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이스라엘 관계 위험 봉착

입력 2010.05.31 (19: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란 핵의혹과 `구호선 공격' 긴장 겹쳐

이란 핵 프로그램으로 긴장 관계에 빠진 터키-이스라엘 관계가 가자지구 구호 선단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이슬람에 뿌리를 둔 터키의 정의개발당(AKP) 정부는 `이웃 나라들과 갈등 제로' 외교 원칙을 표방하면서 이슬람권과 이스라엘의 적대관계에 화해를 중재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이스라엘과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터키 정부의 행보는 이스라엘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이슬람권에 점점 다가서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양국 관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킨 요인은 이란 핵 프로그램 의혹을 둘러싼 터키 측 태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에 대한 미국 등 서방 주도의 제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가 내세우는 제재 반대 논리 중 하나는 이란에 가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압박이 이스라엘에도 가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지난 2월 공개석상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은 공정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핵무기의 보유를 부인해서는 안 되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는 있는 상황이 중동 지역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 후반 이후부터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와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터키는 미국과의 대립각을 무릅쓰고 브라질과 더불어 이란 핵 중재안을 이란과 도출하는 등 `이웃' 이란에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같은 터키의 태도에는 에너지 조달원과 터키 상품의 시장으로서의 이란의 가치를 염두에 둔 실리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31일 터진 가자지구 구호 선박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 행위는 양국 관계를 갈라놓을 위험을 지니고 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공해 수역에서 일어나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한 이번 행위는 양국 관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표현했다.

터키 외무부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공격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인명과 평화를 위한 활동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이번에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구호활동가 중에 터키 국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사건에 대한 터키 측의 반응은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 형제'들의 희생을 부른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과거 터키 측의 비난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동안 삐걱거린 터키-이스라엘 관계가 중대한 고비를 맞은 셈이다.

만일 양국 관계에 금이 가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국제사회에는 이슬람권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중재 통로 중 하나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의 승선자들에게 발포해 10여 명을 숨지게 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터키-이스라엘 관계 위험 봉착
    • 입력 2010-05-31 19:45:34
    연합뉴스
이란 핵의혹과 `구호선 공격' 긴장 겹쳐 이란 핵 프로그램으로 긴장 관계에 빠진 터키-이스라엘 관계가 가자지구 구호 선단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이슬람에 뿌리를 둔 터키의 정의개발당(AKP) 정부는 `이웃 나라들과 갈등 제로' 외교 원칙을 표방하면서 이슬람권과 이스라엘의 적대관계에 화해를 중재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이스라엘과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터키 정부의 행보는 이스라엘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이슬람권에 점점 다가서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양국 관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킨 요인은 이란 핵 프로그램 의혹을 둘러싼 터키 측 태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에 대한 미국 등 서방 주도의 제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가 내세우는 제재 반대 논리 중 하나는 이란에 가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압박이 이스라엘에도 가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지난 2월 공개석상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은 공정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핵무기의 보유를 부인해서는 안 되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는 있는 상황이 중동 지역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 후반 이후부터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와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터키는 미국과의 대립각을 무릅쓰고 브라질과 더불어 이란 핵 중재안을 이란과 도출하는 등 `이웃' 이란에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같은 터키의 태도에는 에너지 조달원과 터키 상품의 시장으로서의 이란의 가치를 염두에 둔 실리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31일 터진 가자지구 구호 선박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 행위는 양국 관계를 갈라놓을 위험을 지니고 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공해 수역에서 일어나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한 이번 행위는 양국 관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표현했다. 터키 외무부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공격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인명과 평화를 위한 활동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이번에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구호활동가 중에 터키 국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사건에 대한 터키 측의 반응은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 형제'들의 희생을 부른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과거 터키 측의 비난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동안 삐걱거린 터키-이스라엘 관계가 중대한 고비를 맞은 셈이다. 만일 양국 관계에 금이 가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국제사회에는 이슬람권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중재 통로 중 하나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의 승선자들에게 발포해 10여 명을 숨지게 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