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시티, 축구 축제 중심으로 우뚝

입력 2010.06.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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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대회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축구팬들의 가슴도 점점 더 크게 두근거리고 있다.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번 월드컵의 메인 경기장은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남서쪽에 자리잡은 '사커시티 스타디움'이다.

아프리카의 전통과 남아공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지금 개막 행사와 경기를 치러내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세계 축구팬들 역시 개막 경기와 결승전 등 4년간의 기다림을 폭발시키는 빅매치가 펼쳐질 사커시티 스타디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질곡의 역사' 담긴 경기장..'새 역사' 중심으로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한국의 상암월드컵경기장처럼 맨땅 위에 완전히 새로 지어진 경기장은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1980년대 국제경기를 위해 지어진 FNB 스타디움을 개축해 지구촌 최대 축제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경기장으로 변모시켰다.

물론 20년 넘게 쓰였던 경기장인 만큼 거의 새로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공사를 겪었다.

재건축에 무려 33억 란드(한화 약 5천350억원) 가까이 들었다. 실제로 과거의 형체는 서쪽 관중석 중에서도 진회색 좌석으로 표시된 일부분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최대 9만 4천7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경기장이지만, 둥근 조롱박 모양의 전통 그릇을 형상화한 디자인에 흙바닥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타일로 외벽을 장식해 아프리카의 자연과 전통도 조화를 이뤘다.

식민 지배와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일궈낸 남아공의 역사도 담겨 있다.

흑인 집단 거주지역인 소웨토 인근에 자리한 FNB 스타디움은 남아공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90년 석방돼 첫 대중집회를 연 곳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다인종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전후로도 이곳에서 여러 차례 대중 집회를 열고 10만이 넘게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사회 통합을 호소했다.

남아공은 이번 월드컵이 열리는 10개 경기장 중 세 곳(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 백인 정권 시절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왜곡된 역사를 딛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남아공 민중의 힘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에서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가장 중요한 '역사의 성지'라 할 만하다.

남아공 역사의 성지는 이제 최신식 축구 경기장으로 변모, 세계의 눈과 귀를 한데 모을 '새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월드컵의 '처음과 끝' 장식..안전ㆍ활용도 등 우려도

메인 경기장답게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는 가장 중요한 두 경기를 포함해 놓쳐서는 안 될 굵직한 빅매치들이 연달아 펼쳐진다.

11일 밤 개최국 남아공이 멕시코를 맞아 벌이는 개막전은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의 첫 경기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또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개최국 1회전 통과'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판가름날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FIFA 랭킹은 85위로 3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북한(86위) 다음으로 낮은 남아공으로서는 우루과이와 프랑스 등 만만찮은 상대들을 만나기 전에 멕시코를 꺾어 놓아야만 한다.

이 밖에도 조별리그 E조 네덜란드-덴마크의 조별 예선이 14일 예정돼 있으며, 21일과 24일에는 아프리카 축구를 대표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각각 세계적인 강팀 브라질, 독일과 맞붙는다.

한국 팬들에게는 17일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중요하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와 맞붙어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대표팀 분위기는 정반대로 갈릴 수 있다.

사커시티에서는 16강과 8강 경기가 한 차례씩 치러지며, 마지막으로 7월 12일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세계 최고의 별 중 누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그러나 사커시티 스타디움이 정말 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낼 수 있을지, 앞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직위는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지만, 사커시티 일대는 막바지까지 공사가 한창이다.

범죄율이 높은 외곽 지역에 있는데다 주변 시설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앞으로 활용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남아공은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주요 A매치 경기뿐 아니라 클럽팀의 홈구장으로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지 교민들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현실상 셔틀버스 역시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남아공의 힘겨웠던 역사를 담은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월드컵 이후 다시 한 번 어려운 도전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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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커시티, 축구 축제 중심으로 우뚝
    • 입력 2010-06-10 14:12:32
    연합뉴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대회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축구팬들의 가슴도 점점 더 크게 두근거리고 있다.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번 월드컵의 메인 경기장은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남서쪽에 자리잡은 '사커시티 스타디움'이다. 아프리카의 전통과 남아공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지금 개막 행사와 경기를 치러내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세계 축구팬들 역시 개막 경기와 결승전 등 4년간의 기다림을 폭발시키는 빅매치가 펼쳐질 사커시티 스타디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질곡의 역사' 담긴 경기장..'새 역사' 중심으로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한국의 상암월드컵경기장처럼 맨땅 위에 완전히 새로 지어진 경기장은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1980년대 국제경기를 위해 지어진 FNB 스타디움을 개축해 지구촌 최대 축제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경기장으로 변모시켰다. 물론 20년 넘게 쓰였던 경기장인 만큼 거의 새로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공사를 겪었다. 재건축에 무려 33억 란드(한화 약 5천350억원) 가까이 들었다. 실제로 과거의 형체는 서쪽 관중석 중에서도 진회색 좌석으로 표시된 일부분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최대 9만 4천7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경기장이지만, 둥근 조롱박 모양의 전통 그릇을 형상화한 디자인에 흙바닥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타일로 외벽을 장식해 아프리카의 자연과 전통도 조화를 이뤘다. 식민 지배와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일궈낸 남아공의 역사도 담겨 있다. 흑인 집단 거주지역인 소웨토 인근에 자리한 FNB 스타디움은 남아공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90년 석방돼 첫 대중집회를 연 곳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다인종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전후로도 이곳에서 여러 차례 대중 집회를 열고 10만이 넘게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사회 통합을 호소했다. 남아공은 이번 월드컵이 열리는 10개 경기장 중 세 곳(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 백인 정권 시절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왜곡된 역사를 딛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남아공 민중의 힘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에서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가장 중요한 '역사의 성지'라 할 만하다. 남아공 역사의 성지는 이제 최신식 축구 경기장으로 변모, 세계의 눈과 귀를 한데 모을 '새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월드컵의 '처음과 끝' 장식..안전ㆍ활용도 등 우려도 메인 경기장답게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는 가장 중요한 두 경기를 포함해 놓쳐서는 안 될 굵직한 빅매치들이 연달아 펼쳐진다. 11일 밤 개최국 남아공이 멕시코를 맞아 벌이는 개막전은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의 첫 경기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또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개최국 1회전 통과'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판가름날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FIFA 랭킹은 85위로 3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북한(86위) 다음으로 낮은 남아공으로서는 우루과이와 프랑스 등 만만찮은 상대들을 만나기 전에 멕시코를 꺾어 놓아야만 한다. 이 밖에도 조별리그 E조 네덜란드-덴마크의 조별 예선이 14일 예정돼 있으며, 21일과 24일에는 아프리카 축구를 대표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각각 세계적인 강팀 브라질, 독일과 맞붙는다. 한국 팬들에게는 17일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중요하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와 맞붙어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대표팀 분위기는 정반대로 갈릴 수 있다. 사커시티에서는 16강과 8강 경기가 한 차례씩 치러지며, 마지막으로 7월 12일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세계 최고의 별 중 누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그러나 사커시티 스타디움이 정말 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낼 수 있을지, 앞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직위는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지만, 사커시티 일대는 막바지까지 공사가 한창이다. 범죄율이 높은 외곽 지역에 있는데다 주변 시설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앞으로 활용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남아공은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주요 A매치 경기뿐 아니라 클럽팀의 홈구장으로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지 교민들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현실상 셔틀버스 역시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남아공의 힘겨웠던 역사를 담은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월드컵 이후 다시 한 번 어려운 도전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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