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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0 남아공월드컵
허정무, 자율·긍정 리더십 ‘신화창조’
입력 2010.06.23 (05:46) 연합뉴스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지휘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선수단을 하나로 묶으면서 세계축구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명장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은 화합과 자율, 긍정 등 세 가지로 단어로 요약된다.

허 감독은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만 해도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고집스럽고 일방통행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 2008년 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요르단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홈경기 때 2-0 리드를 잡고도 결국 2-2로 비기자 `아시안컵 음주사건'으로 대표팀 자격정지 1년 징계가 풀리지 않은 골키퍼 이운재(수원) 사면론을 꺼냈다가 언론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허 감독은 당시 대한축구협회에 이운재 사면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고 결국 당시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는 사태를 촉발했다.

그는 아시아 3차 예선을 3승3무로 마무리한 뒤 2008년 9월10일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1-1로 비겨 세 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으로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낸 것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거세자 취재진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불통' 이미지를 보였다. 선수단 내에서도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그가 주변의 권고와 자발적인 심경 변화로 확 달라졌다.

그는 2008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시아 최종예선에 `캡틴'을 맡아왔던 김남일(톰 톰스크)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게 되자 주장 완장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넘겨주면서 선수단의 자율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에게 "경기장에서는 네가 감독이다. 감독이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은 주장이 대신 이끌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가 읽어왔던 책에서도 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난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때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서전인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는 책을 탐독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신바람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그는 지난달 25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최고 경영자와 유명 인사들의 친화 리더십을 다룬 `따뜻한 카리스마'를 읽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부드러운 힘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 후에는 주장 박지성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꼭 준다. 또 훈련 시간에도 패스 게임이나 볼 뺏기에 동참하며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다.

이런 변화는 이운재(수원), 안정환(다롄 스더), 김남일, 이동국 등 고참급 선수와 이승렬(FC서울), 김보경(오이타) 등 젊은 선수들이 혼합된 선수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를 내세운 승부수도 그가 가진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새로운 선수를 찾기 위해 계속 실험해왔고 `유럽파'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을 대표팀의 주전으로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지난 2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 참패를 당한 후에도 냉정을 잃지 않고 곧 이은 일본과 맞대결에서 3-1 쾌승을 지휘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그리스와 경기에서 2-0 승리를 수확한 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1-4 완패를 당했지만 동요하지 않다.

대신 `파주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 배수진을 친 결연한 자세)라는 고사성어를 빗대어 퇴로를 차단하는 비장한 각오로 마침내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의 꿈을 실현시켰다.

자율과 긍정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강한 배짱으로 소신을 밀어붙인 `승부사'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 허정무, 자율·긍정 리더십 ‘신화창조’
    • 입력 2010-06-23 05:46:25
    연합뉴스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지휘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선수단을 하나로 묶으면서 세계축구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명장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은 화합과 자율, 긍정 등 세 가지로 단어로 요약된다.

허 감독은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만 해도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고집스럽고 일방통행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 2008년 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요르단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홈경기 때 2-0 리드를 잡고도 결국 2-2로 비기자 `아시안컵 음주사건'으로 대표팀 자격정지 1년 징계가 풀리지 않은 골키퍼 이운재(수원) 사면론을 꺼냈다가 언론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허 감독은 당시 대한축구협회에 이운재 사면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고 결국 당시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는 사태를 촉발했다.

그는 아시아 3차 예선을 3승3무로 마무리한 뒤 2008년 9월10일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1-1로 비겨 세 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으로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낸 것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거세자 취재진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불통' 이미지를 보였다. 선수단 내에서도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그가 주변의 권고와 자발적인 심경 변화로 확 달라졌다.

그는 2008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시아 최종예선에 `캡틴'을 맡아왔던 김남일(톰 톰스크)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게 되자 주장 완장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넘겨주면서 선수단의 자율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에게 "경기장에서는 네가 감독이다. 감독이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은 주장이 대신 이끌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가 읽어왔던 책에서도 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난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때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서전인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는 책을 탐독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신바람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그는 지난달 25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최고 경영자와 유명 인사들의 친화 리더십을 다룬 `따뜻한 카리스마'를 읽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부드러운 힘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 후에는 주장 박지성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꼭 준다. 또 훈련 시간에도 패스 게임이나 볼 뺏기에 동참하며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다.

이런 변화는 이운재(수원), 안정환(다롄 스더), 김남일, 이동국 등 고참급 선수와 이승렬(FC서울), 김보경(오이타) 등 젊은 선수들이 혼합된 선수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를 내세운 승부수도 그가 가진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새로운 선수를 찾기 위해 계속 실험해왔고 `유럽파'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을 대표팀의 주전으로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지난 2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 참패를 당한 후에도 냉정을 잃지 않고 곧 이은 일본과 맞대결에서 3-1 쾌승을 지휘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그리스와 경기에서 2-0 승리를 수확한 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1-4 완패를 당했지만 동요하지 않다.

대신 `파주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 배수진을 친 결연한 자세)라는 고사성어를 빗대어 퇴로를 차단하는 비장한 각오로 마침내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의 꿈을 실현시켰다.

자율과 긍정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강한 배짱으로 소신을 밀어붙인 `승부사'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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