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흡연, 이래도 계속해야 할까?

입력 2010.05.31 (09:55) 수정 2010.05.31 (13: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로, 올해의 주제는 `여성과 흡연(Gender and Tobacco with an Emphasis on Marketing to Women)'이다.

WHO가 올해 여성 흡연을 주제로 정한 것은 흡연의 위해성에 대한 경고에도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기준으로 세계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여성 흡연율은 일본 12.7%, 미국 13.7%, 프랑스 21% 등으로 평균 18.7%에 달할 정도다. 100명 중 약 19명이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성 흡연율이 5.3%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물론 다른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낮은 편에 속하지만, 우리도 흡연율이 줄지 않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산모의 3.3%가 임신 중에도 담배를 피운다거나, 여성 청소년의 흡연율이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여성 흡연의 심각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연의 날을 맞아 여성 흡연이 왜 몸에 해로운지를 알아본다.

◇ 여성흡연, 암 발생에 치명적 영향 =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흡연 여성은 폐암과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인두암, 방광암, 췌장암, 신장암, 자궁암 등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199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걸리는 암의 10%는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폐암은 20세기초에는 매우 드문 암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나라에서 주요 암이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폐암은 암 사망 순위에서 남녀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EU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50-1959년 사이 35-64세 여성 중 폐암 사망자는 10만명당 7.7명이었는데 1990-1994년에는 14.3명으로 약 두배 증가했다.

또 20세기초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선진국에서는 여성 폐암의 90%가 흡연 때문에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암학회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82-1988년 사이 30세 이상 여성 67만6천명을 조사한 결과, 흡연 여성의 폐암 사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12배가량 높았다. 이를 흡연량으로 나눠보면 하루 1-9개비를 피우는 사람은 3.9배였고, 40개비를 피우는 사람은 19.3배에 달했다.

