한 리스크 등이 차츰 안정되면서 환율이 조만간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남북 관계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북한 변수가 수시로 환율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외화예금 급감…환율 안정 전망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25일 현재 190억9천700만달러로 전월말보다 32억6천800만달러(14.6%) 급감했다. 월중 감소폭이 지난달의 8억3천500만달러에 비해 4배에 육박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은 지난 1월 말 218억5천900만달러에서 두 달 연속 증가하면서 3월 말 232억달러까지 늘었지만, 4월 말 223억6천500만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이달에는 2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외화예금이 대폭 줄어든 것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예금 가입 고객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6일 1,104.10원으로 떨어지면서 1,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상승세로 돌아섰고, 최근 천안함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감까지 겹치면서 급등세를 보이면서 26일에는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1,253.30원으로 뛰어올랐다. 5거래일간 환율 상승폭은 106.70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외화예금에 200만달러를 가입한 기업은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약 22억원에서 약 25억원으로 늘어나게 돼 한 달간 3억원가량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자 고객들이 대부분 단기성 자금인 외화예금을 해지하고 원화로 환전한 것 같다"며 "기업들이 자금 조달 운용 측면에서 외화예금 비중을 줄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과잉 반응 진정"vs"北, 상시 불안요인" 기업들이 향후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외화예금 인출을 늘린 것처럼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환율이 차츰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율이 26일까지 5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정부의 대응 등으로 상승폭이 급격히 줄어든 만큼 지난 25일 장중 기록한 1,277원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재현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남북한 간 대결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쟁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치닫기보다 타협점을 모색하는 등 외교적인 노력이 펼쳐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유럽 재정문제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와 같이 부실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EU) 내에서 질서있게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과민 반응하거나 상황을 알고도 이용하려는 세력 때문에 환율이 출렁이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한반도 문제는 남, 북한 간 정치력 대결일 뿐 전쟁을 할 정도로 비이성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남유럽 문제 역시 각 정부의 빚이 얼마인지 알려졌고 어느 선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어 독일 등의 대응에 따라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변수가 수시로 환율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향후 북한이 대결 국면을 조성하면 증시의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급히 회수하는 등 예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달러화 매집세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4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13개월간 증시에서 36조8천억원가량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 6조2천억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져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수시로 급등할 소지가 있다"며 "통화스와프 협정 등 금융 측면에서도 미국 등과 협조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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