◇ 심혈관질환 위험 크게 높이는 여성흡연 = 흡연하는 여성은 심혈관질환과 허혈성뇌졸중, 지주막하출혈 등의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미국암학회 자료를 보면 1982-1986년 사이 흡연하는 35-64세 여성에서 관상동맥 질환의 상대위험도는 3.0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65세 이상의 1.6보다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5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여성은 비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관상동맥질환의 상대위험도가 9.3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피임약을 먹는 여성은 흡연이 더 치명적이었다. 피임약을 먹으면서 흡연량이 과도한 여성은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고, 흡연도 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이 최소 20배에서 최대 40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최근 피임약의 용량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인 위험도는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피임약은 흡연여성에게 더 위험하다"면서 "흡연여성은 뇌졸중과 뇌혈관질환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임신과 분만, 태아에도 악영향 = 흡연이 수정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잘 알려졌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에 한갑 이상 흡연하는 여성은 피임약을 끊은 뒤 5년 후까지도 불임인 비율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나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흡연여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자궁외임신 위험도가 2.2배 높으며, 자연 유산율도 비흡연 산모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다. 산모의 연령이나 음주에 관계없이 흡연 하나만으로 자연유산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산모의 흡연은 태반박리와 전치태반, 임신 중 자궁출혈, 조기양수파열, 조산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주산기(임신 20주~생후 28일) 태아의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홍관 박사는 "주산기 사망의 위험도는 일반적으로 흡연한 담배개비 수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산부가 흡연할 경우 태아가 구순열이나 구개열, 심장 기형, 사지기형 등의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날 위험도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여성이 임신 전에 흡연하면 내분비계 기능을 교란시키고 성호르몬을 조절하는 뇌하수체 호르몬 방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신 중 완전히 금연한다면 주산기 사망의 5%를 예방할 수 있으며, 20%의 저체중아, 8%의 조산을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임신사실을 알고 바로 담배를 끊거나, 임신 4개월 전에만 담배를 끊어도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서 박사는 "여성의 흡연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해롭지만 여성은 분만, 출산, 양육을 책임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흡연을 이미 시작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성 흡연, 이래도 계속해야 할까?
    • 입력 2010-05-31 09:55:41
    • 수정2010-05-31 13:38:09
    연합뉴스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로, 올해의 주제는 `여성과 흡연(Gender and Tobacco with an Emphasis on Marketing to Women)'이다. WHO가 올해 여성 흡연을 주제로 정한 것은 흡연의 위해성에 대한 경고에도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기준으로 세계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여성 흡연율은 일본 12.7%, 미국 13.7%, 프랑스 21% 등으로 평균 18.7%에 달할 정도다. 100명 중 약 19명이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성 흡연율이 5.3%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물론 다른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낮은 편에 속하지만, 우리도 흡연율이 줄지 않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산모의 3.3%가 임신 중에도 담배를 피운다거나, 여성 청소년의 흡연율이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여성 흡연의 심각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연의 날을 맞아 여성 흡연이 왜 몸에 해로운지를 알아본다. ◇ 여성흡연, 암 발생에 치명적 영향 =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흡연 여성은 폐암과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인두암, 방광암, 췌장암, 신장암, 자궁암 등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199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걸리는 암의 10%는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폐암은 20세기초에는 매우 드문 암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나라에서 주요 암이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폐암은 암 사망 순위에서 남녀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EU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50-1959년 사이 35-64세 여성 중 폐암 사망자는 10만명당 7.7명이었는데 1990-1994년에는 14.3명으로 약 두배 증가했다. 또 20세기초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선진국에서는 여성 폐암의 90%가 흡연 때문에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암학회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82-1988년 사이 30세 이상 여성 67만6천명을 조사한 결과, 흡연 여성의 폐암 사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12배가량 높았다. 이를 흡연량으로 나눠보면 하루 1-9개비를 피우는 사람은 3.9배였고, 40개비를 피우는 사람은 19.3배에 달했다. ◇ 심혈관질환 위험 크게 높이는 여성흡연 = 흡연하는 여성은 심혈관질환과 허혈성뇌졸중, 지주막하출혈 등의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미국암학회 자료를 보면 1982-1986년 사이 흡연하는 35-64세 여성에서 관상동맥 질환의 상대위험도는 3.0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65세 이상의 1.6보다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5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여성은 비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관상동맥질환의 상대위험도가 9.3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피임약을 먹는 여성은 흡연이 더 치명적이었다. 피임약을 먹으면서 흡연량이 과도한 여성은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고, 흡연도 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이 최소 20배에서 최대 40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최근 피임약의 용량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인 위험도는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피임약은 흡연여성에게 더 위험하다"면서 "흡연여성은 뇌졸중과 뇌혈관질환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임신과 분만, 태아에도 악영향 = 흡연이 수정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잘 알려졌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에 한갑 이상 흡연하는 여성은 피임약을 끊은 뒤 5년 후까지도 불임인 비율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나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흡연여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자궁외임신 위험도가 2.2배 높으며, 자연 유산율도 비흡연 산모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다. 산모의 연령이나 음주에 관계없이 흡연 하나만으로 자연유산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산모의 흡연은 태반박리와 전치태반, 임신 중 자궁출혈, 조기양수파열, 조산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주산기(임신 20주~생후 28일) 태아의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홍관 박사는 "주산기 사망의 위험도는 일반적으로 흡연한 담배개비 수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산부가 흡연할 경우 태아가 구순열이나 구개열, 심장 기형, 사지기형 등의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날 위험도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여성이 임신 전에 흡연하면 내분비계 기능을 교란시키고 성호르몬을 조절하는 뇌하수체 호르몬 방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신 중 완전히 금연한다면 주산기 사망의 5%를 예방할 수 있으며, 20%의 저체중아, 8%의 조산을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임신사실을 알고 바로 담배를 끊거나, 임신 4개월 전에만 담배를 끊어도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서 박사는 "여성의 흡연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해롭지만 여성은 분만, 출산, 양육을 책임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흡연을 이미 시작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